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교정과가 20년 동안 감춰왔던 비기를 꺼낸다. 지난 1994년 개원해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삼성서울병원 교정과가 다음달 21일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강당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20년 개원 역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오픈 심포지엄이다. 하지만 심포지엄 타이틀, 그 어디에서도 20주년을 기념한다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20주년을 강조하기보다는 첫 오픈 심포지엄을 통해 국내 치의학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자 한다는 게 궁극적인 목표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연주제도 교정치료 중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를 치주, 성장, 설측교정, 악궁 등으로 나눠 그에 대한 대처법을 소개한다. 연자로는 구본찬, 황성진, 심영석, 채화성 등 20년 이상의 임상경험을 가진 삼성서울병원의 외래교수가 나서지만, 철저히 개원의의 눈높이에 맞춰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손에 잡히는 임상’을 소개한다.
교정과 치주
심포지엄의 포문은 구본찬 원장이 연다. 구 원장은 ‘교정치료를 위한 치아이동 시 주위 조직의 반응 및 치주적 고려사항’을 주제로 발표한다. 교정치료와 치주는 불가분의 관계다. 특히 요즘과 같이 성인교정 환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치주는 교정의 걸림돌이 돼 술자를 괴롭힌다.
치아에 교정력을 가하게 되면 치주인대, 치조골, 치은섬유 및 치은 등의 치아 주위 조직은 이에 반응한다. 따라서 술자는 교정력에 의한 치주조직의 반응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어야 환자의 치주건강을 헤치지 않을 수 있다.
구본찬 원장은 “최근 교정이 심미와 구강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치의학 중 하나로 각광을 받으면서 보다 다양한 연령층의 환자가 내원하고 있다”며 “치주조직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동반돼야 건강하고 기능적인 치열, 심미적인 안모의 교정치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 원장은 이번 강연에서 교정력에 의한 치아이동을 분류하고, 각각의 경우 치주조직은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어떤 치주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더불어 증례와 문헌고찰을 통해 교정의의 입장에서 문제 해결책을 제시한다.
성장기 아동의 교정치료
황성진 원장은 ‘성장과 발달예측을 통한 교정치료의 성공과 실패’를 주제로 성장기 아동의 교정치료를 다룬다. 성장기 환자의 교정치료에서 환아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장양상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단계다.
특히 골격성 부정교합의 소인을 보이는 경우, 성장과정이 교정치료의 장기적 안정성과 성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문제는 수많은 선학의 연구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아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장양상을 정확히 감별해 낸다는 게 매우 어렵다는 것.
황 원장은 성장기 아동의 교정치료를 △교정치료 전 성장과 발달예측을 위한 평가방법 △교정 치료 중 성장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중첩과정의 의미 △교정치료 후 유지관리과정의 다양한 변화들 △증례별, 성장기 교정의 적절한 치료시기 등으로 세분화하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성공·실패 증례와 문헌고찰을 통해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설측교정의 핵심 ‘토크 컨트롤’
심영석 원장은 ‘설측교정에서의 토크 컨트롤’을 주제로 교정의들도 어려워하는 설측교정, 그 중에서도 임상적 고려사항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치축각도에 대해 강연한다.
심영석 원장은 “전치부의 치축이 돌출된 경우 아래 전치부의 치축각도를 이상적으로 고려한 뒤 상악 전치부의 각도를 구치부의 넓이와 적절히 조절해 셋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도 “임상가들이 겪는 대부분의 토크 문제는 발치공간을 닫을 때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아치와이어에 Gable Curvature를 구치부 쪽에서 좀 더 강하게 주는 방식이 필요하며, 전치부에 가해지는 moment-to-force ratio도 적절히 조정해 수직적인 force vector가 최소화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 원장은 “설측교정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토크 컨트롤에 대한 임상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전치부 세그먼트의 clockwise rotation이 최소화되는 비교 모멘트의 임상적 기준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악궁 형태에 대한 정확한 예측
3차원 영상 진단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악궁의 수직적·수평적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교정 전 비대칭적인 치아의 위치, 근육과 같은 주변 연조직의 작용, 치아의 길이와 치조골 등 치아 이동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채화성 원장은 개원의들의 이와 같은 어려움을 감안해 ‘Counterforce to transverse and vertical canting problems in asymmetric conditions’를 주제로 악궁 형태의 변화와 부조화의 문제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대칭성, 안정성, 골격 패턴과 보상 작용 등 악궁 형태와 관련된 연구를 살펴보고, 채화성 원장의 임상적 해결방법인 △Triple helix △expansion spring △loops △miniscrew와 arch form shifting wire bending 등의 기법을 소개한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
인터뷰 / 김영호 교수 (삼성서울병원 교정과)
“다양성 바탕으로 한 손에 잡히는 임상 제시”
“삼성서울병원은 그동안 소수정예의 전문의만을 배출하며, 최상의 진료를 제공하는 진료 중심 치과였습니다. 따라서 이번 심포지엄은 전공의에게만 치중했던 교육의 장을 평생교육의 장으로 확장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공의에게만 허락됐던 삼성서울병원의 노하우를 개원가에 공개함으로써 국내 치의학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겠다는 취지다. 더불어 삼성서울병원 개원 20주년 맞는 올해 개최되는 첫 번째 오픈 심포지엄이라는 점에서 더욱 남다르다.
김영호 교수를 비롯한 삼성서울병원 교정과는 심포지엄 준비를 위해 6개월을 매달렸다. 10가지가 넘는 대주제를 놓고 외래교수들과 끊임없는 토론을 이어갔다. 그렇게 선정된 주제는 ‘교정치료 중 발생하는 위기와 극복 : 빈발하는 문제들과 해결 방법’이다. 이와 관련한 세부주제로 치주, 성장, 설측교정, 악궁 등을 설정했다.
“삼성서울병원에는 치과대학도 임상치의학대학원도 없어요. 이것이 단점일 수도 있지만, 장점으로 극대화할 수도 있습니다. 그 장점이란 바로 다양성입니다. 즉 다양한 수련배경의 외래교수들이 세부주제에 대한 저마다의 해결법을 제시하고, 청중들은 자신에게 최적화된 임상 해결법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죠.”
이번 심포지엄의 또 다른 특징은 ‘손에 잡히는 임상’이다. 모든 연자들이 개원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임상적 해결법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패널토의도 그동안 개원가에서 문의를 해온 케이스를 놓고 토론이 펼쳐지게 된다.
“대부분의 심포지엄은 대가의 강연을 듣는 방식인데요. 강연을 듣고 직접 시도해도,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때문에 연자들에게 개원가의 눈높이에서 강연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증례 자체에서 나타나는 임상 노하우 차이는 어쩔 수 없어요. 그래서 패널 토의에서는 개원가에서 문의가 들어온 수많은 케이스 중, 가장 빈번한 케이스를 선택해 청중과 함께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려 합니다.”
전공의 교육에서 평생교육으로의 전환, 삼성서울병원 개원 20주년,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손에 잡히는 임상 제시. 삼성서울병원의 첫 번째 교정심포지엄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특히 앞으로 정기적인 심포지엄을 개최한다는 계획이라는 점에서 치과계의 기대는 더욱 크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