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직후 미군이 들어오면서 ‘다이아 찡’이라는 약을 상비약으로 가져왔는데 이 약은 폐렴, 임질, 이질, 설사, 곪은 곳에 특효약이었다고 한다. 변변한 약이 없었던 시절에 새로운 획기적인 결과에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되면서 시장에서도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좋았으며, 경험적 기억으로 먹으면 무언가 건강해질 것 같은 약으로 각인되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감염에 대한 살균제였고, 약에 대한 내성이 없을 때라 어떤 상황에서도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든다. 한국전쟁 후에는 내성환자가 생기게 되면서 치료가 잘 안 되는 환자들에게 ‘페니실린’을 투여하면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다시 경험하게 됐다.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페니실린은 항생제다. 여러 감염을 단숨에 치료해 사람들의 기억에 무한한 신뢰를 주면서 상처가 나면 항생제 주사를 맞아야 하고, 감기로 열이 나도 당연히 항생제 주사 한방을 맞아야 했다. 이런 기억과 경험으로 ‘마이신’ 하나면 죽어가던 사람도 살려낸다는 이야기와 적응증과 관계없이 무조건 마이신을 찾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피곤하거나 몸이 안 좋은 것 같을 때 ‘링게루’를 맞으면 몸이 날아갈 듯이 좋아진다고도 했다. 포도당이나 아미노산도 그렇고 알부민도 맞으면 영양제라고도 하였다. 성분에 대해서 잘 아는 우리는 별 의미가 없다고 했고, 차라리 소고기라도 한 근 사다가 먹는 것이 더 좋은 것이라고 이야기해 봐도 링게루를 찾아서 맞는 분들이 있었다. 건강한 사람이 알부민도 같은 것 주사해 봐야 부작용도 없지만 이득도 별로 없는 것이다. 플라시보이던 IV하는 동안에 쉴 수 있어서 그런 것인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의학적 효과가 큰 것도 아니고, 그렇게 주장하는 분들을 보면서 말이 안 통한다고들 생각했다. 링게루와 마이신에 대해서는 만병통치약 같이 몸이 좀 이상하면 그냥 의료적 서비스를 받은 것처럼 맹신하는 경향이 있었고, 그런 환자나 집안 어르신들하고도 갈등에 대한 경험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요새들어 신데렐라주사, 칵테일주사, 마늘주사, 백옥주사 등 주사가 그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기능성 수액제, 영양수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기분전환이나 피로회복 등 갖가지 이유로 많이 처방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의사는 아프거나 질병을 가진 환자를 치료해서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의료의 본질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필자가 가진 생각이 잘못되었나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노화도 질병의 하나로 보아야 하거나 미용도 건강하게 사는 것의 일부분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므로 그런 노력이나 시도가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건강증진을 위해 처방되고 있고, 부작용 위험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이다. 특히나 효과를 입증한 객관적인 의학적 연구는 전무한 치료들이 일상에서 너무 흔하고 일상화되는 것은 의료의 본질과 정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거기에 모 의원에서는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시켜주는 체계적인 건강관리 시스템을 표방하며, 토탈라이프센터의 프리미엄 외래진료라며 줄기세포를 비롯한 여러 가지 시술을 한 모양이다. 매일 아픈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서 질병과 싸우고 있는 대다수의 치과의사들에게는 참으로 씁쓸한 내용이다. 시골장터에서 “이 약만 먹어봐! 모든 병이 다 나을 수 있어!”라고 외치던 만병통치약을 팔던 돌팔이약장수 보다도 더 웃기는 의료가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버젓이 이뤄지고, 그것을 믿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진시황의 불로초를 찾는 많은 사람들은 ‘링게루와 마이신’을 맹신하던 사람들을 비웃을 자격이나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