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개소법 논란이 거세게 불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의료법 33조 8항의 1인 1개소법(어떤 명목으로도 의료인은 두 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운영 및 개설할 수 없다)의 위헌 여부 결정을 코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위헌을 주장하는 측의 언론에 의한 공격이 특히 거세다. 그러나 이들의 논리는 법 취지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어 우물에 가 숭늉 찾는 자들과 다를 바 없다.
이들은 서울대학교병원을 거론해 국민의 관심을 사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의 정관에 ‘본원의 병원장은 분당병원 병원장의 임명과 운영에 관여한다’고 돼 있어 병원장 한 명이 두 개의 의료기관을 운영했기 때문에 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공익을 위한 병원의 병원장마저 불법으로 만드는 과잉규제라는 것이다. 서울대학교병원뿐 아니라 국내 다수의 대학병원과 상급종합병원들도 불법으로 내몰고 있다고 한다.
또한,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진출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의사들이 해외 병원에 나가 진료를 하거나 국내 의료기관이 해외에 새로운 의료기관을 세우게 되면 1인 1개소법 위반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법을 적용하고 시행하는 보건복지부가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천명한 것을 환영한다. 의료법인과 비영리법인은 의료인과는 달리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다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따라 서울대병원은 1인 1개소법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만약 국내 의료기관 개설자가 해외에 의료기관을 추가 개설하는 경우도 국외 의료기관은 국내 의료법 적용대상이 아니므로 1인 1개소법에 역시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복지부의 시원스런 유권해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위헌 측의 논리가 얼마나 억지스러운지, 조잡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차라리 의료를 통해 영리를 추구하고 싶지만 1인 1개소법이 방해된다고 주장할 것을 권고하고 싶다. 그것이 위헌을 주장하는 세력의 본심일 것이고 법의 존폐를 위해 정정당당한 것이다. 법의 핵심을 논하지 않고 일부 일어나지도 않을 부작용을 예측해서 본질을 흐린다 한들 법을 심리하는 헌법재판관들의 예리한 판단을 뒤엎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 집단으로 일컬어지는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약사들도 모두 1인 1개소 원칙의 법을 가지고 있다. 이 밖에 변리사, 공인노무사, 관세사, 행정사 등도 법을 통해 1개의 사무소만 설치해야 한다. 전문가는 그 분야 최고의 전문성으로 그 사명을 다해야 한다. 최고의 전문성을 발휘하기 위한 첫째 조건이 1인 1개소인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인 또한 두말할 필요가 없다. 1인 1개소법은 더 이상 보건의료계만의 법이 아니라 전문가 집단의 필수 요소인 것이다.
국민에게 ‘의료 소비의 선택권’을 돌려주자는 자들에게 묻고 싶다. 의료기관의 선택에 있어서 불법을 양산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 1인 소유의 네트워크 병원과 다수의 일반 의료기관을 동일 선상에 놓고 선택하라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저수가’를 미끼 상품으로 끼워 넣고 국민을 현혹하는 자들에게 국민의 건강을 통째도 맡겨도 좋다는 말인가.
“의료인이 복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과잉진료·위임진료의 횡행, 의료자원의 왜곡 등 각종 폐해를 방지해, 환자의 실질적 의료기관 선택권을 보장하고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통해 의료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법이다”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대한 복지부의 의지가 국민 건강을 위한 승리의 변론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