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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치협의 치과의사 수 조정 움직임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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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태석 논설위원

1972년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의 존 칼훈이라는 연구원은 쥐를 통해 사회 실험을 시도했다. ‘우주25호’라는 특별한 ‘쥐 우리’를 만들어 물과 음식을 풍족하게 공급해 주고, 주기적으로 청소를 해 주면서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등 아파트식 주거까지 갖춘 쥐들에겐 유토피아 같은 세상을 만들어주면서 그들을 관찰해보았다. 연구자가 관찰하고자 했던 것은 좋은 환경에서는 개체수가 증가할 것이고 한 가지 제한적 요소인 공간이라는 제약 하에서 개체수 과잉이 부르는 사회적 영향에 대해 알고 싶었던 것이다.

 

실험을 시작할 때 교미할 수 있는 네 쌍을 들여보냈다. 이 공간(210㎡)은 애초에 160마리가 적당한 공간이었는데 315일 만에 620마리를 찍고, 560일째 2,200마리를 기록하고는 이후 하강해서 600일째 되는 날에 최후의 쥐가 태어났고 사망률이 급증하면서 개체수가 적정 개체수로 줄어들었지만 그들은 교미를 하지 않았고 개체수를 회복하지 못했다. 개체수 과잉이란 먹이, 살 공간, 물 등 모든 필수품의 부족을 의미한다. 어미 쥐는 어린 쥐를 내쫓았고 상처를 입혔으며 암컷들은 사나워졌고 수컷들은 짝짓기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방어의 부족과 공격성의 증가는 상처투성이의 희생자를 양성하고 쥐들의 사회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게 된다. 사회만 죽은 것이 아니라 개체마저 죽어버린 것이다.

 

우리 치과계에 이런 비극적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이미 여러 기관에서 발표한 자료에서 치과의사 수가 적정수준을 넘어 섰다고 경고하고 있고, 실제로 서로 물어뜯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가격 덤핑, 불법네트워크 치과, 고소·고발, 폐업 급증사태 등으로 미루어 볼 때). 또한 최고 수준의 증가율로 지속적인 증가를 한다면 치과계 전체가 파멸에 이를 것은 분명하다.

 

필자는 여론수렴위원회를 맡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치과의사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면 이런 질문을 해본다. 10년 뒤 후배들을 위해 지금 치협이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객관식으로 △영리법인 문제 △전문의제도 문제 △불법네트워크 치과 문제 △치과의사 과잉 배출 문제 중 고르라고 하면 십중팔구 치과의사 과잉 배출을 지적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 입학 정원을 조정 할 수도 없으려니와 당장 시행하더라도 늦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에 의하면 10년 후인 2025년에는 공급과잉이 5,000명을 넘어 설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교육부, 복지부 당국자들은 OECD 평균 운운하며 우리나라의 고유한 의료 환경 변수는 외면한 채 딴전을 피운다. 우리나라처럼 경직된 공직사회에서는 공급과잉의 우려가 있을 때, 미국처럼 치과대학 입학 정원 조정을 통해 안정화시키거나 일본처럼 국시 합격률을 70%대로 떨어뜨릴 수 있는 탄력성이나 자율성을 기대할 수는 없다.

 

최근 치협에서 치과의사 적정 수급을 위한 TF가 발대식을 가졌다. 지난 집행부에도 있었으나 보다 강한 실천력을 보이기 위해 전국 치과대학동창회와 교수들과 지부의 참여를 강화시켰다고 한다. 더 이상 여론 수렴이나 탁상공론으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전임 집행부에서 준비해 놓은 자료를 가지고 조절 밸브도 없이 일정 양을 쏟아 붓고 있는 입학정원부터 즉각 틀어막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밥 그릇 싸움이 아니다. 개체수 과잉은 사회 자체를 파멸시킬 것이고 의료계의 파멸이란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우리가 의료 공급자의 위치가 아닌 의료 수혜자 입장에서도 치과의사 공급과잉은 행동으로 나서서 막아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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