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부터 4개월간 진행된 노인요양시설 치과촉탁의 시범사업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노인요양시설에 치과촉탁의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가 △의료사고 대처에 대한 보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았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노년치의학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춘진 위원장이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한 ‘장기요양시설 노인구강건강 증진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지난 11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긍정적인 평가는 물론, 향후 개선점도 상당수 도출됐지만 치과촉탁의가 노인의 구강건강 향상에 기여하고, 치과의사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라는 데 의미를 더했다.
치과촉탁의 4개월 시범사업 ‘성공적’
지난 7월부터 약 4개월간 진행한 노인요양시설 치과촉탁의 시범사업에 대한 성과는 긍정적이었다. 발표자들은 시범사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로 치과촉탁의제도의 매뉴얼화를 꼽았다. 치과촉탁의제도는 방문진료로 이뤄지기 때문에 제공할 수 있는 구강보건서비스 항목을 △구강검진 △시설종사자 교육 △전문가구강위생관리 △틀니조정 및 수리 △간단처치 등으로 매뉴얼화 함으로써 케어와 진료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했다.
더불어 치과위생사용 ‘전문적구강위생관리기록지’와 전문가구강위생관리 및 시설종사자 교육에 대한 ‘일일활동보고서’ 등 다양한 리플렛을 만들어 향후 제도 시행 시 효과적인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치과촉탁의제도에 대한 요양시설과 노인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게 이번 시범사업으로 확인됐다. 요양시설 입장에서는 그동안 노인들의 구강관리를 위해선 직접 치과를 찾아야 했지만, 방문진료를 통해 이동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던 것. 더불어 전문가에 의해 효과적인 구강관리가 이뤄지기 때문에 요양보호사는 물론 노인들까지도 치과촉탁의제도에 대한 호감을 표시했다.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한동헌 교수(서울치대)는 △치과촉탁의 및 치과위생사 인력 확보를 위한 노인장기요양법 관련 법규의 제정 △요양시설 노인구강건강 증진을 위한 구강보건위생 교육 컨텐츠 개발 및 교육체계 확립 △요양시설의 제도 도입 방안 및 평가 체계의 모색 등 세 가지 해결과제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재정 확보·제도 보완 우선돼야
발제 이후 지정토론에는 복지부, 치협, 치위협, 노인요양센터, 법조인,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활발한 토론을 이어갔다.
노인요양시설에서는 매우 만족스럽다는 의견을 내놨다. 시범사업에 참가한 에덴노인전문요양센터 정현철 센터장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많아 치과를 찾아가는 것이 보통 부담이 아니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구강관리가 모두 이뤄져 노인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가 92%에 이른다. 치과촉탁의까지 시행되면 100%에 이를 것이라 예상한다”며 “지금 당장 시행하기는 어렵더라도, 순차적으로 제도가 시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법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양승욱 변호사는 “치료 대상이 치매 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일 경우, 기본적인 안정장치조차 없는 상황에서 진료를 하다 문제가 발생하거나, 치료동의 자체를 이끌어 내기 어려울 수 있다”며 “의료서비스 공급체계의 법제화는 물론, 성년후견에 관한 특칙 등도 고려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도 도입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보건복지부 측은 노인요양시설 치과촉탁의제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재정 확보 등 풀어야 할 문제는 많다는 의견을 내놨다. 맹호영 요양보험운영과장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었지만 구강과 관련된 부분은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돌봄’ 중심이고, ‘치료’는 국민건강보험에 해당되기 때문에 재정확보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강정훈 치무이사는 “치과촉탁의제 도입에 치협은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세 가지 선결 조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정훈 치무이사는 “촉탁의가 정례적으로 시설을 방문할 수 있도록 법제화, 명문화가 필수적”이라며 “이외에도 방문진료에 걸맞는 적정 수가 책정 및 치과촉탁의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동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노인요양시설에 치과촉탁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정부, 국회, 치협, 요양시설, 시민단체 등을 포함한 전사회적으로 공감대를 얻고 있다. 노인요양시설 치과촉탁의제도 법제화는 전임 김세영 집행부 시절부터 노인 구강보건 향상은 물론, 치과의사 인력수급의 한 방안으로 적극 추진됐던 사업이다. 4개월 간의 시범사업을 마친 치과촉탁의제에 대한 치과계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기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