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이 근처 치과가 너무 많아요. 치과가 편의점보다 더 많은 것 같아요. 치과도 경쟁하려면 24시간 진료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몇 해 전부터 환자들에게 가끔 듣는 말 중에 하나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사실이다. 2015년 1월 서울기준 편의점 점포의 수는 4,150여개, 치과 의료기관의 수는 4,660여개이다. 그야말로 충격이다.
요즘 치과는 딱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경영이 안 되는 치과 그리고 경영이 너무 안 되는 치과. 사견으로 최근 치과의사라는 직업은 빛 좋은 개살구이고 대부분 현실은 시궁창이라고 생각한다. 근래 몇 년 동안 불법성 네트워크치과가 판을 치면서, 치과의사들이 밥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고 떠들어대지만, 진짜 이유는 넘쳐나는 치과의사 인력공급과잉이라고 볼 수 있다.
심평원의 ‘건강보험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치과의원 1,161곳이 신규 개업했고, 이 중 854곳이 문을 닫았다. 3곳이 문을 열면 그 중 2곳이 문을 닫은 격이다. 발표되는 자료들만 봐도 개원가 경영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넘쳐나는 공급과잉, 인터넷서 24시간 가능한 의료지식, 투철한 직업의식 부재 등 초대형 악재 속에서 언제까지 목에 힘주고 살까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수년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지금처럼 매년 800여 명의 치과의사가 계속 배출된다면 2020년에는 2만6,000명을 넘어 치과의사 면허를 취득하고도 노는 치과의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는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또한 2010년 6월에는 보건복지부 의료자원과가 2010년부터 300~1,000명의 치과의사가 과잉 될 것을 예측, 2025년도에는 약 5,000명 정도의 치과의사가 과잉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어두운 현실은 더 빠르고 무섭게 다가오고 있다. 연구조사에서 2015년 치과의사 수를 2만1,000명 전후로 예측하면서 향후 치과의사 과잉공급의 심각성을 지적한 바 있었으나 실제 현실은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현재 치과병의원에 근무하고 있는 치과의사는 2만2,190명으로 이미 2만2,000명을 넘어섰다. 예측 연구 자료들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치과의사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치과의사 과잉공급으로 치과의료 질적 저하를 가져온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지난 2010년 과잉공급을 막기 위해 국가고시 합격률을 70%까지 떨어뜨렸고, 일본 치과계에서는 적정인원 유지를 위해 국가고시 합격률을 35%까지 떨어뜨릴 계획이라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비단 남의 나라 일만이 아니다.
현재 치과의사들은 치과의사 수를 줄여야 한다고 정부에 볼멘소리를 하지만 과연 정부와 시민들이 밥그릇 지키기로 보이는 공급조절 요구를 들어줄까? 치협 28대 집행부에 발족된 치과의사 적정수급을 위한 TF가 별다른 소득없이 막을 내리고, 몇 주 전에 다시 29대 집행부로 재구성되어 발대식을 개최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이번 TF는 보여주기가 아닌 치과의사를 대표해서 각기 다른 목소리로 접근하기 보다는 폭넓은 의견수렴, 정책방향 설정 등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미 공급자인 치과계는 적정수급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다. 이제는 수요자와 조절자인 시민과 정부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의료인의 공급정책은 미래의 국가의료시스템의 효율성 및 국민건강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공감하게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