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분실기

2021.08.19 11:47:55 제932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29)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어제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나가려는데 스마트폰이 없었다. 첫 번째로 당황한 순간이었다. 생각해보니 대체휴일로 평소와 달리 빈자리가 많아서 앉아오다가 옆자리에 놓고 내린 모양이었다. 일단 출구 옆 역무원에게 이야기하니 내린 위치를 확인하고 오라고 하였다. 다녀오니 어느 방향으로 가는 차였냐고 묻는다. 강변에서 왕십리 방향이라고 답하니 자신은 2호선이 아닌 7호선 역무원이라고 2호선에 가서 말하라고 하였다. 두 번째로 당황한 순간이다.

 

2호선 역무소를 찾다가 시간이 많이 경과되어 더 이상 어느 열차인지 아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포기하고 분실 폰에 전화를 걸려는데 공중전화가 없다. 일단 출근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병원 연구실에서 직원에게 휴대폰을 빌려서 전화를 돌리기 시작하였다. 병원 전화기는 거의 구내용이고 외부용이 필요하면 별도로 신청해야 하는데 무제한 통화 스마트폰이 있으니 별로 필요성을 못 느껴서 신청하지 않은 탓이다.

 

우선 분실 폰에 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는다. 누군가 주워서 돌려줄 의사가 없다는 부정적 생각이 들었다. 일단 분실 폰 기능을 정지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통신사에 전화해 발신금지로 바꾸고,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위치 추적과 기능 차단을 하려는데 비밀번호가 틀리다고 나왔다. 서너 번 틀리니 20분 뒤에 다시 시행하라는 메시지가 왔다. 생각 끝에 비밀번호를 재설정하려는데 개인 신분증명을 위해 스마트폰 인증을 하라고 한다. 세 번째로 당황한 순간이었다.

 

최근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않다 보니 스마트폰이 없으면 개인을 인증할 방법이 별로 없다. 순간 필자가 살고있는 사회에서 내 자신이 내가 아니고 스마트폰이 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로지 오프라인에서만 필자가 자신이었고, 온라인 속에서는 스마트폰 기기가 필자였다. 기기의 기능 차단이 어려운 상황이 되어 제조사에 전화를 거니 통화량이 많아 30분 후에 상담원과 연결되었는데 자신은 세탁기 담당이라고 스마트폰 담당자가 전화할 수 있도록 번호를 남겨달라고 하여 얼마나 걸리냐는 질문에 통상은 1~2일 걸리는데 긴급으로 해도 오후 늦게나 될듯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네 번째 당황이었다. 결국 제조사와의 통화도 불가하였다.

 

순간 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촘촘하게 연결된 세계 속에 접근하는 키인 스마트폰을 분실하는 순간 그 세계와 모든 접속이 끊어지고 고립되어 섬이 되어버린다. 다시 개별적으로 기능을 차단해야 한다는 생각에 주거래은행에 전화해 모든 계좌의 입출금을 차단하였다. 각 카드사에 전화해 카드를 중지시키려는데 모두 ARS뿐이다.

 

반나절이 지났다. 중간에 틈틈이 분실 폰에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여러 번 전화해도 역시 받지 않았다. 길어지는 신호음을 기다리다 끊으려는데 누군가 받았다.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누구냐고 물으니 강변역 역무원실이라고 했다. 필자가 지하철을 기다리며 앉았던 의자에 놓고 온 것이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찾아오면서 해프닝은 종료되었다. 다시 카드사에 전화해 정지를 풀었지만 은행은 직접 방문해야 한단다. 제조사에 비밀번호를 바꾸고 들어가 보니 위치 추적에서 스마트 페이 차단 기능과 모든 데이터 삭제 기능도 있고 백업 기능도 있다. 그동안 모르고 살다가 정장 분실하고 나서야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혹시 다시 분실할 때를 대비해 다른 곳에 ID와 비밀번호를 잘 기록해 두었고 패턴도 조금 어렵게 만들고 은행 앱은 보안 폴더로 옮겨서 한 번 더 확인하는 절차를 설정하였다. 퇴근하려는 즈음에 제조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디지털 사회에서 스마트폰이 은행업무, 카드, 신분증 등 다양한 기능을 하다 보니 분실하는 순간 사회로부터 차단된다. 아날로그인 본인은 사회로부터 차단되고 섬이 되어버린다. ID, 비번, 전화번호 등등 모든 개인 정보가 그 안에 있으니 분실하는 순간 모든 것이 사라진다. 공중전화도 없지만 스스로 외우는 번호도 별로 없다. 스마트폰 기기가 80%는 필자를 대신하고 있었다. 고작 20%가 필자이다. 그 20%가 지금 글을 쓰고 있다. 이제 차단 해지를 위해 은행에 가야 할 시간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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