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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진료과정 중 성희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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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헌 논설위원

국가인권위원회는 진료과정 중 의료진과 환자간의 성희롱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진료과정 성희롱 예방안내서’를 발간해 활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실시한 ‘진료과정의 성희롱 예방기준안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의료기관을 이용한 응답자의 11.8%가 진료 시 성적 불쾌감이나 성적수치심을 느꼈다고 답한 반면, 이에 대해 의료진들은 진료에 필요한 언동이 성희롱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답해 환자와 의료진간의 뚜렷한 인식차가 있음이 확인됐다.

 

흥미로운 결과는 진료과정에서의 성희롱은 주로 남성 의료진에 의해 이뤄진다는 게 일반적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진료할 때 성적 불쾌감이나 수치심을 느꼈다고 답한 여성의 37.3%가 ‘여성 의료진으로부터 느꼈다’고 답을 했고 남성 의료진이라고 응답한 여성은 80.5%였다. 여성 의료진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언어 사용, 개방된 공간에서의 탈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남성 의사 및 간호사 등의 협진 등이 주요 불만 대상이었다. 진료과정에서 의료인이 환자에게 구두로 증상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의 부적절한 표현과 말이 환자에게 성적 불쾌감이나 성적 수치심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의사 입장에서 문제점이 있고 불가피하거나 진료상 분명히 필요한 것들도 있다. ‘분만 진통 시 레지던트가 수시로 내진하는 것이 불쾌하다’는 진정에 대해 레지던트와 인턴을 의료진이 아닌 학생으로 기술한 것은 사실과 다르므로 레지던트는 병실 주치의로 분만 과정에 수시로 내진하는 것을 당연한 진료 행위의 과정으로 설명해야한다. 심한 복통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에게 성경험, 성관계 여부를 묻는 것에 환자 43.3%가 성적수치심을 느낀다고 밝혔는데 이는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의학적으로는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문제에 속한다.
치과병원에서 초진을 담당하면서 환자들에게 많은 오해를 받은 적이 있었다. 가임대상 여성의 경우 투약과 방사선검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초진에서 임신여부는 병력에서 필수적으로 청취를 해야 하는데 가임대상 여성이라는 것이 결혼한 여성만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임신이 가능한 상태라면 미혼의 경우에도 반드시 체크를 해야 한다. 치과초진에서 그런 병력을 물으면 무슨 부도덕한 문제를 아무 상관없는 치과의사가 묻는 것으로 오해하여 젊은 여성 환자의 얼굴이 빨개지고 보호자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경우는 상당히 흔했다.

 

선천성매독에 의해서 생긴 허친슨치 및 상실구치(Hutchinson’s teeth and mulberry molars)가 발견되는 경우 그 병력을 묻는 것도 보호자가 불편해 했고, 베체트증후군이 의심되어 산부인과적 증상에 대해서 묻는 것도 치과의사가 뭘 그런 것을 알고 싶어하냐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환자의 얼굴이 지금도 기억이 난다. 측두하악장애의 촉진을 위해서 얼굴과 목, 어깨를 눌러보는 경우 치과에서 황당한 경험을 하는 것처럼 느끼는 환자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피임약이 관절염과 연관성이 있어서 복용하는 약물에서도 체크해야 하는데 호르몬 문제로 중고등학생들도 복용하고 있으니 예전과 같은 시각으로 오해를 해서도 안 된다. 아마도 치과에서는 치아만 치료한다는 개념에서 본다면 왜 그런 과정이 필요한지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으며, 미리 설명을 하는 경우 대부분 이해를 하면서 협조하지만 무언가 개운치 않게 따라오는 입장을 취한 것도 실제 현장에서의 반응이다.

 

진료과정에서 성희롱은 분명히 범죄행위이므로 이에 대한 의료계의 깊은 고민과 대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부끄럽고 민감한 문제라고 이를 회피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정확한 진단에 문제가 생겨 환자가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이 두개는 구분되어야 하므로 이에 대한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것이지, 응답자의 11.8%가 그렇게 느꼈으니 의사가 성희롱을 했다고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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