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홀의 미학, 바이올린

2021.12.13 14:33:56 2021FW

글 / 현석주 편집위원

 

필자가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생 때이다. 그때 부모님께서 사주신 악기를 쓰다가 최근 내가 직접 바이올린을 구매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바이올린이라는 현악기에 대해 여러 가지를 알게 되었다. 이제까지는 수동적으로 바이올린 선생님이나 주변의 지인에 의해 권유되는 바이올린을 접했다면 이젠 좀 더 알아보고 제작자들이나 판매자 분들과도 직접 만나서 나에게 맞는 물건(?)을 쓰고 싶어졌다. 이곳저곳 알아보고 책들도 보지만 그 역사와 무궁한 소리의 깊이에 대해 아직도 신비한 바이올린 세계의 안개 속을 거닐고 있는 듯하다. 바이올린을 연주해보고 싶은 분들이 악기를 구매하려 할 때, 고려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거니까.

 

바이올린의 역사

바이올린의 역사는 153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탈리아 등지에서 사용되던 레벡, 리라 다 브라치오, 피들 등의 악기에서 조금씩 진화 변형되어 발전되어 오다가 오늘날의 4현의 현악기가 된 것은 1550년대라고 한다. 현재까지 이 기본적인 틀로 거의 변함 없이 제작되어 오고 있다.

 

이탈리아 브레시아와 크레모나, 이곳은 바이올린의 성지 격인 곳이다. 1500년대부터 꾸준히 이 고장에서 유명한 바이올린들이 제작되었고 현재까지도 바이올린 명장들이 배출되는 곳이다. 언젠가 꼭 나도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지만 코로나19로 언제쯤이나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f홀이란?

f홀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바이올린의 해부학을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나중에 수리할 경우도 생기고 파손되었을 때 유용하다. 바이올린 앞판의 안쪽에 붙어있는 가늘고 긴 막대가 속나무인데 이 속나무와 앞판과 뒷판 사이에 기둥을 ‘사운드포스트’라고 하며 이 사운드포스트가 울림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바이올린 소리는 나무의 재질, 모양, 구멍, 표면에 칠한 니스, 바니쉬 등 거의 전 제작과정의 모든 요소가 소리의 미학에 관여한다. ‘f홀’ 이것은 바이올린 앞판의 알파벳 f 모양의 구멍을 말한다. 수많은 구멍의 모양을 시도해 보았고 디자인과 소리의 최적 모양이 f 모양인 것이다. 이 모양이 길들여져서 거의 정립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도와 노력이 있었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f홀 모양 하나만 가지고도 소리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그 예민한 바이올린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는 연주자와의 조화가 진정한 소리의 발성의 완성이 아닐까 한다. 바이올린은 비올라보다 작고 첼로보다는 더 작다. 그래서 예민하다. 그러면 소리의 크기가 첼로보다 작을까? 아니다 고음의 볼륨은 어느 다른 현악기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연주홀을 풍부하게 울리기에 절대 모자라지 않는다.

 

 

이탈리아 크레모나

이탈리아의 ‘크레모나’라는 지역이 있는데 다른 지방과 달리 단풍나무의 단단함과 밀도에 영향을 주는 기후가 바이올린의 재료로 쓰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곳이었다. 또한 재료가 되는 나무의 건조에도 좋으며 악기표면에 바르는 바니쉬의 건조에도 좋은 온도와 습도를 가진 곳이라고 한다.

 

1700년대, 지금부터 320년 전, 이탈리아 크레모나에 우리가 한번은 들어본 바이올린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가 만들어진 곳이다. 바이올린은 제작에만 수십 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좋은 나무를 고르고 고른 나무를 베어내고 베어낸 나무를 말리고 자르고 조립하고 칠하고 등등.

 

현악기가 여느 악기들과 다른 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세련된, 노련하고 먼 곳까지 울림이 퍼져 나갈 수 있는 좋은 악기가 된다는 것이다. 쓸수록 중고가 돼서 소리가 낡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섬세하게 소리가 점점 더 자연스러워지며 시간을 품은 격조 있는 소리가 날 수 있으며 더군다나 가격까지도 높아진다. 물론 제대로 잘 만든 악기의 경우다.

 

악기의 수명

악기의 수명은 어느 정도나 될까. 현재 1700년대에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우스가 만든 300년 정도 된 악기가 약 600여 대 남아있다. 평생 1,100대 정도 만들었다고 한다. 바이올린은 나무로 만들다 보니, 그 수명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 깨질 수도, 나무가 터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300년 이상을 사용한다니 그 제작자의 정성과 노력이 가히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막 만든 바이올린보다는 50년에서 100년 정도 시간이 지나야 트인 소리가 난다. 제작자는 자기가 만든 악기의 전성기 소리를 못 들을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유명한 악기 제작자가 만든 악기는 족보도 있다. 악기의 보증서도 있다. 유럽의 이름있는 악기 제작자들의 이름을 나열해 놓은 명부도 있다.

