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의료인 면허제도개선안 ‘유감’

2016.03.18 17:28:20 제675호

조영탁 법제이사(서울시치과의사회)

유감이다. 보건복지부(이후 복지부)가 ‘의료인 면허제도 개선 방안’(이후 개선안)을 만들게 된 상황, 정부가 주도하여 징계 위주로 의료인의 면허를 관리하려는 개선안의 내용, 개선안 발표 이후 의료계의 논란 그리고 무엇보다 의료인의 하나인 치과계는 배제된 채 개선안이 논의되었다는 사실이 심히 유감이다.

 

복지부는 지난 9일 △중대한 비도덕적 진료행위 면허 취소 △자격정지 명령제도 신설 △진료행위 중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면허 취소 △의료인 면허신고 요건 강화 △면허신고시 진료행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질환 신고 의무화 △진료행위 적절성 심의위원회 구성 △동료평가제도 도입 △보수교육 운영 관리 강화 △의료인 면허신고 요건 강화 등이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선안을 발표하였다.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하여 C형 간염 집단발병 사태를 빚은 다나의원의 경우나 진료 중에 환자들을 성추행한 의료인들이 문제가 되면서 비도덕적 의료인을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기에 면허관리제도의 변화는 예상된 수순이었다. 복지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의료법학회, 의료윤리학회, 대한의학회, 대한의사협회, 환자단체 대표 추천자 등 11명으로 구성된 개선안 협의체를 구성하여 5차례 회의를 거쳐 의료인에게 면허를 부여한 이후 사후 관리를 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였다. 그러나 재판결과 이전에도 면허를 정지시킬 수 있는 자격정지 명령제도가 신설되는 등 징벌규정이 대폭 강화되었는데, 의료계의 의견을 충분히 공론화 하지 못하고 개선안을 발표한 것은 성급한 처사였다.

 

개선안 발표 이후 의료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의료인 면허관리 대폭 강화”, “의사들은 오라를 받아라”, “의료윤리에의 강요 앞에 선 의사” “의사를 ‘초딩’ 다루듯 하는 관료들” “공무원부터 윤리교육·동료평가 해야” 와 같은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다나의원의 경우는 극히 일부의 문제이기는 하나,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과 같은 비윤리적인 문제로 의료인이 국민들에게 전문직(profession)으로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현실을 외면할 경우 타율에 의해 강압적 통제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의료인은 면허(License)에 의해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허가 받은 전문직이다. 의료인은 면허에 의해 합병증을 초래하기도 하는 의료행위를 특정 권위에 일일이 허락을 구하지 않고 자유로운 판단에 위임 받은 것이다. 사회가 의료인에게 신뢰를 주는 것은 의료인이 가진 지식과 기술이 신뢰할만한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의료인이 사용하는 지식과 기술이 명시적이고 합리적이며 이타적인 가치와 강력하게 결합되어 있을 경우에 국한된다. 그러므로 사회는 의료인이 엄격한 직업윤리를 갖추고 최고 수준의 사회 규범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법과 규칙과 같은 정부의 형식적인 규제가 강화되기 마련이다.

 

