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란?

2022.06.23 11:13:21 제973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70)

치열이 가지런한 환자가 내원하였다. 주소로 전치부 정중선이 0.5㎜ 안맞는 것을 개선하고 싶다고 했다. 필자는 “전치부 정중선이 0.5㎜ 안맞는 것은 전 우주에서 오로지 본인만 아는데도 굳이 맞춰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라고 질문했다.

 

사실 필자 질문은 가치에 대한 질문이다. 0.5㎜ 맞추는 것을 위해 교정치료를 받아야 하고, 비용을 지불하고, 주기적으로 내원해야 하고, 교정치료 종료 후에는 유지장치를 장착해야 한다. 과연 환자가 오로지 자신만의 만족을 위해 그런 수고를 투자할 만큼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환자가 원하면 불법이 아니면 해주는 것이 옳지만, 치아교정을 위해 감당해야 할 수고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치에는 두 가지가 있다.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 가치와 필자가 보는 객관적 가치다.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주관적 가치는 본인에게는 절대적으로 높지만 객관적 가치는 낮다. 테슬라가 객관적 가치는 높지만 내연기관 마니아들에게는 주관적 가치는 낮다. 가치는 늘 이렇게 마음속에서 객관적 가치와 주관적 가치가 혼재되어 충돌한다.

 

가치는 원래 시장에서 구매자에 따라 결정되는 의타적인 요소이지 주관적인 것이 아니다. 귤 한 개를 5만원에 판다고 했을 때 가격은 결정되지만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유럽 튤립 가격 버블처럼 시장이 왜곡되었을 때는 객관적 가치도 왜곡된다.

 

얼마 전 주식전문가인 친구는 버블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시장 구매가치가 아닌 상식이라 말했다. 가치 왜곡이 가장 심한 것이 주식시장이기 때문에 상식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하였다. 자신은 두 가지 기준이 있는데 우선 구매하는 회사가 무엇을 만드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가격과 시세 차이를 구별한다고 하였다. 주식이 어려운 이유는 회사 가치를 정확하기 판단하기 어렵고 객관적 가치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객관적 가치 왜곡은 실체가 없거나 진짜와 가짜 가치 구분이 애매할 때 더욱 심하다. 최근 광풍이 분 코인은 온라인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오프라인에는 실체가 없다. 오직 하나뿐이라는 의미의 NFT 또한 마찬가지다.

 

신의 존재처럼 실체가 없으면 가치 또한 무한대로 갈 수도 있고 무가치할 수도 있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사람들 마음속에 지니고있는 과거의 기억 또한 없지만 존재한다. 전 우주에서 오로지 본인만 알고 있는 과거 트라우마로 스스로 괴로워하지만 실체가 없어서 놓아버리면 사라진다.

 

작년에 작고한 물방울 작가 김창열 화백의 그림은 위작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10억원 하던 그림이 과학적 기법으로 분석해 위작으로 판정하면 한순간에 몇 만원으로 변한다. 한 전문가 말을 빌리면 과학적 분석을 하지 않아도 물방울 개수가 많으면 가짜라고 하였다. 김화백은 많은 물방울을 그린 적이 없었다고 한다. 진품이라고 유통되는 그림 중에도 가짜가 수두룩하다는 의미다.

 

사실 그림이 얼마든 주식이 내리든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무의미한 이야기다. 하지만 최근 인플레이션과 환율급등, 금리인상 등 같은 객관가치의 급격한 변화는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

 

한 사회에서 급격한 객관가치 변화는 모두를 힘들게 하고, 결국엔 버틸 수 있는 자와 버티지 못하는 자로 나누어지게 되며, 종국에는 버틴 자들이 독식하여 양극화가 더욱 심화된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과 양적축소 뉴스는 사실 개개인들에게 지금부터 경제적인 어려움이 시작될 터이니 잘 버텨보라는 선전 포고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린다는 말은 기존 자산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고통을 감수하란 의미다.

 

문제는 고통이 결국 서민의 몫이 되는 아이러니다. 가치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월급을 200만원 받는 사람과 1,000만원 받는 사람에게 100만원의 가치 비중이 다르다. 도인은 객관 가치를 완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주관 가치만을 존중할 수 있고 부자는 가치에 구애받지 않지만, 일반인은 늘 두 개 가치의 혼재 속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다.

 

객관 가치는 어쩔 수 없지만, 주관 가치는 욕심을 비우면 조금은 변할 수 있다. 다음에도 위와 같은 환자를 만나면 또 똑같은 질문을 던질 것이다.

 

기자
본 기사의 저작권은 치과신문에 있으니, 무단복제 혹은 도용을 금합니다

주소 : 서울특별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치과의사회관 2층 / 등록번호 : 서울아53061 / 등록(발행)일자 : 2020년 5월 20일 발행인 : 김민겸 / 편집인 : 이재용 / 발행처 : 대한치과의사협회 서울지부 / 대표번호 : 02-498-9142 /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