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위수기(逢危須棄)

2022.05.12 14:02:01 재967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64)

얼마 전 후배와 담소를 나누다가 최근 경제 상황에 대안을 갖고 있는지 질문을 받았다. 최근 경제 상황은 결코 쉽지 않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하여 미국이 금리를 0.5% 올렸다. 올해 안에 3%까지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한국 금리도 오르고 대출이 있는 서민들 경제는 더욱 팍팍해진다. 특히 영끌한 20~30대에게는 치명적이다. 서민을 대상으로 진료하는 일선 치과도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치과 경기도 쉽지 않을 것이 예상된다. 최근 세계 물가가 오르며 한국도 먹거리 등 서민 물가가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표현으로 유동성을 푼 뒤에는 인플레이션이 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은 불가피하며 서민들은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지금은 마치 불 위에 놓인 냄비 속 개구리가 따뜻한 물 온도를 즐기다가 그 시기가 지나면 본격적으로 뜨거워지는 고통의 시기를 맞는 것과 같은 때라 할 수 있다. 금리상승은 서민들 지갑을 얇게 만들고 그들을 상대하는 업종들도 어렵게 한다. 물 온도가 조금씩 올라가듯이 금리상승 또한 시시각각 위협을 증가시킨다.

 

다가오는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질문을 받고 ‘위기십결’을 이야기했다. 위기십결(圍碁十訣)은 바둑판 위에서 필요한 10가지 비결이다. 그러나 필자는 위기(危機)에 필요한 10가지 비결이란 의미로 해석한다. 몇 해 전 흥행하였던 ‘미생’이라는 웹툰 드라마에 나온 봉위수기(逢危須棄)라는 바둑 용어가 있다. ‘위험을 만나면 모름지기 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으로, 위기십결 내용이다.

 

10가지 금언 중에 ‘서두르지 말고 신중하라’는 것이 7개이고, ‘버리라’는 것이 3개이다.

 

신중해야 하는 7개는 ‘불득탐승(不得貪勝):너무 승부에 집착하지 말고 마음을 비우고 최선의 수를 찾아라. 입계의완(入界宜緩):적진으로 공격해 들어갈 때는 신중히 천천히 하라. 공피고아(攻彼顧我):상대방을 공격하기 전에 먼저 자기의 허점을 잘 살펴라. 신물경속(愼勿輕速):다급할수록 경솔하거나 졸속하게 두지 말고 신중하게 두라. 동수상응(動須相應):모두가 서로 호응관계에 있으니 전후좌우를 살펴라. 피강자보(彼强自保):상대방이 강하면 스스로를 먼저 보강하라. 세고취화(勢孤取和):적의 세력 속에서 고립돼 있을 때는 화해로 살아남아 재기를 노려라’다.

 

‘버리라’는 3개는 ‘기자쟁선(棄子爭先):바둑알 몇 개를 버리더라도 기선을 제압하라. 사소취대(捨小取大):작은 것은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 봉위수기(逢危須棄):위험을 만나면 버려라. 비상 시에는 비상한 조처를 취하라’다.

 

이 10가지 중에서 9가지는 위험에 들지 않기 위한 방법이고, 유일하게 위기탈출 방법은 한가지로 ‘봉위수기’뿐이다. 위험을 만나면 버려야 한다. 도마뱀은 꼬리를 자른다. 무엇을 버릴 것인가는 각자 생각해야 한다. 위기를 만들어낸 원인이 있으니 그 원인을 버려야 한다. 포사의 미소를 포기하지 못한 유왕은 반란군에게 죽었다.

 

규모는 경쟁력이 될 수도 있지만, 부채가 되기도 한다. 영끌했는데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원인인 집을 던져야 하건만, 집을 던지기 전에 미련을 먼저 버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위기상황에서 대다수가 살아남지 못한다. 욕심에서 시작하면 항상 더 큰 욕심에 진다. 금리를 올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가 더 큰 욕심의 끝이다. 전쟁은 권력자가 시작하고 피는 군인과 서민이 흘린다. 역사적으로 금권은 서민이 아무 의심 없이 빚지게 만들고, 덫에 걸려들면 수확하였다. 금리를 올리겠다는 것은 이제 수확하는 시기에 들어갔다는 말이다.

 

권력은 항상 서민을 위한다고 말하지만, 역사적으로 서민을 위한 권력은 없었다. 권력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속성이 있다. 이제 금리상승 시기가 되었다. 서민은 위기를 피하거나 견뎌야 하는 때가 되었다. 주식은 2,600이 무너졌다. 계절이 입하를 지나서 여름이 되었듯이 세계 경제 환경이 변했다.

 

냄비의 물 온도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물이 끓기 전에 봉위수기로 몸을 가볍게 하고 냄비를 탈출하거나 좀비가 되어 견뎌야 한다. 소나기는 견디기보다는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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