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진료기록 위·변조의 위험성

2022.01.20 15:07:55 952호

치과의사 김용범 변호사의 법률칼럼-42

■ INTRO
진료기록을 관리함에 있어서 위·변조를 한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행위를 한 경우 의료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판례는 의사 측이 진료기록을 수정한 것과 관련하여 불리하게 추정되어 소송에서 패소한 사건에 대한 것입니다(항소심: 2021. 12. 9. 선고 2021나2005025 판결, 제1심 판결: 사건 2021. 1. 7. 선고 2019가합28601 판결).

 

이하의 내용은 위 제1심 판결과 항소심 판결의 원문을 독자분들이 읽으시기 쉽도록 정리하여 편집한 것으로, 해당 내용을 그대로 쭉 정독하는 것만으로도 진료기록의 위·변조가 의료소송에서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기초사실
1) 피고는 서울 광진구 능동로에 있는 D 대학교병원을 운영하는 법인으로 피고 병원 의료진들의 사용자다. 원고 C는 2015.5. 13. 피고 병원에서 십이지장 문합수술을 받던 중 심폐정지가 발생하여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은 환자이고, 원고 A,B는 원고 C의 부모다.

 

2) 나. 2015.5.7. F병원에서 출생한 원고 C는 2015.5.8. 2차례에 걸쳐 갈색 양상의 구토를 보여 피고 병원으로 내원하였다.

 

3) 피고 병원 의료진은 원고 C에 대하여 엑스레이 검사, 복부 초음파 검사를 실시하여 ‘십이지장 폐쇄증에 해당하고 십이지장 구부 부위에서 협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을 내렸고, 2015. 5. 13. 십이지장 문합술(이하 ‘이 사건 수술’이라 한다)을 시행하기로 하였다.

 

4) 원고 C는 2015. 5. 13. 10:15 수술실로 이동하였고, 당시 산소포화도 97%, 분당 145회의 맥박을 유지하고 있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2015. 5. 13. 10:38 마취 유도를 위하여 원고 C에게 세보플루탄 2%를 사용하고 pento 15mg, rocuronium 3mg을 주사하였는데, 원고 C의 피부를 절개한 직후인 11:56 호흡환기가 되지 않고, 산소포화도가 낮아졌으며, 맥박이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서맥 증상이 발생하였다.

 

5) 이에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수술을 중지하고 원고 C에 에트로핀과 에피네프린을 주사하였으나, 큰 반응이 없었고, 서맥과 호흡정지 증상이 발생하였다. 이후 12:09 심실성 빈맥 증상이 발생하여 제세동, 심장 마사지를 실시하였고, 이후 원고 C는 자발적 순환회복이 되어 13:00 신생아 중환자실로 이동하였다.

 

6) 이후 원고 C는 간헐적으로 경련증상을 보였다. 원고 A,B는 2015. 5. 15. 원고 C를 G대학교병원으로 전원하였고, G대학교병원 의료진은 2015. 5.22. 원고 C에 대하여 십이지장 문합술을 시행하였다.

 

7) 원고 C는 위 사고로 인하여 허혈성 뇌손상을 입었고, 현재 사지마비로 혼자 앉기 및 독립보행이 불가능하고 양측 수지의 사용이 어려워 일상생활 동작에 전적인 도움이 필요하며, 언어 및 인지 발달 장애가 의심되는 상태다.

 

2. 레미펜타닐 투여와 관련된 과실
일반적인 마취를 위한 레미펜타닐의 권장 희석농도는 성인의 경우 50mcg/ml, 1세 이상의 소아의 경우 20~25mcg/ml인 점, 레미펜타닐은 마취 유지에 필요한 수면제의 총량을 유의성 있게 감소시키므로 과도한 마취를 피하기 위해 마취에 사용되는 세보플루란, 이소플루란, 할로탄 등의 용량을 감량하여야 하고, 다른 전신마취제와 병용투여하면 호흡억제, 저혈압, 깊은 진정 또는 혼수, 사망과 같은 중추신경억제 작용이 증가될 수 있으므로 그 용량을 감량해야 하는 점, 그럼에도 피고 병원 의료진은 생후 7일, 몸무게 3.3kg에 불과한 원고 C에게 성인에게 권장되는 희석 농도에 해당하는 50mcg/ml의 레미펜타닐과 세보플루란(2%)을 동시에 투여한 점, 원고 C는 세보플루란(2%)과 레미펜타닐이 투여된 때부터 약 1시간 15분 후 호흡환기가 되지 않고 맥박 및 산소포화도가 감소하는 증상이 발생하였고, 위와 같은 증상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레미펜타닐로 인한 이상반응과 상당히 유사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병원 의료진이 생후 7일에 불과한 원고 C에게 세보플루란과 함께 성인에게 권장되는 희석농도의 레미펜타닐을 투여한 것은 의료상 과실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진료기록 위변조와 관련된 사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이 사건 수술을 중단한 직후인 2015. 5. 13. 14:36경 작성한 원고 C의 마취기록에는 ‘1038 remifentanil (50mcg/ml) infusion start’라고 기재되어 있었던 사실, 이후 피고 병원 의료진은 2015. 5. 15. 08:31경 위 기재 내용을 삭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최초 마취기록을 작성하고, 1차 수정 및 마지막 인증까지 한 사람은 피고 병원 전공의 F임에도 레미펜타닐 투여 부분을 삭제한 사람은 F가 아니라 원고 C의 마취를 담당한 E교수이고, 그 삭제 시기도 원고 C에게 레미펜타닐의 주요 이상반응이 발생한 이후이다.

 

4. 결론
1) 의료분쟁에 있어서 의사 측이 가지고 있는 진료기록 등의 기재가 사실인정이나 법적 판단을 함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볼 때, 의사 측이 진료기록을 변조한 행위는 그 변조이유에 대하여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당사자간의 공평의 원칙 또는 신의칙에 어긋나는 증명방해행위에 해당하고, 법원으로서는 이를 하나의 자료로 하여 자유로운 심증에 따라 의사 측에게 불리한 평가를 할 수 있다(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39567 판결 참조).

 

2) 진료비 상세내역서에는 마취제로 세보레인만이 기재되어 있고, 레미펜타닐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데 이는 원고 C의 기록에서 레미펜타닐 투여 부분이 삭제되었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레미펜타닐이 투여된 사실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피고는 위 마취기록 삭제 경위에 대하여 “진료기록부 작성시 마취기록 템플릿을 복사하여 붙여넣기한 후 환자의 상태에 맞추어 수정하고 있다. 원고 C에게 레미펜타닐이 사용된 적이 없기에 진료기록을 수정한 것이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복사하여 사용하였다는 마취기록 템플릿 등을 비롯하여 피고의 위 주장에 부합하는 자료가 전혀 제출되지 않았는 바, 피고가 위 마취기록의 삭제 이유에 대하여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였다고 볼 수 없고, 레미펜타닐로 인한 이상반응으로 호흡기억제, 서맥, 저혈압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위와 같은 이상반응은 이 사건 수술 당시 원고 C에게 발생하였던 증상과 상당히 유사하다. 그리고 피고 병원 의료진은 원고 C의 피고 병원을 퇴원하여 G대학교병원으로 전원하는 당일 오전 8시 반 경에 원고 C의 마취기록에서 레미펜타닐 투여 부분을 삭제한 점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이 사건 수술 당시 원고 C에게 레미펜타닐(50mcg/ml)을 투여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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