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적인 현지조사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안산 모 의사 사건을 계기로 청구대행 폐지론이 재부상하고 있다. 특히 의사들의 노동과 시간이 청구대행에 소요되고 있는 만큼 청구대행료나 청구대행 수가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청구대행은 지난 2013년 노환규 前 의협회장이 이슈화시킨 바 있다. 의료기관이 의료비 중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제외한 나머지 공단부담금을 직접 청구하는 구조에서는 정부의 일방적인 급여기준이나 삭감 기준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게 의료계의 입장이다. 특히 환자 편의를 위해 청구를 대행하고 있는 실정에서 청구대행료는커녕 삭감이나 현지조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볼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구대행료 신설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충남의사회 박상문 회장이다. 박 회장은 “청구대행을 중단하면 환자가 의료비 전액을 의료기관에 납부하고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진료비 일부를 환급받는 구조가 된다”며 “의사들이 부당한 삭감이나 현지조사에서 자유로워지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의료기관 이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환자들이 관련 서류를 챙겨 공단에 직접 청구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 회장이 청구대행료 신설을 주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박 회장은 “청구대행 폐지가 의료기관의 환자 수 감소를 불러일으키는 독이 될 수도 있다”며 “장기적으로 청구대행 폐지가 이상적으로 보일 순 있어도 단기적으론 청구대행료 신설과 같은 완충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의료혁신투쟁위원회(이하 의혁투)는 심사 기준의 불합리함을 공론화하기 위해서 청구대행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혁투 최대집 대표는 “환자들이 직접 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하는 것만큼 급여·심사 기준의 불합리함을 공론화시킬 수 있는 수단은 없다”며 “환자들이 청구한 진료금액 중 일부만 환급되고 나머지가 삭감된다면 국민도 의학적 기준에서 벗어난 급여 및 심사 기준에 분노를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들이 자비로 EMR, 전자차트, 인터넷 회선 이용료를 지불하며 청구대행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정작 돌아온 건 삭감과 강압적인 현지조사였다”며 “청구대행 폐지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