 

 

수제 바이올린

바이올린은 양산형과 수제가 있다. 공장에서 다량으로 분업화하여 찍어내는 양산형으로 제작된 바이올린이 있다. 연습용으로는 그만이며 중국산 국산 다양하다. 최근에 이탈리아로 유학한 한국인들이 꽤 있어서 제작과 수리에 훌륭한 감각을 보여주고 있는 상태다. 양산형도 잘 골라서 오래 쓰면 나쁘지 않다. 사용한 나무의 품질, 니스의 종류, 니스를 바른 횟수 등에 따라서도 가격이 차이가 좀 난다.

 

수제는 일일이 전 과정을 제작자가 하나하나 다 만드는 것이다. 국내 제작자도 좋은 가격의 악기를 제작하고 있으며 크레모나 악기 콩쿠르에서 수상하는 한국인도 종종 있다. 그런 악기는 가격이 좀 된다. 올드 악기라는 것도 있다. 제작된 지 오래되고 누군가 사용하던 중고 악기인데 소리가 나쁘지 않고 보관상태가 쓸만한 악기인데 이쪽 계통에서도 정립된 올드 악기의 기준은 없는 것 같다. 50년 이상? 100년 이상으로 추정하거나 증명서가 있는 악기라고 생각된다. 제작자가 족보에 있는 분이라면 가격은 상당하다.

 

요즘은 카본 악기라는 것도 있다. 나무의 한계를 극복해보기 위해 실험적으로 제작된 수준인데 앰프에 연결할 수 있는 전자바이올린이 개발되면서 다양한 재료가 가능한 것이다.

 

활은 따로다

구매 시 활에 대한 부분을 언급 안 할 수 없다. 활은 바이올린 현을 문질러서 진동을 만드는 막대기로 말총과 나무로 제작된 비교적 간단한 구성인데도 그 제작 철학이 심오하다. 브라질에서 주로 생산되는 페르남 부코라는 검고 단단한 나무로 제작되는 것을 좋은 활로 친다. 사실 개인적으로 활의 테크닉이 손가락의 현란함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이 활의 무게중심과 무게 등의 제작기술에 따라 더 빠르고 황당한 정도의 테크닉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육각을 더 선호한다. 양산용 바이올린은 구매 시 대부분 활도 포함이지만, 수제나 올드에서는 활도 따로 구매해야 한다. 웬만한 바이올린 바디보다 가격이 더 나가는 활도 많다. 프랑스 활이 좋은 것 같다. 바이올린 바디처럼 카본 재료의 활도 제작되고 있다.

 

악기 사기가 진짜 어렵다

연주자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악기를 처음 접하는지 몇 년 연주했는지, 보통 연습 교본으로 연습생의 악기 수준을 판단하기도 한다. 언제까지 사용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처음이라서 몇 년 사용 후 실력이 올라가면 나중에 바꿀 생각인지, 아니면 중급 정도라서 이 악기가 본인 생애의 마지막 애장품으로 쓸 건지, 아니면 본인의 2세까지 생각해서 구입할 지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격인데, 좋은 악기는 비싸다. 좋은 악기가 아닌 악기를 좋은 악기로 잘못 사지만 않으면 된다. 말은 쉽지만 어려운 이야기다. 본인의 수준에 맞는 악기, 본인이 느낄 수 있는 악기를 골라서 사면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다. 켜 보아서 본인이 마음에 드는 소리의 바이올린인 것이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일 것 같다. 남들의 조언이나 가격은 그 다음이다.

 

다른 이야기지만 요즘은 재테크로 바이올린이나 활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환금성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을 감미롭다고 느끼는 한 올드나 좋은 수제 악기의 가격이 올라가는 건 맞는 말이니까.

 

세상 모든 직업은 쉽지 않다. 환자를 치료하는 일은 더더욱 어려운 직업에 속한다. 힘든 일을 마친 후 음악의 선율에 귀와 호흡을 맡기고 쉬는 건 좋은 힐링이다. 그리고 음악에 바이올린 소리가 흘러나온다면 더 좋은 힐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바이올린 제작자가 창조해낸 작품과 그 작품을 재탄생시키는 연주자의 움직임을 생각해 본다면 한층 더 선율이 몸에 와 감길 것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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