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기사에서 접한, 교정치료 환자로부터 진료거부로 고발당한 치과의사의 사연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비록 필자의 사건은 아니지만 유사한 일들을 경험한 동병상련의 감정인지 글을 읽으면서도 마음이 무거웠다. 내용은 환자의 치아에 브라켓을 처음 붙였는데 아팠다고 불편을 토로하며 장치를 모두 철거하기를 강하게 요구하여 환자가 원하는 대로 전체 장치를 제거해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환자는 다시 장치를 붙여줄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교정의사는 못내 환자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다시 교정장치를 장착하면서 환자의 불만이 반복되었다고 한다. 그 후 이런 사건의 반복으로 원장은 다른 치과로 전원을 물어보았고 환자는 그것을 진료거부로 고발하였다는 내용이다.
이 내용을 살펴보면 몇 가지 생각할 부분이 있다. 첫 번째가 브라켓을 붙였는데 환자가 아팠다고 화를 내며 장치를 모두 제거해달라고 주장했다는 부분이다.
환자는 통상 치과치료는 아프다는 것을 전제로 진료를 받으러 오기 때문에 통증에 대하여서는 생각보다 관대하다. 즉 어지간한 통증은 잘 참는다. 특히 남성이 아니고 여성이라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교정치료에서 브라켓을 붙이는 술식은 통증을 동반하는 술식이 아니다.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밴드나 접착제가 굳은 다음에 다시 붙이려고 제거하는 것인데 이정도로 통증을 호소하고 제거를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환자의 불만이 통증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환자의 불만은 통증이 아닌 초보자 같은 손길이라든가, 직원들이나 원장의 태도에 대한 불만이든가, 진료자체에 대한 불신이라든가, 본인이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결과라든가, 즉 환자만이 아는 다른 내용이 있을 수 있다.
두 번째는 극도로 예민한 환자이다. 예민한 환자로 과도한 긴장을 참기가 어려웠을 가능성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 환자가 폭발할 정도의 화를 내는 경우는 드물다.
셋째는 블랙컨슈머이다. 그런데 블랙컨슈머라고 생각하기에는 타이밍이 좋지 않다. 블랙컨슈머는 자신들이 이득을 얻기 가장 좋은 시기를 찾고 가급적이면 다른 사람들의 납득이나 호응을 얻기 유리한 시기를 노린다.
그래서 통상 치료 첫날 처음 진료부터 시비를 걸지는 않는다. 치과의사가 발을 빼기 애매한 시기를 노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넷째는 이상심리자이다. 그런데 이상심리자는 처음부터 행동이나 말투에서 이상함을 감지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경우는 처음 교정을 시작할 때 환자가 생각했던 기대 수준과 현실과의 괴리에서 오는 불만이 표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거기에 환자의 성격이 첨가된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환자가 무엇인가 불만이 있던 중에 약간의 통증이라는 이벤트를 찾은 것에 불과하다.
예를 들면 장치 붙이는 것에서 철사를 넣는 것까지 모든 진료행위를 전적으로 원장에게 받기를 원하였는데 치과위생사가 간접접착법으로 시행하였거나 철사를 다른 사람이 넣는 것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우회로 표현하는 방법을 택하였을 수 있다. 치과위생사가 철사를 넣고 빼는 것이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요구가 곤란하니 다른 관심을 얻을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부부지간이나 연인사이에 여자가 남자들의 불만에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전혀 다른 방법으로 괴롭히는 것과 유사하다. 즉 직접적인 표현이 상황적이나 도덕적으로 불리한 경우에 간접적인 표현을 통하여 이차적인 관심이나 이득을 얻고자하는 행동이다.
이것은 환자와 의사 사이에도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표현의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선물을 사오거나 불만을 토로하는 방법이다. 조그만 라포라도 형성되었다면 선물을 선택한다. 하지만 라포가 조금도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객관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내용을 찾아서 불만을 토로한다. 자신을 알아 줄때까지 지속적으로 방법을 바꾸어가며 불만을 토로한다. 그렇게 찾은 방법 중의 하나가 진료거부고발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건의 중심에는 환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핵심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