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임 대통령 트럼프는 2300년 전 중국 진나라 황제였던 진시황을 생각나게 한다.
진시황은 중국을 통일하기 전에 한 때, 법치주의자였던 한비자에게 심취하였다. 그런데 한비자와 연루된 외지인간첩사건이 발생하였다. 당시 힘이 약한 한나라가 진나라를 위하여 치수사업을 도울 전문가와 한비자의 파견을 제안하고 시행하였다. 그러나 실제는 막강한 국력을 지닌 진나라의 국력을 딴 곳으로 돌려서 한나라를 공격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는데 그것이 들통이 난 사건이다. 이에 진시황은 종실 귀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관직에 있는 진나라 출신이 아닌 모든 외지인들은 진나라를 떠날 것을 명령하였다. 이것이 유명한 축객령(逐客令)이다. 이 사건으로 법가로 유명한 한비자는 투옥되었다가 자살하게 된다. 이 때 진나라의 통일에 지대한 역할을 하게 될 이사도 쫓겨날 처지가 되자 진시황에게 외국인을 쫓아내면 안된다는 상소를 올렸고 그것이 중국 역사상 최고의 명문장으로 손꼽히는 간축객서(諫逐客書)이다. 여기서 이사는 진나라의 부흥과 부국강병에 외국 출신들이 지대한 역할을 하였음을 설파하고 통일을 위해서는 다른 나라의 인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설명하였다. 이에 진시황은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인식하고 축객령을 취소하였다. 만약 이사의 간축객서가 없었다면 진나라의 부국강병이 없었고 결국 진나라의 통일도 없었다.
그런데 요즘 트럼프의 행보에서 무엇인가 외국인에 대하여 배타적이고 백인우월적인 뉘앙스를 받는다. 역사를 돌아보면 지금 미국의 부국강병은 2차 세계대전 이 후에 전 세계 석학들이 미국으로 모이면서 시작되었다. 미국의 부흥에 외국인들이 지대한 역할을 하였다. 이것은 2300년 전 춘추전국시대 진나라의 모습과 흡사하다. 그리고 트럼프공약은 진시황의 축객령과 유사하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트럼프의 축객령이 철회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선행돼야 한다. 첫째는 이사와 같은 현명한 조언자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그 조언을 듣고 판단할 수 있는 귀와 머리가 있는 지도자여야 한다. 즉 트럼프의 귀가 열려 있어야 하고 머리로 이해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현대판 축객령은 진행될 것이고 뛰어난 인재들은 자의든 타의든 미국을 떠나야 한다. 종국에 그것이 얼마나 한심한 결정이었는지 깨닫고 다시 되돌릴 때까지 지속될 것이다. 어쩌면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갈 수도 있다. 그것이 역사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역사의 한 획을 바꾼 똑똑하고 현명한 이사도 지록위마로 유명한 중국 최고의 간신 조고와 손잡고 진시황 유언장 위조사건에 공모하였다. 가짜 후계자 호혜를 황제로 만들고 결국 그의 손에 누명쓰고 최후를 맞이하였다. 이런 이사의 행적은 최근 권력의 정점에서 추락한 김○○의 모습을 볼 때마다 오버랩이 된다. 군사독재정권에서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 등 모든 요직을 섭렵하고 나이 80세를 바라보며 지금 감옥에 갔다. 진시황 시절에 2인자로 천하에 군림하던 이사가 권력의 욕심을 버리지 못하여 최후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군사정권에서 행한 자신의 잘못을 조금이나마 후회하고 반성의 삶을 살았다면 적어도 감옥에 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역사는 사람들의 행적이다. 사람들의 행동은 그들의 마음에서 시작한다. 이사는 작은 마을 관리를 지내다가 어느 날 곡간 속의 쥐와 화장실 속의 쥐를 보고는 사람도 생각에 따라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상경한 것도 마음이고, 천하 2인자의 위치까지 오르고도 끝까지 권력욕을 놓지 못한 것도 마음이다. 권력의 정점에서 욕심을 버리고 떠났던 유방의 군사인 장량, 월 구천의 책사 범려, 주원장의 책사 유기 등이 명예를 지키고 역사 속에 살아서 지금까지도 후인들에게 교훈을 주는 것도 그들의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과연 트럼프는 역사 속에서 어떤 교훈을 남길까. 트럼프는 미국의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 역사는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한다. 그의 마음이 답이다. 욕심을 따르면 반복할 것이고 정의를 따르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