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 편집인 칼럼] 비급여 헌법소원과 의료정보보호

2022.05.26 16:02:06 제969호

이재용 편집인

헌법재판소는 지난 19일 정부의 비급여 공개와 보고추진에 대한 위헌 여부 심사를 위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지난 정부 초 ‘문재인 케어’, 즉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하겠다고 선언한 지 5년여가 지났다. 한정된 건강보험 예산 내에서 이는 요원한 일인 까닭에 의료계 질서만 무너진 상황이다. 건보재정을 늘리기 위해 은퇴한 고령 지역가입자에 대한 피부양자 자격을 제한하였고, 이에 더해 고령자들은 부동산 가격상승에 따라 국민연금 수령액의 상당 부분을 지역 건강보험료로 반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증가한 건보재정은 아직도 의료원가에는 못 미쳐 상급종합병원의 식대가 교도소 수용자 식대에도 근접하지 못한 상황이다. 직장인 건강보험료 상승률과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의료급여 수가 인상률은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보험진료를 주로 보는 동네 병의원들의 파탄을 가져온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동네 병의원들이 급여진료 손실분을 메워왔던 비급여 진료비를 실손보험사들의 사실상 떠밀기에 정부 주도 대책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비급여관리대책, 공·사보험 연계법, 심평원의 실손보험 진료비 심사,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등 비급여 진료비를 실손보험이 모두 메꾸고 있다는 가정하에 보험사 이익에 치중하는 정책을 내놓기 시작하였으나, 치과의 경우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항목은 아무것도 없는 실정이다.

 

정춘숙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국회의원 10명은 2020년 “(전략) 일부 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를 받을 것을 사실상 강요하여 환자에게 과도한 진료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감독이 필요한 상황이고, (중략) 의료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환자에 대한 보호를 충실히 하려는 것”이라는 입법 취지로 의료법 제45조의2 개정안을 발의하여 지금의 비급여 공개, 보고 사태가 촉발했다.

 

대체 동네 병의원 어디에서 비급여 진료비를 환자와의 구두 계약과 동의 없이 강요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환불과 같은 계약철회로 결과가 예측되는 일이다.

 

그런데 이 ‘의료기관 강제’를 전제로 입법된 비급여 공개와 보고는 실제로 의료기관에 대한 지나친 강요로 귀결된다. 의료기관에 대한 가격공개 강제와 함께 의료기관이 진료한 비급여 환자들의 진료내역 등에 대한 환자 동의 과정은 규정하지 않고 정부에 제출하라는 것이다.

 

우리 의료법과 관계 법령 어디에도 ‘진료내역’이라는 법률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진료내역(patient’s medical history)은 의학적으로 건강보험법에 명시된 용어인 진료기록(patient’s medical record)에 비해 광범위하게 해석된다.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관찰하고 파악한 환자의 모든 외형과 습관, 가족력이나 직업, 잡담, 그동안 치료했던 기록 등 모든 것을 포함할 수 있다. 현재 건보공단은 건강보험법 제96조 등을 근거로 국가, 지자체, 민간보험사 등으로부터 진료기록, 의약품 공급, 주민과세 자료 및 출입국 기록에 더해 최근에는 지역가입자의 금융정보 등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기관에 비급여 진료내역을 보고하라는 정부 정책에 대해 의료계는 공개변론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건보공단 비급여관리실장의 진술과 같이 급여 및 비급여 진료내역 모두의 확보가 국민 이익에 부합한다는 확신 하에 장기적인 계획으로 추진되고 있는 일로 판단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민감정보라고 정의하는 의료정보는 모든 개인정보 중 으뜸이다. 이것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한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함은 물론이고 다국적 제약사 혹은 의료기기 회사 등의 막대한 이익으로 포장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래전부터 해외 다수의 국가는 소수의 이익을 위해 개인 의료정보가 오용될 가능성을 법령을 통해 보호해온 바 있다. 지난해 여름 비급여 보고 관련 협의체 회의에서 정부 관계자는 미용 성형 등에 대해서도 보고항목에 포함하겠다고 일갈하여 의료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젠 의료계뿐 아니라 국민도 개인의 의료정보가 어떠한 기준에서 수집되는지, 과연 이러한 정보수집이 정당한지, 왜 의료기관보다 정부가 개인의 의료정보를 더 길게 보관하고 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할 때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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