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쓰레기에 대한 단상

2021.10.14 15:32:54 제939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36)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매주 수요일마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린다. 양손 가득 들고 나가기도 하고 명절 때는 두 번 다녀오는 경우도 있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이 두 사람 사는 집에서 무슨 재활용 쓰레기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가 하는 생각이다. 왠지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는 듯한 죄책감이 들 때가 많다. 가급적 일회용 물품을 자제하며 쓰레기를 줄이려고 최대한 노력하는데도 불구하고 두 손 가득 집어도 부족한 경우에는 마치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파라사이트라는 생각마저 든다.

 

코로나 이후에 더 많은 재활용 쓰레기가 나오는 듯하다.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해보면 제일 많은 것이 비닐, 플라스틱, 종이다. 비닐과 플라스틱은 석유화학 제품이고 종이는 나무로 만든다. 결국 나무는 줄어들고 석유사용량은 증가되는 것으로 환경파괴의 주범 역할을 한다.

 

필자가 재활용 분리수거를 처음 접한 것은 일본 유학 시절이었다. 일본은 80년대에 이미 분리수거를 시행하고 있었다. 우리처럼 요일을 정하고 모든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아니고 요일 별로 버리는 품목이 달라서 늘 신경 써야 했던 것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귀국하고 몇 년 지나서 우리나라도 아파트서부터 분리수거를 시행했는데 초창기에는 주민들이 분리수거 해놓으면 가져가는 수거 회사가 구분 없이 한꺼번에 차에 싣는 것을 보고 황당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 면에서 지금은 그래도 잘 지켜지는 편이지만 최근 들어 생각보다 쓰레기 배출량이 더 많이 증가했다.

 

그중 가장 큰 이유는 포장지가 증가한 탓이다. 온라인 구매가 증가하면서 택배로 인한 포장지가 늘었다. 생수 또한 20L 큰 통으로 시키던 것을 2L 페트병으로 주문하면서 더 증가한 탓도 있다. 그나마 필자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치킨 배달을 시키는 것 외에는 거의 음식 배달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쓰레기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배달이 많은 사람들은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환경부 조사에 의하면 최근 5년간 가정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 양은 매년 평균 6∼8%씩 증가했고, 올해는 그 속도가 더 빨라서 1∼8월에 배출량이 전년 대비 플라스틱이 14.6%, 비닐이 11% 늘었다고 한다. 결국 재활용 쓰레기 배출량 증가는 필자만의 문제가 아니고 모두가 직면한 문제이다. 최근 마스크도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뉴스에서 마스크 끈에 다리가 묶여서 죽은 새의 사진을 본 뒤로 필자도 이제는 습관적으로 마스크를 버릴 때 끈을 떼고 버린다.

 

지구에 수많은 종류의 생명체가 살고 있는데 환경을 치명적으로 파괴하는 종은 오로지 인류라고 한다. 지구 입장에서 보면 인류는 기생충보다 더 나쁜 치명적인 생명체이다. 사실 기생충은 호스트와 공존을 택하기 때문에 호스트에게 치명적인 해악을 끼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생각이 없는 기생충조차도 호스트와 공존을 택하는데 인류는 알면서도 멈추지를 못한다.

 

지구 온도가 6℃ 오르면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대량 분출돼 모든 생명체가 대멸종한다. 1℃ 오르면 킬리만자로 만년빙이 사라지고 가뭄이 지속되어 10% 육상식물이 멸종한다. 2℃ 오르면 해수면이 7m 상승하고 이산화탄소를 바다가 흡수해 바다생물이 죽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2018년에 온도 상승 폭이 온난화 마지노선인 ‘1.5도’에 도달하는데 30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해 단기미래를 2021~2040년으로 정의하였으나, 최근엔 10년이 단축돼 20년 내로 넘을 것이란 암담한 전망을 하고 있다.

 

필자도 지구 온난화 영향을 실감하고 있다. 추석이 지나고 10월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낮에는 더워서 에어컨을 켜고 진료를 한다. 밤에는 모기가 극성이어서 모기향을 피우고 자고 공원에 운동하러 갈 때도 모기기피제를 뿌리고 나간다. 4~5년 전이라면 이미 여름옷은 모두 세탁하고 가을옷으로 바꿔 입었고 새벽 아침 공기가 차가워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는데 10월 중순인 지금도 쌀쌀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구는 열이 나서 아프다고 인류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다. IPCC는 3년 사이에 기후변화에 가속이 붙어서 획기적 변화가 없다면 추세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다음 주 수요일에는 한 손으로 가볍게 나가면 좋겠다.

 

기자
본 기사의 저작권은 치과신문에 있으니, 무단복제 혹은 도용을 금합니다

주소 : 서울특별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치과의사회관 2층 / 등록번호 : 서울아53061 / 등록(발행)일자 : 2020년 5월 20일 발행인 : 김민겸 / 편집인 : 이재용 / 발행처 : 대한치과의사협회 서울지부 / 대표번호 : 02-498-9142 /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