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과 공정의 차이

2021.10.28 13:53:00 제941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38)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모 대선 후보가 “요즘 청년들이 불공평한 생존보다 공평한 파멸을 바라기 시작했다”라 했다. 인간 입장에서 생각하면 맞는 말일 수도 있으나, 자연 입장에서 보면 틀린 말이다.

 

공평함이란 자연의 법칙이지 인간의 법칙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평함은 비가 내릴 때 차별 없이 내림을 말한다. 공기가 악인과 선인을 구별 없이 주어지는 것을 공평이라 한다. 불공평은 공평하게 내린 비를 독사가 마시고 독을 만들고 약초는 약을 만든 것처럼 차별이 생김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런 불공평마저도 공평하게 분배되는 것이 자연의 공평함이다. 산은 높은 곳과 낮은 곳이라는 불공평으로 이루어져 있다. 불공평이 없다면 산도 없다.

 

공평함과 불공평함 역시 자연의 법칙일 뿐이다. 이것을 요즘 청년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자연계에는 모두가 잘사는 세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의 질서는 秩序(질서)라는 단어에서 보듯이 차례와 순서가 있을 뿐이다. 여름이 덥다고 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일이 없다. 공평이란 차례와 순서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자연법칙으로는 모두가 다 잘사는 이상세계는 없다.

 

다만 인간은 비교하지 않고 주어진 일에 만족하면 개개인이 잘 살 수 있다고 성현들이 가르쳐 주었다. 인간이 신의 영역인 공평을 논하는 것은 인간의 속성인 비교 때문이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잘살 수 있지만, 비교하는 순간 불공평해진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은 자연에 순응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수행하면 되고 이를 운명 혹은 숙명이라 했다. 그러나 인간은 생각하며 분별하고 차별에 대한 자의적 판단을 하면서 스스로 불공평해졌다. 선악과를 따먹은 순간이다. 10억을 가지면 1백억 가진 사람이 있고 1백억을 가지면 1천억을 가진 사람이 있다.

 

높은 산 바위틈 사이에 자리 잡은 멋진 소나무를 보고 사람들은 찬탄하지만, 소나무 입장에서는 최악의 환경에 불공평함의 끝장판이다. 바람에 흩어지는 솔씨가 사방으로 날리는 것이 공평함이고, 들판이든 바위산 돌 틈 사이든 가리지 않고 내리는 것이 자연의 공평함이다. 나쁜 환경에 주어진 솔씨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수행하면 된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며 솔씨의 숙명이다. 싹을 틔우고 온갖 역경을 견디고 멋진 소나무로 자라는 일이다. 어떤 솔씨는 멋진 소나무가 될 것이고 어떤 솔씨는 도태될 것이다. 이 또한 자연의 공평한 불공평이다.

 

자연은 인간에게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주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란 누구에게나 주어진 일들이다. 아버지는 가장의 일이 있고 부모는 부모의 역할이 있다. 학생은 학생의 일이 있고 선생은 선생의 일이 있다. 의사는 의사가 해야 할 일이 있고 환자는 환자의 역할이 있다. 이런 것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이지만 결코 쉬운 것만은 아니다. 우선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고 익숙해진 후에는 게을러지지 않는 것이 어렵다. 우리가 늘 접하는 운동만 보아도 그렇다. 처음 시작하면 여기저기 아프다가 익숙해지면 꾸준히 행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늘 깨닫는다. 농경시대에는 삶 자체가 단순해 마땅히 해야 할 일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는 고도화된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하여 업무가 다변화되며 마땅히 해야 할 일도 더욱 증가되었다. 이로 인해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다양하게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금수저’, ‘아빠찬스’라는 용어를 흔히 접한다.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과 무관한 불공평에 대한 용어이다. 그러나 자연의 법칙이기 때문에 그런 불공평은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바꿀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공정함이다. 공평은 자연의 법칙이고 공정은 인간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자연법칙에 공정이란 없다. 인간사회는 공정할 수 있기 때문에 공정해야 한다.

 

청년들이 참을 수 없는 것은 불공평이 아니라 불공정일 것이다. 만약 청년들이 불공정이 아닌 불공평을 논한다면 자연법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공평한 파멸에 이를 수도 있다. 인류는 이미 공평한 분배를 주장한 마르크스에 의해 공산주의를 경험하였고 수많은 피를 흘렸다. 불공평하지 않으면 산도 멋진 소나무도 없다. 자연은 공평하지 않고 솔씨는 해야 할 일만 할 뿐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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