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

2021.11.08 17:20:28 제942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39)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살다 보면 마땅히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들이 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란 누구에게나 주어진 일들이다. 농부는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에 키우고 가을에 수확을 해야 한다. 가장은 가족을 위해 일을 한다. 선생님은 가르치고 학생은 배운다. 의사는 치료를 하고 환자는 낫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은 나중에 대가를 치러야 한다. 봄에 씨를 뿌리지 않은 농부는 가을에 수확할 것이 없다. 이처럼 마땅히 해야 할 일은 항상 때가 있다. 농부처럼 그때에 그 일을 해야만 한다. 해야 할 일을 행한 후에 결과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이것을 운명이라 한다. 반면 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결과는 운명이 아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농부가 밭을 가는 데 큰 바위가 나오듯이 삶에는 여기저기 장해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장해를 극복하고 수행하는 자와 좌절하고 멈추는 자로 나뉜다. 장해를 극복한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 되고 멈춘 사람은 보통 사람이다. 물론 타고난 능력이 있어서 순조로운 사람이 있는 반면 보통 사람들은 엄청난 노력을 하여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타고난 능력과 선천적인 능력 부족이다. 육상에서 동양인이 키가 크고 순발력이 좋은 아프리카인을 이기는 것은 원천적으로 어렵다. 하버드대학의 천재들을 보통 사람들이 노력한다고 따라갈 수는 없다. 이럴 때는 꿈을 낮추고,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일을 나누면 된다. 음악을 좋아하는데 재능이 있으면 가수를 하는 것이고 재능이 없으면 음악을 들으면 된다.

 

하고 싶은 일이 직업으로 되는 것은 천재이거나 금수저가 아닌 보통 사람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은 취미가 되고 하기 싫은 일이 직업이 된다. 보통 사람이 하기 싫은 직업을 버리고 하고 싶은 취미를 직업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가 할 일을 하지 않는 순간이 되면서 나중에 행하지 않은 결과에 대한 책임이 돌아오게 된다. 그래도 이들은 게을러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이들보다는 낫다. 게을러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자는 나중에 결과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들은 결과가 없을 뿐이지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즉,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면 나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해야 할 일과 더불어 해서는 안 될 일도 증가했다. 몰카에 성추행 범죄가 증가하다 보니 사회가 과민해졌다. 요즘은 예쁜 아기를 보아도 추행으로 위법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머리를 쓰다듬으면 안 된다. 또 누군가를 빤히 쳐다보아도 안 된다. 얼마 전 통과된 ‘기분 나쁘게 쳐다보기 금지법’은 법으로 타인을 쳐다보는 것을 금지하였다. 법 가치의 옳고 그름을 떠나 지금 우리 사회가 매우 복잡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10년 전만해도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해서는 안 될 일과 해야 할 일이 급증하였다.

 

최근 일간지에 일본의 50대가 겪고 현실적 문제를 다룬 기사가 이슈가 되었다. 노부모를 모셔야 하는 일과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 시기에 부부 갈등도 증가되는 부담마저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농경시대에는 61세에 환갑잔치를 할 만큼 수명이 짧았다. 50대가 노부모를 봉양해야 할 일이 없거나 있더라도 기간이 매우 짧았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수명이 늘어나면서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일로 50~60대가 해야 할 일이 증가했다. 노인이 노인을 봉양하는 일이 새롭게 해야 할 일로 주어졌다. 준비 없이 이 같은 해야 할 일이 증가되면 개인적인 여건에 따라 많은 어려움과 문제가 유발된다.

 

요즘 우리 사회는 준비 없이 이런 문제에 직면하였다. 신생아를 버리고, 노인과 아동을 학대하고, 잘못에 대한 창피함을 모르는 등 상식을 벗어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마땅히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배우지 못한 탓이다. 가르치는 것은 교육이고 실천하는 것은 개개인의 양심과 양식이다. 교육의 부재가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다.


기자
본 기사의 저작권은 치과신문에 있으니, 무단복제 혹은 도용을 금합니다

주소 : 서울특별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치과의사회관 2층 / 등록번호 : 서울아53061 / 등록(발행)일자 : 2020년 5월 20일 발행인 : 강현구 / 편집인 : 최성호 / 발행처 : 서울특별시치과의사회 / 대표번호 : 02-498-9142 /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