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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나그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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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인 원장의 사람사는 이야기

기사문항은 조용한 작은포구다. 많은 배가 고기 잡으러 나갔는지 고깃배 몇 척이 정박해있고, 사람도 없어 한적하기만 하다. 우리는 한국전쟁 때 3.8선을 넘었던 국군의 자랑스런 진군을 생각하며, 기사문항을 떠난다. 3.8선 휴게소부터 완만한 오르막이 시작돼 이제는 본격적인 경사각 5%이상의 업힐이 시작된다.


3~4㎞의 지루한 오르막! 5%가 넘기 시작한다. 신입대원은 자신의 힘을 믿고 선두로 치고 나간다. 신입대원은 죽을 힘을 다해 안보일 정도로 앞서 나간다. 내 뒤의 오벨로 대원이 혼자말로 말한다. “저러다간 주저 앉을텐데...”


고개는 오르막, 내리막이 있어야 재미가 있는데 이 고개는 줄곧 오르막이다. 몇 ㎞를 갔을까 앞서가던 신입대원의 속도가 줄기 시작한다. 경력이 오래된 대원은 어떤 종류의 언덕에서도 자신의 템포를 잃지 않는다. 항상 같은 템포로 달려 신입대원을 추월한다.


거의 언덕을 몇 백 미터 앞에 두고 신입대원의 페달링 횟수는 줄어들어간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발이 말을 듣지 않는 모양이다. 한참 뒤늦게 올라와서는 주저앉아 버린다. 그리고는 여성대원에게 “어쩌면 힘이 그렇게 셉니까”라고 묻는다. 여성대원의 말은 간단하다.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골프를 칠 때도 이와 같은 원칙이 적용되는 것처럼 역풍이나 오르막과 같은 자연이 주는 시련에서는 언제나 자연에 순응하는 겸손을 배우게 된다. 불필요한 용기와 힘자랑은 언제나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신입대원은 처음으로 자연에 순응하는 겸손을 뼈 속 깊이 체험했을 것이다.


자전거 장거리 라이딩은 겸손이 항상 몸에 배어야 이뤄낼 수 있다. 기사문항은 3.8선 바로 위에 위치한 포구로 송이버섯 모양의 작은 등대와 조도가 있어 해안선이 단순한 동해에 아기자기한 풍경을 연출한다. 동해안은 포구와 해변이 즐비해 발 닿는 곳 어디든지 그림같이 수려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언덕을 내려서니 하조대가 우리를 맞는다. 하조대는 고려말 하륜과 조준이 은거한 곳이여서 하조대라 부른다. 


우리는 계속 북으로 달려 어운포리, 동호해수욕장을 지나 또 하나의 언덕을 넘어 수산항에 도착했다. 조그만 포구인 수산항에는 물고기들의 안식처인 여러 개의 어초가 보관돼 있고 수산시장에는 많은 아낙네들이 성게를 수북이 쌓아 놓고 성게알을 까고 있었다. 고깃배들도 귀항해 묶여있었다.


양양국제공항이 인접한 수산항! 저녁 7시 30분 석양의 낙조가 잔물결 이루는 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일몰이 다가오자 바다는 금빛으로 물들고 우리들 얼굴도 금빛으로 물들어갔다.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몰의 장관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사방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린 우리는 다시 자전거에 올라, 박명의 동해안을 달리기 시작했다. 양양 남대천을 건너 7번 국도를 타고 양양을 지나 낙산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밤의 커튼이 내리고 있었다. 8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2016년 8월 15일 광복절, 아침 6시에 일어나 송지호 해수욕장에서 이른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모듬 생선구이! 갈치, 고등어, 조기, 삼치 등 맛깔 나는 구이로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2일째 라이딩에 나선다. 송지호의 넓은 호수가 우리를 맞는다. 호수 주위를 도는 숲길은 아침 이슬을 머금고, 풋풋한 풀내음은 우리를 환상의 숲으로 인도하는데, 호숫가 숲길에는 곳곳에 이정표가 있어 나그네가 길을 잃지 않게 배려를 해주고 있었다.


숲을 빠져나와 공현진 해변으로 달린다. 3년 전 폭우 속에 동해안을 아내와 함께 달릴 때 지쳐, 이곳 해변 벤치에서 쉬어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 아내와 같이 먹던 얼음과자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다.


조용한 가진항을 지나 반암, 거진해수욕장을 지나니 거진항이 다가온다. 벌써 30㎞를 달리고 있다. 거진항은 백두대간의 줄기가 구릉을 이루며 항구를 둘러싸고 있어 천혜의 항구로 보인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떠있는 고깃배, 아담한 항구는 그림 그 자체였다. 해변길에는 내륙으로 들어와 하나의 고개를 넘는다. 경사각 10%의 1㎞ 고개, 이름을 잘 몰라 이 지방 이름인 외평리고개라 나름대로 붙여 보았다.


화진포는 동해안 최대의 호수이며 동해와 인접하여 경치가 수려하고, 어마어마한 호수주위엔 울창한 해송숲이 둘러싸여 마치 이국적인 경관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승만 별장, 김일성 별장이 있어 분단의 아픔을 간직하지만 피서객들은 그저 아름다움에 빠져들 뿐이다. 화진포 해변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서있고 그 속을 지날 때 서늘한 피톤치드는 우리의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가슴에 채워줬다.
화진포해수욕장은 대부분 군에서 운영하지만 일부를 일반에게 개방했다고 한다. 동해안에서 가장 호젓하고 아름다운 해변이라는 생각이 든다. 해변모래가 희고 모나즈(monaz)가 많은 고운 모래라 밟으면 사각사각 소리가 난다. 우리는 이국적인 해변의 아름다움에 빠져 해변에 눈길을 빼앗기고 있었다. 날씨가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대진항까지는 3㎞, 빨리 도착해야 한다. 더 더워지면 열사병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불폭탄이 떨어지는 이글거리는 태양아래 우리는 해변도로를 바람처럼 달린다. 온몸에 땀이 흠뻑 젖는다.


다행히 한줄기 해풍이 가끔 불어와 그나마 땀을 식힌다. 해안도로를 돌아 언덕을 내려오니 멀리 대진항이 보인다. 이때가 가장 즐거운 때! 우리의 종착지가 보이기 때문이다. 대진항에는 무엇이 우리를 기다릴까?


우리는 대진항 깊숙이 자리한 수산시장에서 활어회를 사서, 조리해주는 2층으로 올라갔다. 에어컨이 있어 지금까지 태양에 달궈진 몸을 식혀준다. 정신이 번쩍 든다. 마지막 점심, 벌써 1시다! 동해의 별미만 모아놓은 활어회, 전복치, 광어, 돌참치, 방어새끼(마르미)가 상에 올라왔다.


그리고 예전 신진도 안흥항에서 우리를 설레게 해주었던 홍합(참담치)탕! 그리고 소주 한 잔, 전복치와 돌참치는 귀한 생선이라 생전 처음 먹어보는데 쫄깃거리는 그 맛이 표현할 수 없이 입안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손바닥만한 홍합!


우리는 파도치는 동해의 대진항에서 오늘의 여정을 접는다. 4시간 반의 고된 라이딩 45㎞를 마친다. 어제와 오늘 120㎞를 달렸다. 바다 내음이 방안에 가득한 횟집에서 나그네는 2일간의 여정을 회상하고 있었다. 동해의 파도소리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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