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쿠팡의 불공정행위로 본 비급여 강제 공개

2021.08.16 09:37:10 제931호

치과의사 김용범 변호사의 법률칼럼-20

■ “비급여진료비 공개 및 보고” VS 쿠팡 “아이템 위너”

최근 제가 직접 수행하였던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사건에서 좋은 결과를 도출하여 이에 대하여 간단히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본 사건은 치과의사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좋은 선례가 될 것입니다. 사건명은 이른바 “쿠팡의 상품공급계약 및 마켓플레이스 서비스의 이용 및 판매에 대한 약관 상 불공정약관조항에 대한 건”입니다. 

 

많은 독자들께서도 쿠팡이 운영하는 로켓배송 서비스 등을 이용해보신 경험이 있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판매자의 입장에서 쿠팡 플랫폼(이하 ‘쿠팡’이라 합니다)을 이용하신 분은 많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쿠팡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쿠팡이 판매자에게 제시하는 두 가지 약관에 동의를 하여야 하는데 하나가 ‘상품공급계약’이고, 다른 하나가 ‘마켓플레이스 서비스의 이용 및 판매에 대한 약관’입니다. 

 

위 약관의 내용 중에는 판매자가 쿠팡에 제공한 컨텐츠의 사용허락 및 소유권이전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쿠팡은 이를 바탕으로 ‘아이템 위너’ 제도를 운영하였는데, 실질적으로 무한 가격경쟁을 유도하는 시스템으로 많은 폐해를 야기하였습니다. 쿠팡 아이템 위너 정책을 보면,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하고 보고하라는 최근 개정 의료법으로 인한 폐해가 어떠할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 개요

1. 2020. 6. 26. 아이템위너 정책 등 쿠팡이 운영하는 플랫폼의 각종 문제점을 바로잡고자 ‘상품 콘텐츠를 공급한 납품업체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약관’과 ‘고의ㆍ중과실에 의한 책임마저도 납품업체에 전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약관’ 등 쿠팡의 불공정 약관조항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에 약관심사를 청구하였습니다. 

 

2. 쿠팡에서 아이템위너가 되면 상품 검색 시 위너만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사실상 독점적인 판매권한을 부여받게 되고, 그 동안 최초 판매자가 노력과 비용을 들여 만든 대표 이미지와 상품명, 상품 구매후기 등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쿠팡 측의 발표(배송기간이나 고객응대 등 다양한 기준을 고려하여 아이템 위너가 선정된다)와는 달리 실제로는 가격을 단지 1,000원이라도 싸게 판매하게 되면, 그 판매자가 새로운 아이템 위너가 되어 기존 위너의 대표 이미지 등을 가져오게 됩니다. 심지어 동일 제품이 아니라 유사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아이템 위너로 매칭이 되는 사례도 다수 있었습니다.

 

3. 아이템 위너로 선정되었다가 위너 자리를 빼앗기게 되면 판매량은 급감할 수 밖에 없고, 아이템을 최초로 발굴한 판매자 입장에서는 본인의 콘텐츠와 이용후기 등을 다시 되찾아오기 위하여 다른 판매자들과 출혈경쟁을 할 수 밖에 없으며, 손해를 보더라도 가격을 낮추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름과는 달리 아이템 위너로 선정되면 치열한 가격경쟁 결과 ‘루저’가 되는 것입니다. 

 

■ 주요 내용

1.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 7. 21. 본 사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1. 귀하께서 우리 위원회에 청구하신 위 사건을 심사한 결과, 피조사인이 사용하는 ‘상품공급계약’ 7.2조 및 7.3조는 「약관법」 제6조 제2항 제1호에 해당하며, 동 약관 13.2조는「약관법」 제7조 제2호에 해당하므로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피조사인이 사용하는 ‘마켓플레이스 서비스의 이용 및 판매에 대한 약관’ 제17조 제3항 제6항 제7항은 약관법 제6조 제2항 제1호에 해당하며, 동조 제5항은 약관법 제7조 제1호에 해당하므로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2. 법무법인 오킴스가 불공정약관심사 청구를 한 모든 약관 조항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는 ‘약관규제법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3. 대표적 온라인 이커머스 플랫폼 회사인 쿠팡은 거래업체를 상대로 보유한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하여 쿠팡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판매회사의 원저작물 뿐만 아니라 2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자신들에게 양도하게 하고, 쿠팡의 고의 및 중과실에 의한 손해도 면책하는 등 『약관규제법』에 위반된 불공정한 약관조항을 사용하고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4. 쿠팡은 조사과정에서 문제가 된 약관을 긴급하게 수정 또는 삭제하였는데, 이는 스스로 그동안 사용하고 있던 약관이 불공정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향후 전망

1. 아이템위너로 인한 부작용 감소 예정
    - 판매자가 제공한 상품 콘텐츠의 저작권 및 소유권은 회사에게 이전되지 않고, 유통목적을 위한 일시 사용권한만 보유하게 되며, 판매자가 아이템위너가 되는 경우에만 대표이미지로 활용됨.
    - 판매자의 상품 콘텐츠가 부적절하게 사용되는 경우 회사는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여야 함.
2. 저작물의 소유권 및 사용에 대한 약관 조항이 무효로 판단받음에 따라 그 동안 아이템위너 관련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게는 민사상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림.

 

■ 치과의사의 사회 참여

본 사건은 실은 판매자로서 쿠팡을 이용하고자 했던 치과의사의 제보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위 치과의사 외에도 다수의 소상공인이 많은 피해를 입고 있었고, 많은 피해 소상공인들이 제게 상담을 요청해왔습니다. 그러나 막상 법적 조치를 취하여야 하는 단계가 되었을 때에는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인 쿠팡을 계속 이용하여 판매활동을 진행하여야만 했기 때문에 쿠팡이라는 거대 이커머스 공룡을 상대로 법적 행동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팽배하였습니다. 또한 ‘쿠팡을 상대로 어떻게 이겨’라는 생각도 다수 존재하였습니다. 

 

그러나 위 치과의사는 쿠팡과의 거래관계가 종료되더라도 본인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다수의 판매자가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을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보고 용감하게 나서 사건이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저와 저희 법무법인도 관련 약관의 내용을 정밀하게 검토하고 입증자료와 익명의 제보를 통한 피해사례를 수집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건을 진행하였고, 결국 지난달 말 경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건 진행 과정에서 SBS 8시 뉴스, MBC ‘스트레이트’ 등 탐사 보도에 출연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문제점을 알렸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사건이 접수된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아서 인지는 몰라도(추측) 사건 진행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에 언론의 관심은 소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치과의사 의뢰인과 치과의사 출신 변호사가 힘을 합쳐서 국내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의 정책을 바꿀 수 있었고, 이러한 혜택은 쿠팡을 이용하는 또는 이용하고자 하는 모든 소상공인들이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본 사건은 치과의사의 사회 참여 내지 사회적 역할에 대한 좋은 선례가 될 것입니다. 치과 의료기관 내에서의 문제 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 겪는 각종의 문제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갖고 실제 행동에 나선다면, 다양한 사회문제를 우리 손으로 직접 바로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신종학 기자 sjh@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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