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전파를 탄 SBS스페셜 ‘병원의 고백-하얀 정글에서 살아남기’가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방송 이후 치과의사들이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는 주요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이날 방송은 ‘벼랑 끝에 선 히포크라테스의 후예들’이란 표현과 함께 점점 상업화되는 의료시장 속에서 소신을 지키려는 양심 의사들과 환자들의 고통을 살펴본다는 취지를 밝혔다. 내용 중에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과잉진료로 몰아가고 있다”, “1시간을 봐도 1분을 봐도 진료비는 3,000원이라는 초저수가 문제가 박리다매를 부른다. 박리다매를 해도 적자가 나고 다른 방식의 영리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젊은 의사들의 고백이 공개돼 의료계의 어려움을 실감케 했다.
치과계의 상황은 중요한 부분으로 소개됐다. 양심적인 진료로는 직원 고용도 어려워 혼자서 모든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는 원장과 동네에서 양심치과로 소문난 치과의사들의 방식도 공개됐다. 과잉진단을 받고 내원한 환자에게 정확한 진단과 설명을 통해 환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그리고 보험항목을 통해서는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라는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 공감됐다는 의견이 있다.
치과는 물론 전문과에 상관없이 미용시술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의료계의 상황, 개원보다 폐업률이 높아진 산부인과 등 의료계 전반의 어려움을 통해 “의사도 망하는 시대를 보여준 것이 오히려 현실적”이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무조건 돈이 안드는 치료가 옳은 치료로 비춰지는 것은 무리가 있다”, “대부분의 치과를 비양심적으로 이분화시킨 것 같아 불편했다”는 반감도 적지 않았다. 또한 저수가의 문제, 의료계의 희생을 강조하는 건강보험체계에 대한 보다 명확한 지적이 없었던 부분에 대한 아쉬움도 제기됐다.
이러한 가운데 치과계의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도 소개됐다. 방송에서는 “치협은 최근 양심운동을 선언했다. 수가라는 큰 문제를 해결하는 사이 현장의 상황이 더 안좋아졌기 때문이다”는 멘트와 함께 ‘우리동네 좋은치과’를 조명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최남섭 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의료수가에 대해 잘못 얘기를 하게 되면 국민들이 다 돌아선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양심진료, 투명한 진료로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로 ‘우리동네 좋은치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양심치과의 기준, 공감과 반감이 엇갈리긴 했지만 어려워진 개원가의 현실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치과계의 관심을 모은 프로그램이었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