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진료비 내년 공개, 치과도 '에누리닷컴(?)' 조짐

2020.10.26 14:29:16 제892호

무분별한 의료광고 홍수 속, 진료비 직접 비교 사이트 등장

[치과신문_신종학 기자 sjh@sda.or.kr] 최근 송파의 모 치과에는 ‘치과 비보험 진료 최저가 최적가 검색 서비스’를 타이틀로 내건 B사이트 홍보물이 배송됐다.

 

이 홍보물은 ‘최저가’라는 문구에는 줄을 긋고, ‘최적가’ 병의원 검색을 강조했지만, 누가 보더라도 진료비 최저가 검색에 방점을 찍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사이트는 현재 베타버전으로 서울 한 지역의 병의원을 샘플로 검색할 수 있도록 구성해 놓고 있다.

 

홍보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용자는 별도 설치 없이 선택 기준에 맞는 최적의 치과 검색 △치과는 별도 마케팅 활동이나 비용 없이 환자 유치 △환자에게 제공하는 비보험 진료비 수가표를 보여주면, 기타 정보는 공공데이터 정보를 활용한다는 등으로 치과에 사이트 등록을 권유하고 있다.

 

 

사이트에 접속해 지역은 잠실역, 진료항목은 임플란트를 검색하면, ‘최저가 40만원’이 뜬다. 이 지역과 진료항목 키워드로 사이트가 제공하고 있는 치과의 전체 검색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검색결과 첫 화면에 ‘최저 40만원’이라는 문구를 클릭하면 해당 치과정보를 바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비급여 진료비 최저가 치과가 메인으로 소개되는 셈이다.

 

B사이트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비급여 치과 진료비는 해당 치과에 직접 방문해 조사한 것으로 당사자들의 동의를 얻어 진행한 것”이라며 “요즘 환자들은 비단 가격만으로 치과를 선택하지 않는다고 본다. 환자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치과를 선택할 때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 환자는 물론, 의료기관이 사이트를 이용할 때 지불하는 비용은 없다”며 “사이트가 활성화된다면 향후 비즈니스 모델로 활용하는 계획은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직관적으로 최저가 치과를 찾아주는 이 사이트를 접한 모 원장은 “치과검색 결과를 ‘최저가’, ‘평균가순’ 등으로 나열하고 있는 모습에, 최저가 상품부터 찾아주는 ‘에누리닷컴’을 보는 듯했다”며 “아무리 싼 가격을 내세워도 환자들의 덴탈 아이큐가 높아져 스스로 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OO치과와 같이 수천 명의 피해자를 낳은 사건만 보더라도 ‘비용’에 대한 영향력은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진료비 공개, 무분별한 의료광고 ‘봇물’ 우려
무분별한 의료광고로 인한 피해는 결국 환자의 몫이다. 특히 저렴한 수가를 내세워 환자를 대규모로 유치해 결국 수천 명의 피해자를 낳은 OO치과 사건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무분별한 의료광고와 소위 먹튀치과 같은 부작용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비급여 진료비 공개가 내년부터 의원급까지 확대 시행될 예정이고, 현재 시범사업을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관련법의 취지는 환자의 알권리를 보장한다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치과계는 진료비 경쟁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에 대해 이미 충분한 학습효과를 경험했다. 따라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치과계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치과의사회(회장 김민겸·이하 서울지부)는 지난 7일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시범사업 및 의원급 의료기관 확대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는 제하의 성명을 발표했다.

 

서울지부는 성명서에서 “(비급여 진료비 공개는) 환자들로 하여금 의료기관 선택 기준을 오로지 ‘가격’, ‘비용’에만 맞추게 하는 우를 범하고 의료를 상품화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치과계는 저수가를 내세운 일부 무분별한 덤핑치과 사례가 사회적 문제로 비화된 바 있다. 국민 구강보건 증진을 위해 환자 상태에 따른 각기 다른 진단과 치료계획, 맞춤형 재료와 술식이 필요함에도, 마치 일반 공산품 비교하듯 단순 비교식 수가 공개는 환자들의 올바른 의료기관 선택을 막고 의료계를 향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이상훈) 또한 관련 성명에서 “개별 의료기관들의 시설이나 인력, 장비, 부가서비스 등의 특징은 반영하지 않고 온라인 등을 통해 단순히 비급여 진료비 액수만을 공개하는 것은 국민들이 ‘값싼 진료비만을 찾아 의료기관 쇼핑을 하게 하는 폐해’를 부추길 것은 자명하다”면서 “정부는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하기에 앞서 비급여 진료비의 과도한 마케팅을 통해 환자를 유혹하며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의료기관들에 대한 대처방안을 먼저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비급여 진료비 공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서울지부 법제위원회는 지난 20일 열린 회의에서 ‘불법의료광고 근절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의료광고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는 데 있어, 구회 및 회원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내고, 불법의료광고 근절을 위해 치협과 공조해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처벌이 강화될 수 있도록 구체적 방안 마련 등을 논의했다.

신종학 기자 sjh@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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