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有)와 大有(대유)의 의미

2021.12.24 10:13:30 제948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45)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최근 많은 사람들이 ‘화천대유’를 이야기하고 뉴스에서도 늘 듣고 있다. 사실 화천대유는 회사 이름이 아니라 사서삼경 중에서 가장 어려운 역경(주역)에 나오는 64괘 중 하나다. 그런데 부동산 개발을 통해 많이 남겨 먹겠다는 욕심으로 大有(대유)를 ‘많이 남기다’라고 해석한 자들이 회사 이름으로 사용한 듯하다. 하지만 그들은 大有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공자는 가죽끈이 3번 떨어지도록 주역을 애독하였고 계사전이라는 해석을 달았다. 공자는 ‘火在天上 大有 君子以惡揚善 順天休命(화재천상 대유 군자이알악양선 순천휴명) : 태양이 하늘 위에 있는 것이 대유니, 군자가 이로써 악한 것을 물리치고 선한 것을 드날리는 것이 하늘의 명을 따르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즉 大有란 ‘많이 남긴다’는 의미가 아니라 악을 물리치고 선을 행하는 가치 있는 행동(大)을 하는 군자의 모습(有)을 의미한다.

 

크다는 것은 정의롭기 때문이다. 악한 것은 아무리 커도 하찮은 것이고 선한 것은 아무리 작아도 큰 것이다. 군자에게 있어서 돈을 벌어도 똑같은 돈이 아니다. 정당하지 않게 벌어드린 돈은 아무리 많아도 힘들게 노력하여 번 돈보다 가치가 못하다. 정당하게 노력하여 만들어 낸 결과물이 大有다. 하늘에 태양이 중천에 뜨면 모든 어둠이 사라져버린다. 모든 어둠이 사라지며 천하 만물이 드러난 상태가 大有다. 조금이라도 어두운 면이 있다면 결코 大有가 될 수 없다. 그래서 큰 것인데 소인들이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욕심으로 군자의 큰 뜻을 더럽혔다.

 

유(有)는 한자 중에서도 가장 간단하고 쉬운 글자다. 손으로 고깃덩어리를 잡는 형상의 글이다. 月은 달(月)이 아니고 덩어리 고기를 형상화한 것이다. 사전적 의미는 ‘있다, 존재한다, 가지다, 독차지하다, 많다, 친하게 지내다, 알다’ 등으로 다양하지만 ‘있다’라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그러나 동양학에서 有는 매우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다. 주역에서 화천대유의 의미가 있고, 불교에서는 12연기법 중의 하나이다.

 

12연기는 <무명·행·식·명색·6입·촉·수·애·취·유(有)·생·노사>로, 앞 것은 뒷 것의 원인이 되고 뒤는 앞 것의 결과다. 有는 12연기에서 10번째며 취(取)의 다음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갈애 즉 탐욕이 원인이 되어 존재를 꽉 붙잡고 집착하는 것으로 인하여 새로운 태어남(有)이 생긴다’이다. 즉 불교의 有는 ‘모든 존재는 인과를 따른다’를 의미한다. 이처럼 有(유)와 大有(대유)는 엄청난 의미를 지니고 있건만 하찮은 소인들이 그 의미를 퇴색시켰다. 물론 그들 덕(?)에 요즘 사람들이 ‘화천대유’란 이름도 알고 ‘천화동인’이란 이름도 알게 되었다.

 

여기서 나오는 천은 하늘이다. 하늘은 정의로움의 하늘이다. 인간은 그 정의로움을 따라야 하고, 따르는 자(順天者)는 흥하고 거스르는 자(逆天者)를 망(亡)한다. 공자는 천화동인을 ‘同人于野 亨 利涉大川 利君子貞 : 외지로 나가 동지들을 규합하고 큰 강을 건너 올바름을 행한다’고 설명하였다. 하늘에 빛이 밝으니 같은 족속들에서 떠나 큰 들판으로 나가야 한다고 설명하며 끼리끼리 모여서 작당하는 것을 금하였다.

 

하지만 소인들은 공자의 뜻과 달리 끼리끼리 모여 크게 벌 것을 기획하였다. 그들이 주역의 괘를 회사 이름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면 덜 허망하였을 게다. 게다가 그들이 그 의미를 정반대로 해석한 것은 더 한심하다. 화천대유에서 順天(하늘을 따른다)해야 하거늘 그들은 하늘을 따르지 않았으니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동양철학에서 유(有)란 하늘(天)과 땅(地)에 빛과 어둠이 생기며 생명(木)과 만물(金)이 만들어진 것을 의미한다. 거기에 하늘을 따라 군자가 악을 물리치고 선을 행하는 올바름을 세우는 것이 대유(大有)다. 요즘 위정자들이 정의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사회 전반에 옳고 그름을 흔들어 놓았다.

 

공자는 효경에서 ‘길이 아니면 가지마라. 비도불행(非道不行) : 도덕에 맞지 않으면 행하지 마라’하였건만, 없는 길을 내려는 자들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자들이 많아지면서 오륜이 무너지고 있다. 오륜의 기본은 올바름이다. 올바름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에 大有(대유)를 생각한다.

 

기자
본 기사의 저작권은 치과신문에 있으니, 무단복제 혹은 도용을 금합니다

주소 : 서울특별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치과의사회관 2층 / 등록번호 : 서울아53061 / 등록(발행)일자 : 2020년 5월 20일 발행인 : 김민겸 / 편집인 : 이재용 / 발행처 : 대한치과의사협회 서울지부 / 대표번호 : 02-498-9142 /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