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이 특별한 세제 혜택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료생협이 급증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것. 박형욱 교수(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의료정책포럼’에 ‘의료생협의 실태와 개선방안’이라는 연구보고서를 기고하고 이 같이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연도별 의료생협의 변화추이를 살펴보면, 2005년도에는 39개, 2006년에 70개, 2008년 113개에 불과하던 의료생협이 2013년 6월 340개로 급증했다. 박 교수는 이처럼 의료생협이 급증한 이유로 세제 혜택을 꼽았다. 의료생협의 과세 대상 소득 기준과 세율이 일반 의료기관보다 낮다는 것.
연구보고서에서 박 교수는 “의료생협이 확대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의료생협 개설 의료기관과 일반 개인 병·의원의 세제 혜택의 차이로 판단된다”며 “개인 의료기관의 과세대상 소득은 총 수입금액에서 필요경비를 제외한 나머지가 되지만, 의료생협의 경우 총 수입금에서 필요경비뿐 아니라 기타 모든 비용을 제외한 순수 매출액이 과세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세율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박형욱 교수는 “개인 의료기관은 최소 6%에서 최고 35%로 최대 과세율이 높은 경향이 있으나, 의료생협은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당기순이익의 9%만 과세를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생협에 적용되는 법에서도 문제가 발견됐다. 의사가 위법행위를 하면 의료법상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고, 면허자격 취소 혹은 정지, 그리고 그 의사가 운영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의료업무정지처분이나 폐쇄처분도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의료생협이나 다른 비영리법인의 실질적 운영자는 이러한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으로부터 제외돼 있다.
박형욱 교수는 의료생협의 경우 1인 1개소법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의료법은 1인 1 의료기관 개설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네트워크 병원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는 조항이 신설됐지만, 법인 명의의 의료기관 운영은 1인 1개소 원칙 적용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상당수의 의료생협이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있으며, 심지어 10개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있는 곳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의료법이 아닌 다른 법률에 따라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는 것은 현재의 의료법 관리체계를 근원적으로 벗어난 것”이라며 “의료법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관리하고 있는 의료기관과 달리 의료생협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관리를 받음으로써 규제의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의료생협의 인가기준 강화 △의료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의료사협)으로의 단일화 △특수법인이나 사단법인의 의료기관 개설 금지 등을 제안했다.
인가기준 강화는 의료생협이 사무장병원 등 불법적인 루트로 활용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협동조합기본법에 근거한 의료사협 수준으로 설립 기준을 강화하자는 내용이다. 박 교수는 이 조치만으로도 의료생협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 번째 의료사협으로의 단일화는 규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다. 박형욱 교수는 “현재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3개의 정부부처가 의료기관 개설에 관여함으로써 관리·감독의 공백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는 의료생협의 관리·감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이나 조직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일정한 경과규정을 둬 의료생협을 의료사협으로 유도하고, 경과기간 후에는 의료생협 형태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은 포괄적으로 명시된 의료기관 개설권을 구체화하여 사단법인이나 비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 자체를 차단하는 방안이다. 현재 의료법 제33조 제2항 제4호에는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도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학교법인, 사회복지법인, 재단법인 등으로 구체화해 의료생협과 같은 비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