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단체간 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의협)는 지난 17일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 김필건 회장을 고소했다. 의협 및 의사회원에 대한 모욕 및 명예훼손을 했다는 이유다.
지난해 9월 24일 한의협은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양의사협회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문제가 불거진 이후 지금까지 투쟁, 행동 등의 단어를 지속적으로 언급하며 줄곧 정부와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 “한의약 발전의 발목만 잡고 늘어지는 시대착오적, 증오범죄적 행태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등의 표현을 썼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성명서를 통해 “양의사들의 갑질과 떼쓰기”, “양의사협회는 국민과 정부를 모두 속이는 파렴치한 행위로 비판과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는 등 비방적 표현이 있었다는 것이 의협의 주장이다. 한의사의 양방 의료기기 사용문제로 심화된 의협과 한의협의 갈등은 결국 고소전으로 비화되고 말았다.
치과의사의 미간 보톡스 시술을 두고 대법원 공개변론으로 맞서고 있는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최남섭·이하 치협)와 의협의 갈등도 만만치 않다. 최근에도 보톡스 관련 의협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치과의사들은 무의식 중에 의사로 착각하는 것 같다”는 발언이 서슴없이 나오는가 하면 “우리나라의 치과의사들은 의학분야 수련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며 부작용과 응급처치에 있어 차이가 많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치과계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에 앞서 치협과 한의협은 지난 4월 공동발표문을 통해 ‘의료계’라는 명칭을 의협의 전유물로 여기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을 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의료인이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및 간호사를 말한다’라고 규정돼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진료영역에 대한 다툼이 전면화되면서 협회 간 갈등이 정점을 찍고 있다. 의학의 발전과 함께 영역이 무너지는 현상 속에서 전체 의료계의 경영환경마저 악화되면서 의료계는 어느 때보다 극심한 냉각기를 보내고 있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