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끝나면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가 쏟아져 나온다. 음식점에서부터 미용실, 놀이공원, 헬스장 등 각 업종별로 수능 이벤트가 넘쳐난다. 치과도 예외는 아니다.
문제는 ‘20만원 상당 교정 진단비 무료’ ‘정밀검진, 월정료, 발치비 무료, 치아미백은 보너스’ 등과 같이 무료진료를 내세워 환자를 유인하는 불법의료광고가 횡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불법의료광고는 사전심의 대상이 아닌 SNS와 홈페이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 단속도 쉽지 않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의 수능 맞이 이벤트 광고는 △상담 시 소요되는 교정 진단비 △매월 진료 후 내게 되는 월정료 △발치비와 같이 교정 치료 과정 중 발생하게 되는 추가요금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며 수험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무료로 진료하고 이를 광고에 활용함으로써 환자를 유인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수험생뿐 아니라 동행한 부모에게 치아미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치과도 있어 눈살을 찌뿌리게 한다. 환자 체험담과 연예인 치료 경험을 소개하거나 치료효과를 보장하는 과장광고도 넘쳐나고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추첨 이벤트를 진행하는 곳도 부지기수다. 선착순 신청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무료로 교정치료를 해주고, 당첨 순위에 따라 할인 혜택을 차등 제공한다. 이 역시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 환자유인행위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 모든 혜택은 굳이 수험생이 아니라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 개원의는 “말이 수능 이벤트지 수험표가 없어도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이는 수능 이벤트와 관련된 불법의료광고가 단순히 환자를 유인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치과의사회(회장 권태호·이하 서울지부)는 비급여라고 하더라도 무료로 진료하고, 이를 광고에 활용하는 것은 환자유인행위에 해당한다는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을 받은 바 있다. 이 유권해석을 적용하면, 앞서 설명한 ‘수능맞이 무료 이벤트’는 모두 불법광고에 해당된다.
보건복지부는 공문에서 “의료기관에서 행하는 무료진료란 제한적인 대상을 상대로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지 않고, 본인부담금도 받지 않는 진료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와 같은) 무료진료가 허용된다 하더라도 환자유치를 위해 이를 홍보나 광고에 이용하거나, 추가치료가 필요한 경우 해당 의료기관에서 치료받도록 유도한다면,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환자유인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순수 봉사목적의 무료진료는 허용될 수 있으나, 이를 광고에 사용해 환자를 유치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서울지부 이재석 법제이사는 수능 이벤트 등의 광고에 대해 “의료광고 사전 심의대상이 아니라 하더라도 홈페이지 SNS 등에 치료효과를 과장하고 소비자를 현혹하는 광고는 의료법 위반”이라며 “특히 교정검사 무료, 치아미백서비스 등의 무료진료 광고나 선착순 할인, 추첨 할인 이벤트 등의 광고는 의료법 27조 3항에서 금지한 환자 유인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불법 광고를 근절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무엇보다 불법 광고를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치과계 내부의 성숙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더 큰 문제는 각종 이벤트와 과장 광고를 통해 이른바 ‘수능특수’를 노리는 곳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단 기간에 많은 환자가 몰리는 쏠림현상으로, 적절한 치료를 하기란 무리가 따른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치과와는 상황이 조금 다르지만, 지난해 수능 이벤트를 통해 성형외과에서 코와 쌍꺼풀 수술을 받은 수험생이 뇌사 상태에 빠진 사건이 있었다. 당시 보호자는 해당 의료기관이 동의도 없이 전신마취를 했다며 검찰에 고소했지만, 의료과실을 입증하기 어려워 현재까지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다. 단기간에 몰리는 환자를 어떻게 진료하는 지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개원의는 “수능시즌을 맞아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이벤트에 현혹돼 잘못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터무니없는 가격이나 혜택을 내세운 의료기관보다는 의료진의 전문성이 검증된 곳에서 보호자와 함께 상담 받을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