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전자의무기록의 ‘변조’

2022.05.09 13:48:24 제966호

치과의사 하태헌·이정은 변호사의 법률칼럼-5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세종의 하태헌, 이정은 변호사입니다.

 

이번호에서는 전자의무기록을 작성한 당해 의료인이 그 전자의무기록에 기재된 의료내용에 관하여 의료법 제23조 제3항에서 정한 개인정보 변조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판단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하면서, 전자진료기록부의 ‘변조’에 대해서 다루고자 합니다. 

 

■ 사실관계
1) 피고인 1은 응급실 의사이고, 피고인 2는 같은 병원 응급실 간호사다.
2) 피고인 1은 2008. 8. 23. 22:00경 계단에서 떨어져 두부열상을 입고 내원한 환자에 대하여 두부  CT촬영 등 검사를 거쳐 열상부위 봉합 등 치료를 한 후 2008. 8. 24. 01:00경 퇴원하도록 하였고, 피고인 2는 이를 보조하였다.
3) 환자는 2008. 8. 24. 17:00경 뇌출혈 증상을 보여 다른 병원으로 후송되어 응급 뇌수술을 받았으나 2008. 9. 27. 뇌실질 혈종 등으로 인한 뇌연수 마비로 사망하였다.
4) 피고인 1은 2008. 8. 29. 10:58경 병원 전자의무기록 관리시스템에 접속한 후 전자펜을 이용하여 환자에 대한 전자진료기록부 내용란 말미 부분에 ‘지연성 뇌출혈에 대한 가능성 설명하고 의식상태 변화나 오심, 구토 증상 있을 시 대학병원에 가보시라 함’이라는 취지의 내용을 가필한 후 자신의 전자서명을 하였다.
5) 피고인 2는 2008. 8. 24. 이후 위 병원 전자의무기록 관리시스템에 접속한 후 전자펜을 이용하여 환자에 대한 전자간호기록부 내용란 말미에 있던 자신의 전자서명을 삭제한 후 그 아래에 이어서 ‘두통 계속되고 오심 심해지면 신경외과 있는 병원으로 가라고 설명함’이라는 취지의 내용을 가필한 후 자신의 전자서명을 하였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 하에서, 피고인들(의사, 간호사)은 정당한 사유 없이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환자의 개인정보를 변조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형사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 관계법령 

의료법 
제22조(진료기록부 등)

① 의료인은 각각 진료기록부, 조산기록부, 간호기록부, 그 밖의 진료에 관한 기록(이하 ‘진료기록부등’이라 한다)을 갖추어 두고 환자의 주된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 등 보건복지부령(필자 주: 의료법 시행규칙을 의미합니다)으로 정하는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하여야 한다.

 

의료인은 진료기록부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ㆍ수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23조(전자의무기록)

③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탐지하거나 누출ㆍ변조 또는 훼손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87조의2(벌칙)

②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제23조제3항


■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1도9538 판결)
[1] 의료법의 개정 연혁, 내용 및 취지, 의료법  규정, 의무기록에 기재된 정보와 사생활의 비밀 및 자유와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의료법 제23조 제3항의 적용 대상이 되는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개인정보’에는 환자의 이름·주소·주민등록번호 등과 같은 ‘개인식별정보’뿐만 아니라 환자에 대한 진단·치료·처방 등과 같이 공개로 인하여 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내밀한 사항 등이 알려지게 되고, 그 결과 인격적·정신적 내면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자유로운 사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될 위험성이 있는 의료내용에 관한 정보도 포함된다고 새기는 것이 타당하다.

