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에 걸친 청문회를 보면서 느낀 소감의 첫 번째는 거짓말이었다. 청문회를 볼 때마다 “아! 저 상황에서도 저런 거짓말을 할 수 있구나”라는 놀라움이 있었다. 두 번째는 “저런 사람들이 국가를 운영했구나”라는 사실이었다. 세 번째는 “참, 가지가지 했구나”였다.
일본 릿쇼대학 심리학과 사이토 교수는 저서 <사람은 왜 거짓말을 할까?>에서 “사람은 장소와 상황을 막론하고 거짓말을 할 수 있으며, 이는 인간만이 갖는 특징이다”라고 말하였다. 그는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책략적인 거짓말을 수시로 할 수 있다면서 18가지를 제시했다. 즉 권력을 이용한 거짓말, 열등감을 숨기는 거짓말, 작전의 거짓말, 결단을 촉구하는 거짓말, 소풍날의 거짓말, 위장 이혼 거짓말, 체면을 위한 거짓말, 못된 장난으로 하는 거짓말, 방편으로의 거짓말, 필요악인 거짓말, 형식적인 거짓말, 의례상 하는 거짓말, 유머로 하는 거짓말, 애타적인 거짓말, 신경 쓰지 않는 척하는 거짓말, 공격적인 거짓말, 입장을 이용하는 거짓말, 비밀의 거짓말이다. 이런 다양한 거짓말을 하는 심층심리로는 허언증의 심리, 스스로에게 하는 거짓말, 억압 심리, 반동 형성 심리, 합리화 심리, 치환 심리, 투사 심리, 동일시 심리, 격리 심리, 지성화 심리, 왜소화와 과장 심리, 중성화와 표면상 대용의 심리, 현실 부정 심리,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심리, 자기확증 심리, 굴욕을 피하기 위한 심리, 해명 심리, 셀프 핸디캐핑의 심리, 자기중심적인 심리, 원망 충족의 심리 등 20가지의 심리가 작용된다고 하였다. 이것은 프로이드의 고전심리학의 불안에 대한 방어기전과 대부분 일치한다.
거짓말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마음의 자기방어기전(host defence mechanism)’이다. 결국 마음으로 귀결된다. 마음속에는 수많은 것이 들어있다. 과거의 경험, 지식, 철학, 성격, 품성 등 다양한 것이 포함되어 있다. 사람에 따라서 이 다양한 것 중에 몇 가지가 더 강하게 작용한다. 그것은 타고날 수도 있고 수련을 통하여 강화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종교적인 믿음이 강한 사람은 이차돈과 같은 순교자가 된다. 철학적인 가치가 강한 사람이라면 소크라테스처럼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위하여 죽을 수도 있다. 국가관이 투철한 사람이라면 안중근 의사처럼 조국을 위하여 희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이거나 이기심이 강한 사람이라면 대부분은 욕망과 욕심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당연하다. 마치 아이들이 뻔한 거짓말을 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청문회에서 어떤 질문자가 “초등학생 같은 답변을 한다”고 언성을 높였지만 사실 답변자의 그 순간 심리상태는 대학교수도, 성인도 아닌 뻔한 거짓말을 행하는 아이와 같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몸은 성장하고 늙는, 시간이라는 자연의 현상을 따라가지만 마음은 시간을 따라 흐르지 않는다. 지식과 기억은 쉽게 축적되고 증가될 수 있지만, 본능적인 욕심이나 욕망, 철학과 사상적 의지, 심성과 성격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욕망과 욕심의 절제, 의지, 성격과 심성의 변화는 부단한 자기반성과 성찰이라는 노력에 따른 결과로 나타난다. 즉 삶 속에서 어떤 방법(종교, 철학, 신념)이나 경험을 통해서 자기반성이나 성찰이 없다면 욕망과 욕심 그리고 심성과 성격은 나이와 상관없이 전혀 변하지 않는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욕망과 욕심은 절제되고 조절되지 않으면 끝도 없이 무한정 커지는 특성이 있어서 최종적으로 삶 전체가 욕망과 욕심의 노예로 전락되기 쉽다.
이번 청문회를 통하여 가진 것이 많아서 자신을 돌아볼 이유가 없거나 오만했던 사람, 출세를 위해서 스스로 돌아볼 시간과 기회를 얻지 못했던 사람, 선민의식에 군림하던 사람들이 욕심과 욕망의 끝에서 추락하지 않으려 몸부림치며 추함도 감수하는 불쌍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았다. 아직도 그들은 ‘나는 옳고 네가 그르다’라는 아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짓말이 소금물과 같아서 마음에 더 많은 갈증을 준다는 사실을 모르는 안타까운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