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권리 위에 잠자는 자

2023.07.03 11:20:30 제1022호

서울시치과의사회 서두교 법제이사

지난 5월 21일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있었다.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돼 의료행위를 한 경우’라며, 45일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던 치과의사 A씨가 ‘고용기간 대부분은 처분시효를 지났으므로 부당한 처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재판부는 “처분시효 기산점은 최종 행위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처분 당시 기준으로 5년 시효기간이 경과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 규정은 의료의 질을 유지하고 공공성 훼손과 서비스 불균형, 시장 양극화를 방지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원고의 행위로 이 같은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판단했다. 재판에서 당사자가 소멸시효 주장을 하지않으면 법원은 소멸시효에 대해 판단하지 않는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유명한 법언이 있다. 권리행사의 태만으로 ‘정해진 기간’ 동안에 나의 권리를 주장하고 행사하지 않는다면 그 권리는 보장받지 못하고 소멸한다. 이때 정해진 기간을 시효(時效)라고 부른다. 치료비 청구는 민법상 소멸시효가 보통 3년으로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한다(법제이사를 맡게 되면서 조금씩 알아가게 되는 법률적 지식이라고나 할까?).

 

지난 2019년 8월 29일 헌법재판소가 ‘1인1개소법’에 해당하는 의료법 33조 8항에 대한 위헌소송에 합헌결정을 내렸다. 지난 2014년 9월 12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의하여 의료법 제33조 8항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제기된 지 5년이 지나고, 2016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변론이 이루어진 후 3년이 지났으며, 전국의 치과의사들이 ‘1인1개소법’을 지키기 위해 1인 시위를 펼쳐온 지 1,42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우리 치과의사가 헌법재판소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며 국민의 건강권과 보건의료계를 지켜냈다.

 

소시민으로 살다 보면 자신의 의무와 권리를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법에 관심이 없거나 법 없이 사는 사람들 말이다. 그러나 치과계는 ‘1인1개소법’ 합헌결정을 지켜봤고, 비급여 진료비 공개 의무화에 대해 위헌소송을 했고, 최근 의료인 면허취소와 관련된 의료법 일부개정에 수정안을 제시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치과계는 지속적으로 의료인 단체 자율징계권 부여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필자는 요즘처럼 광고 심의도 받지 않는 SNS 초저수가 덤핑 치과와 관련해 시기적으로도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28일 공청회를 통해서도 공익성과 공정성 등이 담보된다면 자율징계권 행사가 불법으로부터 국민구강보건을 지켜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치협 회장단 선거와 관련해서는 선거관리규정 위반, 특정 전문언론과의 유착, 개인정보법 위반 등의 의혹이 불거지면서 당선무효 소송과 형사 소송이 접수됐다. 또한, 서울지부 비급여 헌법소원과 관련해 치협 감사위원회의 감사에 대해서도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

 

현직 협회장이나 지부 회장이 선거에 재출마할 경우 직무 권한에 관한 정관개정의 필요성이 치협 정관 제·개정심의분과위원회에서 논의된 바 있다. 지난 서울지부 총회에서는 서울지부 감사 선거·의장 선출과 관련한 공천위원회 구성에서 서울지부 회장을 제외하자는 회칙개정안도 통과됐다. 감사단과 의장단은 공정성이 중요한 위치인 만큼, 지부 회장의 영향력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서울 25개 구회장 3분의 2 이상 요구 시 의장이 임시 대의원총회 소집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치협 선거관리규정과 윤리위원회 규칙이 현실과 맞지 않으면 미리 개정해 잡음의 여지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정관과 규정, 상식과 관행, 도덕과 윤리가 씨줄과 날줄로 촘촘히 얽혀서 작동하게끔 해야 한다. 협회나 지부 임원은 정관과 회칙, 규정대로 그 직을 수행해야 하며,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보여주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정관과 회칙, 규정에도 없는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되고, 필요하다면 재개정과 이를 위한 세부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앞서 말한 대내외를 불문하고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치과의사로서 공익성과 공정성을 담보로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선량한 회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권리 위에 잠을 자거나 눈을 감고서는 나의 작은 권리라도 챙길 수 없다. 물론 모든 권리가 다 시효가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주목하고 파고들어 이슈화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눈을 부릅뜨고 묻고 싶다. “정의는 살아있냐?”고. 소중한 나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쇼생크탈출에서 주인공 앤디는 교도소 안에서 사서가 되어 도서관 기금을 요청하는 편지를 일주일에 한 통씩 주의회에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주 정부가 6년 만에 그에게 200불과 도서관 용품, 책, LP판 등을 보낸다. 그러자 앤디는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6년밖에 안 걸렸어. 지금부터는 일주일에 2통 보낼거야!(Only took six years. From now on, I send two letters a week instead of one)”

 

기자
본 기사의 저작권은 치과신문에 있으니, 무단복제 혹은 도용을 금합니다

주소 : 서울특별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치과의사회관 2층 / 등록번호 : 서울아53061 / 등록(발행)일자 : 2020년 5월 20일 발행인 : 강현구 / 편집인 : 최성호 / 발행처 : 서울특별시치과의사회 / 대표번호 : 02-498-9142 /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