 

[2] 환자를 진료한 당해 의료인은 의무기록 작성권자로서 보다 정확하고 상세한 기재를 위하여 사후에 자신이 작성한 의무기록을 가필·정정할 권한이 있다고 보이는 점, 2011. 4. 7. 법률 제10565호로 의료법을 개정하면서 허위작성 금지규정(제22조 제3항)을 신설함에 따라 의료인이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자신이 작성한 진료기록부 등을 추가기재·수정하는 행위가 금지되었는데, 이때의 진료기록부 등은 의무기록을 가리키는 것으로 봄이 타당한 점, 문서변조죄에 있어서 통상적인 변조의 개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전자의무기록을 작성한 당해 의료인이 그 전자의무기록에 기재된 의료내용 중 일부를 추가·수정하였다 하더라도 그 의료인은 의료법 제23조 제3항에서 정한 변조행위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 판례 해석 
위 판결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은, 의료법 제23조 제3항의 적용 대상이 되는 ‘누구든지 탐지하거나 누출ㆍ변조 또는 훼손하여서는 안 되는’ ‘개인정보’의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지 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가필 내용의 진실 여부를 떠나 진료기록과 간호일지의 내용을 고친 것에 불과할 뿐 ‘개인정보’를 고친 것이 아니므로 의료법 제23조 제3항이 규정한 개인정보를 변조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항소심의 판단과는 달리, 이 사건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되는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개인정보’에는 환자의 이름·주소·주민등록번호 등과 같은 ‘개인식별정보’뿐만 아니라 환자에 대한 진단·치료·처방 등과 같이 공개로 인하여 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내밀한 사항 등이 알려지게 되고, 그 결과 인격적·정신적 내면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자유로운 사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될 위험성이 있는 의료내용에 관한 정보도 포함된다고 새기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이와 같은 판시에 의하면 누구든지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개인식별정보’뿐만 아니라 환자에 대한 진단·치료·처방 등과 같이 공개로 인하여 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내밀한 사항 등이 알려지게 되고, 그 결과 인격적·정신적 내면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자유로운 사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될 위험성이 있는 의료내용에 관한 정보를 탐지, 누출, 변조 또는 훼손하게 되면 의료법 위반죄로 처벌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다만, 대법원은 “환자를 진료한 당해 의료인은 의무기록 작성권자로서 보다 정확하고 상세한 기재를 위하여 사후에 자신이 작성한 의무기록을 가필, 정정할 권한이 있다고 보이는 점, 2011. 4. 7. 법률 제10565호로 의료법을 개정하면서 허위작성 금지규정을 신설함에 따라 의료인이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자신이 작성한 진료기록부 등을 추가기재·수정하는 행위가 금지되었는데, 이때의 진료기록부 등은 의무기록을 가리키는 것으로 봄이 타당한 점, 문서변조죄에 있어서 통상적인 변조의 개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전자의무기록을 작성한 당해 의료인이 그 전자의무기록에 기재된 의료내용 중 일부를 추가, 수정하였다 하더라도 그 의료인은 이 사건 규정이 정한 변조행위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환자를 진료한 당해 의료인은 그 전자의무기록에 기재된 의료내용 중 일부를 추가, 수정하여도 위 ‘변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의료인이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자신이 작성한 진료기록부 등을 추가기재·수정하는 것은 의료법상 금지되나, 사실대로 기재하는 것이라면 전자의무기록에 기재된 의료내용 중 일부를 추가, 수정하더라도 전자의무기록 ‘변조’라고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다만, 피고인 1이 추가 기재하였다는 환자의 종전 전자의무기록에는 인적사항과 의료내용만이 저장되어 있었을 뿐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이 되어 있지 않아, 이러한 기록도 ‘전자의무기록’이라고 보아야 하는지도 문제가 되었는데, 대법원은 이에 대해서는 진료기록부 작성·서명의무 위반의 죄책을 질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하여 위 피고인이 ‘전자의무기록’에 기재된 개인정보를 변조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 시사점 
결국 대법원 역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는 점에서는 항소심과 결론을 같이 하였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의료법 제23조 제3항의 적용 대상이 되는 ‘누구든지 탐지하거나 누출ㆍ변조 또는 훼손하여서는 안 되는’ ‘개인정보’의 범위를 매우 넓게 보고 있으므로, 환자의 개인정보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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