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가 추진되는 등 의료기관의 CCTV 패러다임이 의료인에서 환자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故 신해철 씨 사건 이후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과거 의료기관 내 CCTV 설치는 의료인의 주도로 이뤄져왔다. 때문에 그 목적 또한 방범용이거나 환자와 의료진 간 발생할 수 있는 폭력적 상황을 기록하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의료기관에서 환자가 저지른 폭력을 그대로 담은 CCTV 영상은 의료인 안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는 역할을 했다.
2013년 모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환자가 의자로 의사 얼굴을 가격하고 난동을 부리는 영상이 SNS 통해 알려졌고, 또 다른 사건에서는 환자가 의사에게 칼을 휘두르는 영상이 공개되며 의료인 안전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CCTV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하지만 故 신해철 씨 사건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의료분쟁에 있어 환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높아졌고, 이는 수술실 내 CCTV 설치 필요성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故 신해철 씨의 팬클럽인 ‘철기군’은 수술실 CCTV 설치와 보관 의무화 등을 법제화하기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급기야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개정안까지 등장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동익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7일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의료사고 발생 위험이 큰 의료행위를 할 경우 모든 의료기관은 환자 측의 동의를 얻어 해당 의료행위를 하는 장면을 CCTV 등으로 촬영해야 하고, 환자 측의 촬영 요청이 있는 경우, 의료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료분쟁 발생 시 상대적으로 정보수집에 불리한 환자의 입장을 고려해 당시의 상황을 정확하게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CCTV를 설치, 증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의료계의 시선은 마냥 곱지만은 않다. 의료분쟁에 대비한 의료인의 방어적 의료행위는 진료권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고, 결국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 개원의는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의사의 소신진료를 방해하게 될 것”이라며 “의사는 환자를 위한 최적의 의료행위를 하기보다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한 소극적인 진료밖에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