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부근.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마다 치과 등 개인병원이 즐비한 이 곳에서 점심시간이 되자 수술복이나 진료복을 입은 병원 직원들이 쏟아져 나온다. 병원복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사람만 1시간 동안 수십 명이 목격되기도 한다. 2∼4명씩 무리를 이룬 이들은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카페에 들러 차를 마시고, 막 카페에서 나온 한 병원 직원은 “수술복 차림으로 외출해도 괜찮냐”는 물음에 “다들 일하던 복장으로 나오지만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또한 대형병원에서는 과장이하 수련의들이 가운을 입고 줄을 지어 우르르 외부 식당에 들어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권위주의라는 측면을 배제하고 보더라도 감염원이 가득한 가운을 입고 대중시설에 들어가는 모습에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진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당시 병원감염 문제가 불거져 사회적 논란이 됐던 사실을 벌써 잊어버린 것일까? 이와 더불어 ‘입었던 가운으로 인해 주위환경이 오염되지 않도록 하며, 처치 후 환자 병실을 떠나기 전에 가운을 벗고 나와야 한다’고 규정한 보건복지부 ‘병원감염예방관리지침’도 무시했다. 이럴 때면 적어도 이 순간만은 감염예방에 대한 의식조차 없는 듯하다.
가운은 오랫동안 의료진 순결 또는 권위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가운이 세균감염의 온상이라는 주장이라는 논문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버드의대 감염내과 Philip Lederer 박사가 쓴 온라인 뉴스레터(theconversation.com)에 게재한 글에 따르면 “가운 착용은 세균 감염 위험을 그만큼 상승시키기 때문에 위험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라도 가능하면 입지 말 것을 권하고 싶다. 이것이 불가능하면 매일 가운을 세탁해서 입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병실 세균에 오염된 가운은 치명적인 감염질환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소 병원에 입원 중인 일부 환자들은 환자복을 입은 채 거리를 활보하거나 음식점 등을 찾아 감염 우려가 높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국회에서 의사가 가운과 수술복 등을 입은 채 병원을 벗어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의료법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러한 기본적인 사항이 입법되어 정부 규제사항이 된다는 것에 의료인으로서 많이 부끄럽고 씁쓸하다는 생각이 든다. 입법을 통한 해결은 의료인에 대한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의료인 자체를 감염매개체로 인식하게 하는 법률로써 과잉입법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국민건강의 보호를 위해 의료기관 감염예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입법을 통한 정부의 개입을 원하는 바는 결코 아니다. 이는 법으로 강제할 부분이 아니라 의료인 및 환자를 포함한 모두의 자발적 의식전환으로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인 것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지켜야할 수칙에 규제를 가한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사람 입장으로서는 조금은 귀찮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 그리고 국민건강의 보호를 위해, 의료기간의 감염예방을 위해 우리 같이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