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9 (화)

  • 구름많음동두천 9.0℃
  • 구름많음강릉 10.1℃
  • 구름조금서울 8.4℃
  • 맑음대전 10.1℃
  • 대구 11.0℃
  • 구름많음울산 14.2℃
  • 황사광주 10.1℃
  • 구름조금부산 14.3℃
  • 맑음고창 8.5℃
  • 흐림제주 12.6℃
  • 구름조금강화 8.0℃
  • 구름많음보은 10.4℃
  • 구름조금금산 9.1℃
  • 맑음강진군 11.2℃
  • 구름많음경주시 13.7℃
  • 맑음거제 13.7℃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어느 비오는 날의 단상

URL복사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279)

비오는 날 아침 출근길이었다. 우산을 접고 지하철 통로를 들어가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발밑에 무엇인가 지나갔다. 우산이었다.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여성이 계속 발로 우산을 차면서 지나간다. 일순간 심한 충격에 그녀의 뒷모습을 한동안 쳐다보았다. 초등학생 시절에 친구들과 장난삼아서 하거나 엄마에게 꾸중을 듣고는 화가 나는 것을 참지 못해서 행했던 행동을 20대 중반 여성이 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그것도 대중이 많은 지하철 통로에서 말이다. 통통한 체형에 약간 작은 키로 예쁜 얼굴은 아니었다.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그녀의 행동이 화가 난 얼굴처럼 보이게 하였다. 그런 그녀의 이런 모습이 지금 우리사회를 대변하는듯하여 마음이 아팠다.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하며 머리에 떠오른다. 만약 10여 년 전에 동일한 장면을 목격하였다면 그냥 개인적인 정신 병력을 지닌 환자로 생각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정신적인 역량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연인에게 프러포즈하고 거절당하자 강제로 상대를 감금하고 손가락을 자른 사건이 있었다. 변심한 연인의 마음을 돌리려고 편의점 강도피해 자작극을 행하였다. 갓난아이가 운다고 떨어뜨려서 죽게 하고 시험을 통과하려고 국가 컴퓨터를 조작하였다. 여자 초등학생들은 얼짱이 되기 위해서 화장을 하고 남자 초등학생들은 복근을 만들려고 혈안이다. 인터넷에 ‘초등복근’을 검색하면 초등학생들의 상반신 사진들이 넘쳐난다. TV 속 어른들은 자신의 사람을 심으려고 추악한 모습의 극치를 연출하였다. 예쁜 여자는 ‘여신’이라는 표현으로 상대적 대우를 받는 현실이다. ‘이태백’이라고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말이 현실이다. 대학생들은 졸업을 연기하고 공무원 준비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이다. 졸업은 학생에서 백수로 바뀌는 현장이 되어 축하가 사라졌다.


이런 종합적인 사회적인 분위기로 그녀의 행동을 단순히 정신병자나 분노조절 장애 환자라고 보기 어렵다. 어쩌면 그녀는 이런 사회에 대하여 분노를 폭발시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작고 통통하고 예쁘지 않은 얼굴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편견이 매사에 장해가 되어 불만이 쌓이고 쌓이면서 언젠가는 폭발하게 된다.


편견을 극복하려면 깊은 수양과 내공이 필요하다. 그런데 20대에 편견을 극복할 만큼의 정신적인 수양과 내공을 쌓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 내공은 사회경험이 많은 50~60대에도 쉽지 않다. 지금 우리시대는 50대에게도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퇴직은 다가오는데 노후를 대비할 자산은 없고 자신이 처한 환경은 점점 나빠져만 간다. 대부분 50~60대 가정은 그런 부모에 그런 20~30대 자식이다. 부모도 자식도 소통을 생각할 만큼의 정신적인 여유가 없다. 스트레스를 풀어줄 가정과 가족의 정이 단절된 상황이다. 게다가 각자가 지닌 스트레스 위에 소통이 단절된 가족의 불만까지 합쳐진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것 때문에 우산이 그녀의 발끝에 차이게 되었다는 생각이 그리 틀리지 않을 것이다. 사회가 변하지 않고 50대 부모가 변하지 않고 20대인 그녀가 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가 변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부모가 변하는 것이 가장 빠르지만 현실적으로 50대 부모가 변하는 것은 20대가 변하는 것보다도 더욱 어렵다. 결국 그녀가 처한 상황에서 탈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필자의 마음이 아프다.


어른이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사회이다 보니 사회가 추구하고 나가는 방향도 잘못되었다. 이제 필자도 50대 중반을 넘었다. 나이로는 충분한 어른이지만 실제로 어른 같은 행동을 하는가를 반문하여본다. 필자의 자녀들과 비슷한 또래인 지하철 우산녀가 사는 지금 우리사회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보고 어른의 한사람으로 통감하여본다. 그들의 사회를 위하여 앞으로 필자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조금이라도 위안 받고 위로가 되는 방향으로 사회 환경이 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비트코인의 슬픈 사회
최근 비트코인이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면서 상승하고 있다. 이 뉴스를 들으며 무엇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착한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 권선징악과 성실하고 근면한 사람이 잘산다는 것이 공통의 교육적 목표며 인류의 보편적 가치였다. 이런 가치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살면서 규칙이 만들어졌고, 공동의 선을 추구하기 위해 윤리와 도덕 그리고 성실한 삶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근면성실한 자가 존경받기보다는 무능하거나 고지식한 사람으로 취급되었다. 노력 없이 일확천금을 얻은 자들이 각광받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구독자가 많은 유튜버가 큰돈을 벌면서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순위가 되었다. 자신의 능력과 상관없이 무리하게라도 영끌해 아파트를 구매하는 데 20~30대가 혈안이 되었다. 무리한 코인투자로 모든 것을 잃은 청년들이 속출하기도 하였다. 이런 사회적 환경에서 비트코인이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다는 뉴스는 비상식의 상식화를 가속시킬 수 있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 비트코인이 최고가를 갱신할수록 성실한 노력으로 번 돈의 가치는 하락한다. 비트코인의

재테크

더보기

신고가 경신하는 미국 증시와 첫 금리인하 전후 전망

기술주가 견인하는 미국 증시의 신고가 경신 최근 신고가를 이어가던 미국 증시 중심에는 엔비디아와 AI 관련 기술주의 힘이 컸다. 전통적인 빅테크 기업이었던 애플과 구글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부진하는 사이 엔비디아(3위)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애플(2위)의 시가총액에 근접하게 됐다. 그런 엔비디아가 최근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 증시도 상승 추세는 유지하고 있지만, 종목별로 차별화된 장세가 심해지고 있다. 특히, 기술주와 비기술주 간의 상대적인 가격 차이가 크게 커지고 있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반도체 지수에 편입된 기술주가 S&P500 지수보다 역사적인 고평가 영역에 이르고 있다. 특정 섹터와 기업에 편중된 주가 상승은 전체 미국 증시의 건전한 상승 흐름이 지속될 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지난해 11월 FOMC 이후로 이어진 산타랠리와 연초 미국 증시의 랠리는 큰 조정 없이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어느 시점부터 건전한 주가 조정 구간이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주기적 자산배분 - 인플레이션 금리사이클 연준의 기준금리 위치와 방향을 나타내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을 참고해 현시점에서 주기적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