개선안에서 특히 면허신고 내용상 진료행위에 현저한 장애가 우려되는 경우, 면허취소 후 재교부를 신청하는 경우, 2년 이상 보수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경우 등에 대해 동료평가제도(peer-review)가 도입되기로 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동료평가제도는 지역의료현장을 잘 아는 의료인 간에 관찰과 주의를 요하는 의료인에 대한 상호 평가와 견제가 이뤄지도록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서, 동료를 징계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전에 점검하고 판단해서 의사로서 적절한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의료의 경우 그 전문성 때문에 의사라는 전문인력 외의 인력이 의료를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적정하지도 않다. 동료평가는 서기 9세기 Ishap bin Ali Al Rahwi가 의사윤리(Ethics of the Physician)에서 기술한 이래 의학의 기본적인 방법론으로 사용되어 왔는데, 환자진료와 예후에 대한 동료 의사들의 진료 평가를 반드시하고 그 결과를 의료인이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후 중세시대와 근세를 거쳐 동료평가는 동등한 자격과 능력을 갖춘 동료로부터 평가를 받게 하여 자신의 의료행위가 동료들에 비해 어떠한 수준인가를 인지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적정 의료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율규제와 자율관리를 가능케 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동료심사기구(Peer Review Organization)을 통해 의료의 질을 정기적으로 검토 및 심사하여 적정 의료수준을 보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진료과정과 진료결과의 병원, 지역 간 차이와 장기적인 추이를 분석하여 병원이나 의사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여 전체적인 의료의 질을 항상 하고자 하고 있다. 대부분의 동료심사기구는 의사회가 직영하거나 지원하는 형태로서 이를 통해 의사의 적극적 협력을 얻고 있으며, 국가차원의 의료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개선안에서 중대한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해 면허를 취소하는 등 의료인에 대해 징계위주로 정부가 주도하여 의료인의 면허를 관리하려는 방안은 보완이 필요하다. 의료인의 면허라는 전문분야는 전문가가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사회에 이익이 되며, 이는 시민의식이 발달한 선진국의 경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부가 주관하게 되면 이것이 일종의 통치 권력으로 퇴색할 가능성이 있고, 합리적인 정책이 아닌 정치적인 도구로 왜곡되어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캐나다 등 선진국 등은 민간공공기구인 전문직단체에서 자율적으로 면허관리를 하고 있다. 미국은 주 정부 산하에 의사면허국(Board of state)이라는 독립기구가 있어, 면허시험과 면허 부여 및 갱신, 징계 등 의사자격 관련 모든 업무를 주관한다. 영국은 민간면허관리 법정기구인 GMC(General Medical Council)에서 의사의 진료행위가 다른 환자에게 위해를 미치거나, 의사의 기본적 지식과 술기에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형사처벌 대상이거나, 정신·신체검사를 거부한 경우 공공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진료를 제한한다.

 

이처럼 의료인의 면허에 관한 사안과 공정한 징계를 담당할 ‘의료인 면허국’ 같은 중립적인 독립기구가 필요하다. 의료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의무나 윤리에 위배되는 행위를 했을 때에는 징계를 통한 자정작용을 해야 한다.

 

독립적인 면허관리기구가 설립되기 전까지는 단기적으로 의료인단체에 자율징계권을 복지부로부터 위임하여 자율성과 공익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자율징계는 비윤리적인 의료행위나 범죄를 한 회원들에 대한 징계를 함으로서 전문가집단으로서의 고도의 품위와 의학수준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 징계를 위한 징계가 아니라 회원들을 계도하고 발전된 수준으로 회원의 자질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개선안에는 징계의 방법이 매우 경직되어 있고 단순하다. 이를 각 단체의 중앙회로 하여금 회원에게 면허취소, 면허정지, 벌금, 견책(사회봉사, 윤리 및 보수교육 명령), 시정명령, 경고, 주의 등을 할 수 있도록 자율징계권을 세분화하도록 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안의 중대성과 의료인에 미칠 중대한 영향을 고려한다면 면허제도개선에 치과계가 배제된 것은 심한 유감이다. 지금이라도 면허제도개선 논의에 치과계가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복지부는 “협의체 구성의 발단이 된 계기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일어났고, 의료인 중 특히 의사에 대하여 문제제기가 되어 의사를 중심으로 협의체를 구성하였다”고 하였다. “필요할 경우 타 직역의 대표도 협의체 구성으로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하며 “개선안 마련 과정에서 각 직역의 의견조회를 거칠 예정”이라고 하였지만, 끝내 개선안 발표 때까지 치과계의 의견 수렴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개선안이 의료인의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치과계를 포함한 의료인 전문가 직역의 합의와 자율정화의 의지가 모아져야 할 것이다.

기자 ys@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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