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아이들

2021.07.02 11:39:26 제926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23)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엄마와 같이 내원했다. 본인이 궁금한 사항을 묻고는 의젓하게 진료를 받았다. 그 옆 유니트체어에는 6학년 아이가 있었다. 의사전달을 잘하지 않고 입을 벌리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고 저학년이나 유치원생 정도의 행동을 보였다.

 

유아나 초등학생 아이들을 진료하는 데 있어 필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본인 협조도다. 유치원생이든 저학년이든 반드시 본인과 대화를 유도하고 본인 결정을 존중하여준다. 어린 아이들은 스스로 결정한 것에 자부심이 있어 좋은 협조를 보인다. 교정치료는 장기간 진료가 요하는 경우가 많아서 아이들과 대화 신뢰도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주 아이들에게 대화를 유도한다.

 

그럼 6학년 같은 2학년생과 2학년 같은 6학년생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6학년생의 부모는 아이가 2학년생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대학생 아들을 “우리 아이가”라고 표현하는 엄마들 인식과 같다. 시간에 따라 성숙하는 아이들에 대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부모가 과거 생각 속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에게 자기결정권을 주는 등의 성장에 따라 대우가 달라져야 아이들 또한 스스로 변화를 감지하며 성숙할 수 있다. 부모 사고가 시간에 따른 아이의 변화를 단지 키가 커진 것만으로 인식한다면, 아이는 자신 나이에 맞는 사회성을 익히지 못하고 부모가 생각하는 나이에 머무르게 된다.

 

유니트체어에서 입을 벌리라고 했을 때, 5살이라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5학년생에게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부모가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사회성과 자존감과 자기결정권이 키워지지 못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응석을 부릴 때 5살이라면 받아주는 것이 옳다. 그러나 5학년인데도 응석을 받아주면 심리적인 강화가 생기고 아이는 강화된 행동에서 벗어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원래 아이들 생활은 가정, 학교, 지역(동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집은 가족을 중심으로 한 휴식의 공간이고, 학교는 선생님을 중심으로 한 공부의 공간이며, 동네는 친구를 중심으로 한 놀이공간이었다. 이 세 공간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성장하는 아이는 부모의 영향도 1/3로 감소되기 때문에 과잉보호가 또래 사회성을 익히는 데 방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동네 친구가 없어지며 또래 문화를 익힐 수 없어졌다. 학교 교육은 붕괴되었다. 가족 간의 휴식시간을 학원이 차지했고 집에서는 잠만 자게 되었다. 집에 있어도 가족 간에 소통이 어려워 대화 없이 스마트폰만 보는 현실이다. 예전에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인 7살까지 집에서 엄마와 형제들과 가족 간에 생활했다.

 

동네에 나가면 나이가 다른 친구들 사이에서 나이에 맞는 역할이 주어지고 그에 따라 나이에 맞는 자존감과 사회성 그리고 자기결정권을 익힐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어린이집이 엄마의 보육을 대신한다. 엄마는 편해졌지만, 아이에게 가족 간 유대감이 깊어질 기회는 줄어들었다. 유치원부터 시작된 학원시간은 놀이시간과 휴식시간을 잠식하였다. 대학 갈 때까지 오랜 시간을 휴식 없는 집과 놀이 없는 학원을 감당해야 한다.

 

시대는 바뀌었는데 아이들과 중고생들 생활패턴은 바뀌지 않았다. 수명은 연장되어 100세 시대가 되었는데도 교육은 아직도 60세 환갑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바꾸거나 직장에 취업하고도 적성에 맞지 않아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이 증가됐다.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20%를 넘었다. 그런데 아직도 교육은 입시중심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학전공 하나로 평생을 살던 시대는 지났건만, 부모들은 아직도 입시 일변도 생각에서 못 벗어나고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선생님에 친구 역할까지 하려고 한다.

 

학원시간을 줄이는 생각 유연성이나 나이에 따라 응대를 바꿔주는 등의 현명함이 요구되건만, 부모는 현재보다 과거에 머물거나 미래를 보고 있다. 초등시절엔 과거에 머물고 중고생 때는 미래만 본다. 정작 중요한 것은 ‘오늘의 행복’이건만, 미래 행복을 위해 너무 많은 ‘오늘의 희생’이 요구되는 아이들 현실이 안타깝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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