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치과기공사회(이하 서치기)가 지난 14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제52차 정기대의원총회를 개최하고, 송현기 후보의 당선을 확정지었다. 신임회장 선거에는 186명의 대의원이 참여, 97표(52.15%)를 얻은 송현기 후보가 88표(47.31%)를 얻은 기호 1번 최병진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무효 1표).
하지만 선거과정에서 송현기 후보에 대한 불법시술 의혹이 제기됐고, 송현기 후보 스스로가 해당 의혹을 인정했음에도 투표로 당선돼 향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송현기 당선자에 대한 의혹은 치과기공소 내에서 틀니 등의 불법시술을 했다는 것.
그에 대한 의혹은 지난 7일 열린 정견발표회에서 처음 제기됐다. 정견발표가 있기 며칠 전, 익명의 제보자가 서치기 선거관리위원회 앞으로 당시 송현기 후보의 불법진료 행위에 대한 증거자료를 보내왔고, 관련 의혹이 정견발표회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의혹이 불거지자 서치기 측에서는 정견발표회를 비공개로 전환해 취재진의 반발과 빈축을 사기도 했다.
후속 취재결과 처음 의혹을 제기했던 익명의 제보자가 정견발표회장에 직접 나타나 송현기 후보의 불법진료 의혹을 증언했으며, 송현기 후보 역시 해당 의혹을 인정했다는 사실을 그 날 현장에 있었던 복수의 사람들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송현기 후보는 정견발표회장에서 “여기 참석한 사람 중 (불법시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는 식의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이와 같은 일은 선거당일인 지난 14일 정기대의원총회에서도 반복됐다. 관련 의혹이 다시 제기되자 또 다시 취재진의 퇴장을 요구한 후 양 후보 측이 목청을 높이며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확인결과, 이날 총회장에서 제기된 의혹은 모두 두 가지였다. 하나는 최병진 후보 측이 구회 대의원 선출과정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앞서 설명한 송현기 후보에 대한 불법시술 의혹이었다.
먼저 최병진 후보 측은 관련 의혹에 대해 “기호 추첨일인 지난해 12월 26일 양 후보는 ‘2016. 12. 26(월) 정오 12시 이전에 발생한 불미스러운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서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조항이 명시된 합의서에 모두 서명했다. 심지어 구회 대의원 명단의 제출기한은 지난해 11월 30일까지였다. 만약 구회 대의원 선출과정에 압력을 행사했다하더라도 명단 제출기한 이전의 일이다. 합의서의 내용대로 12월 26일 이전의 불미스러운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합의를 했음에도 문제제기를 했다”고 해명했다.
송현기 후보 측은 당선이 확정되고 이틀 뒤인 지난 16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틀니 등의 불법시술 의혹과 관련해 송현기 당선자는 “거래하는 원장에게 5년 전 친인척을 소개해 틀니시술을 받게 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불편을 호소했고, 소송까지 걸겠다고 소란을 피우는 난처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해당 원장은 (나에게) 잘 해결해달라고 부탁했고, 원장의 동의하에 틀니를 (직접) 손봐줬다”며 “친척 분은 이미 돌아가셨고, 비록 5년 전 일이긴 하지만 잘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사실상 틀니 불법시술 의혹을 인정했다. 송현기 당선자는 그 외의 불법시술은 없었냐는 질문에 “그때 당시 단 한 건”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러한 송현기 후보의 주장은 지난 7일 정견발표회장에서 모습을 처음 드러낸 제보자의 주장과는 상반돼 논란이 예상된다. 정견발표회장에 참석했던 복수의 증인들에 따르면 당시 제보자는 송현기 후보가 서치기 총무이사 재임기간과 대한치과기공사협회(이하 치기협) 사업이사 재임기간에 틀니 등 불법시술을 해왔다고 주장했으며,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선거당일인 총회장에서 밝히겠다는 식으로 여지를 남겨뒀다는 것이다. 그러자 당시 송현기 후보가 일정부분 불법 틀니시술을 인정했다고.
이와 같은 일련의 증언들은 본지가 입수한 서치기 공문에서도 직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서치기는 총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13일 ‘송현기 후보자의 품위손상행위의 건’이라는 제하의 공문을 치기협으로 발송했다. 공문에는 ‘(정견발표회장에서) 송현기 후보가 본인의 치과기공소에서 일어난 불법진료행위를 인정한 발언 내용과 관련, 1월 9일 선관위 회의를 거쳐 송현기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권유했으나, 자진사의표명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해당 공문을 발송합니다’라고 적시하고 있다.
이어 “본회는 1월 12일 긴급회장단 회의에서 송현기 후보자의 품위손상행위 및 불법진료 건을 심의한 결과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3의 1항, 제21조3의 2항과 ‘협회 정관’ 제65조 1항을 위반하여 후보자 자격에 결격이 있음을 통보합니다. 대한치과기공사협회에서는 위 회원의 회원자격여부를 윤리위원회에 회부하여 심의 후 결과를 조속히 통보바랍니다”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치기협은 서치기 선거 당일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선거는 일정대로 치러졌다. 서치기에서 발송한 공문과 관련해 치기협 김춘길 회장은 “임기 내 이사회가 한 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사회에서 해당 사항을 논의하고 소명자료도 받아야 한다”며 “집행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해당사건은 차기 집행부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법 기공물 유통과 불법 틀니시술 등은 오랫동안 치과의사와 치과기공사 간의 불신과 갈등의 원인이 돼 왔다. 때문에 서치기 신임회장 당선자와 관련한 이번 의혹은 치과기공계는 물론이고, 치과의사단체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치과기공계는 건강보험 급여에서 치과기공사의 역할 명확화와 기공료 현실화 등 치과기공계의 생존과 관련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유관단체 및 관계당국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치기 신임회장 당선자의 도덕성과 관련된 불법시술 의혹까지 중첩된다면 치과기공계 회원들은 물론, 향후 정책 추진에 있어 유관단체의 믿음과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각성의 목소리는 기공계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공계 관계자는 “이번 의혹에 대해 회원들이 납득할만한 송현기 당선자의 해명이 없을 경우, 관계당국에 민원을 제기하는 한편, 일인시위 등의 직접적인 행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본지는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보자를 수소문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제보자는 “더 이상 관여하고 싶지 않다”며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