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의료기관에서 정기적으로 진료하는 ‘불법교차진료’가 횡행하고 있다. 불법교차진료를 넘어 ‘1인 1개소법’인 의료법 33조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는 점에서도 개원가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불법교차진료는 특정 지점의 원장이 타 지점에서 정기적으로 진료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가진 네트워크치과를 중심으로 더욱 넓은 범위의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편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 예를 들어 교정환자를 보지 않는 특정 지점에서 타 지점의 교정원장이 정기적으로 진료를 보는 식이다.
서울시치과의사회(회장 권태호·이하 서울지부)는 최근 불법교차진료로 의심되는 OO치과를 관할 보건소에 고발했다. OO치과 △△점의 개설자 A원장이 OO치과 ㅁㅁ점에서 주 3회에 걸쳐 정기적으로 진료를 하고, 환자 예약을 받은 것. 또한 OO치과는 SNS 광고를 통해 A원장의 교차진료를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다.
의료법 제33조 8항에 따르면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매주 화, 수, 금요일 등 정확한 날짜를 정해놓고 정기적으로 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보는 것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의료인에게 진료를 허용하고 있는 의료법 제39조(시설 등의 공동이용)를 근거로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례가 더러 있긴 하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 역시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다.
의료법에서 허용하는 교차진료는 난 케이스와 같이 환자치료에 필요한 임상적 자문을 목적으로 한 타 의료인의 진료를 뜻하는 것으로, 정기적인 교차진료는 이에 속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지난 2007년 B원장의 안과에서 C원장이 환자를 진료한 후 B원장의 명의로 원외처방전을 발행하고, 요양급여비를 청구했다. B원장 역시 C원장이 자신의 안과에서 진료할 때 C안과의 진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교차진료를 했으며, 이 두 원장은 B안과에 백내장 수술을 위한 클린룸을 공동으로 설치한 후 각자의 환자를 진료했다.
이 사실을 적발한 보건복지부는 타 의료인의 명의로 요양급여비를 청구하고, 처방전을 발행했다며 B원장에 대해 업무정지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이에 B원장은 의료법 제39조가 정한 ‘시설 등의 공동이용’에 해당한다며 의료법 33조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정기적인 교차진료는 의료법 제39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당시 대법원은 “의료법 제39조가 정한 시설 공동 이용의 의미는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일시적으로 다른 의료기관에 소속된 의료인으로 하여금 진료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이 사건의 협진의료가 의료법상 다른 의료기관에 소속된 의료인에게 진료를 하게 할 수 있는 예외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어 의료법 제33조에 위반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당시 A원장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항소가 기각된 것은 물론 대법원 상고까지 기각 당했다.
서울지부 이재석 법제이사는 “현재 OO치과는 불법교차진료에 대한 건으로 보건소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차진료에 대한 OO치과의 소명이 아직 남아 있는 등 조사결과를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이는 명백한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OO치과가 SNS 광고나 홈페이지를 통해 교차진료 사실을 버젓이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봤을 때, 위법에 해당하는지 조차 모르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개원가에서는 임상자문의 목적이 아닌 정기적인 교차진료는 명백한 위법임을 상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