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를 보며

2021.07.30 11:31:26 제930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27)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복날 무더위가 한창이다. 이 더운 때 올림픽을 하는 선수들도 고생이다. 이때쯤이면 도쿄는 70% 이상 습도에 고온으로 거리에 사람조차 잘 다니지 않는다. 올림픽 축구 경기를 보면서 타국 자책골에 대해 고맙다는 자막이 나오는 것을 보고 어의가 없었고 한심함을 넘어 심각하게 느껴졌다. 비록 상대편으로 경기는 하지만 같은 선수로서 감정적인 안타까움을 공유하지 못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전혀 깔려있지 않은 자막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 배려심 없는 자막을 쓴 사람이 20~30대일 것으로 유추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MZ세대로 불리는 그들은 1등을 강요받고 자신만 잘나면 된다고 배운 세대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는 무심코 자신이 늘 하던 대로 했을 것이며 그것이 왜 심각한 문제인지 몰랐을 것이다. 결코 필자가 그들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걱정할 뿐이다.

 

필자도 그들 나이에는 몰랐기 때문이다. 우선 하루아침에 나라가 파산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유학하던 30대 중반에 IMF로 인해 생활비를 받지 못하고 살림과 자동차를 팔아서 근근이 버틴 기억이 생생하다. 얼마 전 대통령이 이제 선진국이라 했지만, 필자는 믿지 않는다. 필자뿐만 아니라 60대 이상은 믿지 않을 것이다. 간단하게 생각해보자. 미국에서 금리를 올리면 한국경제는 한 번에 흔들린다. 지금 올림픽 경기를 하는데 우리나라와 시차가 없는 사실을 사람들이 잘 모른다. 사실 우리는 동경시를 사용하기 때문에 시차를 못 느끼지만, 실제로는 서울은 도쿄보다 30분이 늦다. 군사정부시절에 미군 군사작전 용의성과 경제적인 이유로 동경시를 사용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런 것들을 실제 삶 속에서 체험하고 살아온 세대들은 선진국이란 말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20~30대는 다르다. 그들은 실제로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믿는다. 그들은 하루아침에 나라가 파산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지 못해 모른다. 그들은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원화 가치가 오르지 않고 더 떨어지는 이유를 모른다. 그들은 상대방의 아픔을 이해할 필요를 모르기 때문에 배려하지 못한다, 서로 같이 집을 사지 않으면 집값이 떨어짐을 모른다. 남에게 이기는 것만 배워서 지는 것이 이기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각각 손가락이 손에서 출발했음을 모른다. 물론 그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기성세대들에게도 책임은 크다. 대선 출마 후보들조차 같은 당끼리 네거티브가 선을 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오죽하겠나 싶다. 늘 이런 추한 모습들만 보여주고 올바른 모습이 무엇인지 제시해주지 못하는 기성세대들 책임이 크다.

 

필자는 MZ세대라고 불리는 20~30대의 장점도 보고 있다. 그들은 기성세대가 이루지 못한 일들을 이루었다. 한류 열풍을 주도하는 BTS도 있고 이번 올림픽 주역들도 그들이다. 다만 한 가지 노파심은 삶은 오름이 있으면 내림도 있고, 성공이 있으면 실패도 있고, 1등이 있으면 꼴찌도 있다는 것이다. 그들 세대가 아직은 모르지만 언젠가는 만난다는 것이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을 모른다. 상대방의 아픔을 보지 못하면 방만하기 쉬워 승리를 이어갈 수 없다.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면 마음이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실패했을 때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날 용기를 내지 못한다.

 

지금 화려함과 거리에 즐비한 외제차 그리고 GNP, GDP. GNI등 수치를 보고 선진국이라고 믿는다. 이젠 대통령까지 선진국이라고 말했으니 진짜 선진국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미국이 금리를 6% 올리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는 허상이란 것을 모른다. FRB가 6% 올리면 우리는 9%가 됨을 모른다. 빚은 공짜가 아니고 빚을 주는 자는 반드시 이유가 있음을 모른다. 손가락 움직임의 시작은 손이 아닌 머리다. 머리는 고사하고 다른 손가락도 같은 손에 붙어 있는 것조차 모르는 것이 안타깝다. 그 사실을 깨닫게 되는 어는 날에 다시 일어날 용기를 낼 수 있을까하는 노파심일 뿐이다.

 

상대방의 아픔을 보지 못하면 그 처지가 되었을 때 재기하기 어렵다. 다섯 손가락이 모두 다 손인 것을 손가락만 모른다.

 

기자
본 기사의 저작권은 치과신문에 있으니, 무단복제 혹은 도용을 금합니다

주소 : 서울특별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치과의사회관 2층 / 등록번호 : 서울아53061 / 등록(발행)일자 : 2020년 5월 20일 발행인 : 강현구 / 편집인 : 최성호 / 발행처 : 서울특별시치과의사회 / 대표번호 : 02-498-9142 /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