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사회를 악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2024.05.10 07:16:15 제1064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661)

글을 쓰려고 지난번 투고한 글을 찾다보니 금주의 인기기사 4위에 오른 것에 놀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유혹’이란 자극적인 제목을 사용한 탓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든다. ‘믹스커피의 유혹’이란 제목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필자의 기호식품에 대한 글이 인기를 얻었다고 생각해야 할지, 아니면 독자들도 믹스커피의 유혹에 견디려고 노력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자극적인 제목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 뉴스에 나오는 머리기사는 대부분 자극적이거나 아니면 낚임성으로 구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가지 기사를 서로 재생산하면서 서로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제목을 달게 된 것이다. 24시간 뉴스 채널이 없던 90년대 초반까지는 그렇게 흉악한 범죄도 많지 않았다. 24시간 뉴스를 생산해야 하다 보니 나쁜 것을 계속 키워야 했고 많은 사람들이 몰라도 될 일들을 본의 아니게 알게 되는 시대다. 타임지 창립자 헨리 루스의 “좋은 소식은 뉴스가 아니다. 나쁜 소식이 뉴스다”라는 유명한 말처럼 뉴스를 들을수록 나쁜 소식만 가득한 세상으로 보인다. 심지어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아니고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라고까지 에둘러 비판한 사람도 있었다.

 

얼마 전 모 연예인이 집을 팔고 불과 몇 년 만에 70억원을 벌었다는 뉴스가 여기저기 보였다. 이 기사를 보며 참 나쁜 기사라 생각했다. 이 기사를 보는 일반인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대적 상실감을 줄 것인지 생각하고 쓴 기사일까. 글이란 것이 읽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실망감과 좌절을 주면 안 되는 것은 아닌가. 과연 이 기사가 우리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되었을까. 아마도 도움보다 누군가에겐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을 바보라고 생각하게 하는 모티브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 사회가 근면하고 성실하게 사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고 공동체에서 상호존중에 의한 배려가 필요하고 교육되어야 한다. 최소한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공공의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이미 그 기사를 작성한 기자나 그것을 확대 재생산하는 사람들이나 이미 그런 사명감을 잊어버렸거나 배워본 적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며칠 전 충남 지역 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이 교사에게 ‘아이씨’라는 욕설과 함께 손가락 욕설을 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학교 교권보호위원회에서 교권침해가 없다고 결정하면서 사건이 외부로 알려졌다. 이처럼 지역 초등학교까지 교권이 무너졌으니 교육을 통해 사회윤리나 도덕, 상식 등을 기대하는 것은 이미 어려운 일이 되었다. 모든 기자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연예인이 무노동으로 단기간에 70억원이란 돈을 벌었다는 기사는 누군가를 한탕을 위해 도박장으로 발길을 옮기게 할 수도 있고, 성실하게 살던 사람의 자부심을 꺾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쁜 기사다. 자신의 기사가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많은 사람의 흥미를 끌기 위한 것에 모든 초점을 맞추었을 가능성이 높다.

 

90년대 중반까지 1개였던 24시간 뉴스방송국이 이젠 몇 개가 된 것을 보면 우리는 예전보다 더 많은 나쁜 뉴스에 노출되는 환경에 놓이게 되었다. 24시간 뉴스는 미국 CNN에서 1980년에 처음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YTN이 1995년에 시작했다. 당시 듣보잡이었던 케이블 방송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속보로 전하고 24시간 현장방송을 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최악의 나쁜 뉴스가 방송국 하나를 살린 셈이다. JTBC가 최순실 사건으로 유명해진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어쩌면 그보다 삼풍사건으로 인하여 케이블 방송과 24시간 뉴스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았는지도 모른다. 역시 최악의 뉴스가 만들어낸 효과였다.

 

아무튼 최근 뉴스들은 자극적인 타이틀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있다. 안타깝게도 거기엔 어떤 도덕도 윤리도 보이지 않는다. 이미 언론이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사라졌지만, 최소한 연예인 무노동 70억원 수익 같은 백해무익한 기사는 생산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의 마지막 한 줄을 생각하다가 믹스커피 유혹에 부딪혔다. 유혹은 언제나 후회 아니면 아쉬움을 남긴다. 자극적 기사의 유혹도 마찬가지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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