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치과계의 중요한 역사적 변곡점에서 묘한 모순에 빠져 있는 것 같다. ‘동창회 선거’라는 단어나 의미에 대하여 과도한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구태의 잔상인 음지만을 생각하는 측에서나, 그러한 음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 모두 그 올무에서 쉽게 벗어나기는 힘든 형국이다.
한편으로는 방법론적으로 바라볼 때, 동창회라는 조직의 실질적인 영향력의 범위가 어느 정도이며, 과연 현 직선제를 둘러싼 문제점들이 동창회 선거의 추악한 면만을 드러내면서 애매한 자세를 취할 만큼 여유로운가를 다시 한 번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직선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직선제 본연의 목적인 많은 회원의 관심과 참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는 선거권의 범위를 시작으로, 그에 대한 홍보 부족, 후보자에 관한 정보 부족, 진정한 직선제의 의미에 대한 공감 부족 등으로 이어진다. 어떤 면에서는 이러한 관심과 참여의 부분이 누가 선출되느냐의 문제보다도 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동창회 선거의 필요성이 대두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선거에서의 키워드인 ‘부동표(浮動票)’는 치과계 직선제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그 본래의 의미는 이렇다. ‘선거 때에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이 확실하지 아니하고, 그때그때의 정세나 분위기에 따라 변화할 가능성이 많은 표’라는 의미로 부동표를 정의한다.
그러나 치과계에는 정세나 분위기에 따라 변화하는 ‘부동표’가 아니라, 동창회라는 굴삭기로 영문도 모른 채, 통째로 이합집산 하는 ‘암석표’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대의원제 시절과 과도기적인 선거인단 시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일부 사람들의 착각일까?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촛불의 힘으로 확연하게 변한 세상도 세상이지만, 지난 3년간의 인고의 세월이 우리 민초 치과의사들을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놓아주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동창회라는 조직을 그렇게 음지로 밀어붙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자.
복지부의 치과의사 면허번호를 부여받기 이전부터 지내온 학부의 생활은 우리네 족보와도 같은 그러한 의미이다. 이와 같은 끈끈한 인연을 우리 치과계의 발전을 위한 동력으로 이용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모순의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즉 ‘부동표’가 아닌 ‘암석표’와 같이, 어느 후보자들에게도 투표할 의향이 없이 무관심한 우리의 형제들을 일깨우는 역할에는 동창회의 조직이 적격이라는 생각이다.
다시 말해서 11개 동창회의 조직이 치과계의 역동성을 촉진시키는 발전적 구성체로 거듭나기를 제안하는 바이다. 우리들의 동창회에서 주위의 형제들을 자유롭게 흐를 수 있는 부동(浮動)의 상태로 인도해준다면, 그 다음은 강물을 거꾸로 올라가는 연어와 같이 ‘정의’를 향해서 힘차게 달려갈 것이라고 기대한다.
선거를 떠나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연락하고, 의지하는 이들이 누구인가? 바로 우리의 동창회 선후배들이다. 결국 우리의 동창회 구성원들의 어려움은 치과계 전체의 어려움인 것이다. 자리와 구도만을 위한 동창회의 움직임은 단호하게 거부해야 하지만, 동창회의 끈끈한 조직력을 이용해서 치과계 전체 구성원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이번 직선제에서 동창회 선거의 필요성을 제안하는 요지인 것이다. 동창회 조직의 전화 한 통화에 암석에서의 깨어남은 감사해야 하지만, 무심하게 휩쓸리는 회원들은 결코 없으리라는 기대가 전제되는 것이다.
지난 몇 달을 지내오면서 세상이 많이 변했고, 그 부분만은 확신하기에 동창회 선거를 제안하는 바이다. 사랑하는 동창회 선후배들과 이번 직선제에 대하여 마음껏 이야기 나누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