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치과의사

2022.02.24 12:43:09 제956호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533)

일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드디어 17만 명을 넘었다. 직원 중에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치과가 적지 않다. 필자 주변 원장님들로도 연락을 받고 있다. 치과에서 진료를 받는 환자 중에 하루에 한 명 정도는 확진자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상황이다. 필자 또한 연속 이틀을 진료한 환자로부터 확진자란 연락을 받고 PCR 검사를 매일 시행하기도 했다. 이제 오미크론이 대세가 되면서 현장 치과의사의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필자가 대학병원 감염관리과에 치과의사가 진료를 할 경우에 대한 밀접접촉 정도에 대해 문의해보았다. 대학병원 감염관리과 자체 매뉴얼로는 일단 물방울이 비산되는 하이스피드를 사용했으면 위험도가 높다고 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페이스 쉴드를 착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만약 페이스 쉴드를 착용하지 않았다면 추적감시를 3일, 6일, 9일째 진단검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하였다. 물론 KF94는 기본이다. 감염 가능성 순위는 두 명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면 가능성이 매우 낮다. 둘 중 한 명이 벗고 있다면 높아지고, 둘 다 벗고 식사를 같이 하는 상황이 가장 안 좋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야기 끝에 꼭 하이스피드 핸들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페이스 쉴드를 겸용해야 하는 것과 석션팁 관리에도 신경써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이제 코로나19가 치과의사에게 숙명처럼 다가왔다. 진료 중에 감염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은 하겠지만 감염된다 해도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종종 있는 것이니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으니 불안감은 조금 있어도 마음은 편해졌다. 요즘은 진료 시작 전에 두 가지 생각을 한다. 일단 필자 자신이 환자로부터 감염되지 않아야 하고, 두 번째는 필자를 통해 환자가 감염되지 않아야 한다.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파워체인처럼 오토클레이브도 못하고 환자에게 조금 사용하고 다시 사용하는 재료들에 대한 소독이다. 최대한 노력을 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일 뿐이고 필자도 모르는 상황에서 발생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요즘은 택시를 타도 잘 볼 수 없지만, 예전엔 거의 모든 택시 백미러에 달려있던 ‘오늘도 무사히’라는 글귀가 생각난다. 하루 진료를 시작할 때마다 ‘오늘도 무사히’라는 생각을 먼저 한다. 필자를 포함해 직원들과 환자들까지 모두 무사한 하루를 보내기를 바란다. 비록 오미크론은 치명성이 약화되기는 했지만 확진되면 일상이 무너진다. 더불어 접촉했던 가까운 이들에게도 어려움을 끼치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 우선 증상으로 고생하는 것은 차치하고 혼자서 진료하던 원장은 1주일간 병원 진료가 스톱된다. 이런 상황은 결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치과의사 목전에 와있다. 이젠 걱정하고 두려워할 단계는 지났다. 적극적으로 발생 가능성에 대해 생각을 열어두고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직원 중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원장이 확진일 때 등등으로 대비책을 만들어 놓아야만 당황하지 않고 심리적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다.

 

코로나 확진자 17만이란 숫자는 곳 20만 명을 넘을 것이란 의미이다. 이는 개원 치과 현장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현장 의료진들은 심리적으로 걱정하기보다는 긍정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수용을 하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우울해지지 않을 수 있다. 이럴 때는 종교인이 좋은 면이 있다. 신의 뜻으로 생각하면 쉽게 마음도 편하고 긍정적으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종교인이라면 스스로 수용하는 마음과 긍정하는 폭을 넓혀야 한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발생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아니고, 때가 되면 비가 오듯이 때가 되어 발생한 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연이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이다. 한 개인은 마치 하늘에서 내리는 눈 한 송이처럼 그 변화 속에 작은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개개인이 자신이 중하다고 생각하지만, 그저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작은 눈 한 송이가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자연이다.

 

치과 현장에서 수고하시는 모든 치과의사와 직원들이 오늘도 무사하기를 빈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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