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 임시대의원총회, 무기력한 치협과 이에 등을 돌리는 대의원들을 목도함으로써 전문의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뒤덮인 하루였다. 복지부가 일방적인 입법예고를 했고 미수련자가 소외되었다는 것, 복지부가 치과계를 배신했다는 것은 중론이다. 복지부는 추후 연구용역을 통해 추가 전문과목 입법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믿지 않는다. 다수의 임의수련자조차도 미수련자의 희생을 볼모로 전문의제 경과조치에 합류하기를 원치 않을 정도로 치과계는 그야말로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회원들은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이에 대한 대책을 논하고 복지부의 일방통행을 저지할 방안이 나오길 기대했다. 그러나 모든 안건이 부결됨으로써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입법예고안의 수용 여부를 묻는 1안은 회원들의 뜻을 확인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1안이 부결된 후에 두 번째, 세 번째 안건의 내용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워 하나마나한 임시총회로 끝을 맺었다.
2안인 ‘2016년 1월 30일 임시대의원총회 의결안에 대한 재확인의 건’은 도대체 왜 상정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의장단 해석에 의하면 가결되거나 부결되더라도 1월 임시총회 결과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했다. 치협 법률전문가에 따르면 부결되더라도 1월 임총 의결의 추진 가능성이 무산됐다고 보기 힘들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안은 애초에 상정안건으로서 가치가 없었던 것이 아닐까? 집행부가 전국에서 모여든 대의원을 바보로 만드는 순간이었다.
위 안건이 부결됐지만 회의법상 1월 임시총회 의결이 살아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대의원들은 부결을 통해 임총 이후 이를 지켜내지 못한 집행부에 대해 책임을 묻고, 치협에 등을 돌렸다는 것을 보여줬다.
‘대의원총회 의장단 산하 치과의사전문의제도 특별위원회 구성의 건’이 부결된 것 또한 집행부에 대한 불신의 표현이다. 복안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집행부는 총회 현장에서 현재 복지부 주도의 전문의특위 위원 전원 사퇴를 전제하고 특위의 목적, 위원 선출과 운영방식 등을 대의원들에게 설명해야 했다. 의장단조차 조직과 예산 문제를 들어 집행부에 질문할 정도였으니 대의원들에게 특위 구성의 어떤 명분도 보여주지 못한 셈이다.
지난 4월 광주에서 개최된 치협 대의원총회에서 1월 임시총회 의결사항 준수를 촉구하는 안을 다시 올려 집행부에 강력히 추진할 것을 위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치협은 로드맵도, 리더십도, 조정자로서의 역할도 보여주지 못했다. 우리의 요구대로 되지 않을 경우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는 4월 총회 결의도 무시한 채 안건에 올리지도 않았다.
절름발이 입법예고안을 내놓은 복지부는 그릇된 강물의 흐름을 만들었다. 이에 휩쓸려 치협은 마치 죽어가는 물고기와 다름없다. 살아있는 물고기라면 헤엄을 쳐서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렇지 못한 물고기는 그저 강물의 흐름에 떠내려갈 뿐이다. 치협은 임시총회에서 보여준 대의원들의 의중을 채찍 삼아 다시 깨어나야 한다. 임시총회 결과에 대해 회원들에게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고 집행부 명운을 걸고서라도 전문의제 입법예고를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해야 한다.
국민에게 필요한 적정 전문의의 수요와 과목을 설정해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이로운 제도로 가는 것이 올바른 강의 흐름이다. 치협이 깨어나지 못하면 전문의제는 복지부가 끌고가는 대로 표류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