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국가시험 합격자 발표가 지난 1월 24일 있었다. 2017년 국민 구강 보건 향상에 이바지 할 자랑스러운 치과의사 746명이 탄생한 것이다. 나 또한 지금 생각해도 그날은 여러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일단 인생 1막 끝쯤의 느낌 하나와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때까지의 불효에 대한 반성과 고마움 그리고 효도에 대한 다짐, 환자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치과의사가 되겠다는 결심 등등 만감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만감은 대부분 로컬 또는 인턴 시작 일주일쯤 되면 회의로 바뀌게 된다. 수년간 지켜보고 나름대로 준비했던 병원생활이지만, 몰려오는 피곤과 책임감, 갈등이 육체적 고통보다는 치과의사의 정체성에 대한 큰 혼란으로 새내기 치과의사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그 때 그 새내기 눈에 보이는 선배 치과의사들의 말과 행동들이 그 혼란과 방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부푼 꿈을 안고 대학병원에서 인턴이나 봉직의로 치과의사로서 첫 걸음을 시작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야! 인턴, 밥 좀 시켜라!, 인턴이 무슨 생각을 해!’, ‘ 페이 닥터가 그냥 시키는 일이나 열심히 하면 되지’ 가장 흔히 들을 수 있었던 말들이다. 후배가 밉거나 잘못되기를 바라며 하는 말들은 아니다. 아마 그 선배도 그런 말을 들으며 성장했을 게 뻔하다.
그리고 그런 말들이 자신도 받아들이기 힘든 말들이었지만 어느덧 그렇게 말하는 자신을 발견했을 것이다. 의사들은 그런 식으로 누구도 원하지 않는 대물림을 해 온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듣는 경우도 있었다. ‘힘들지! 우리가 생각보다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우리는 병을 고치는 게 아니라 환자 스스로 나아가는 것을 도와주는 사람이야’라고. 그런데 이런 좋은 말들은 쉽게 대물림 되지 않는다.
우린 또 다시 대물림을 시작해야할 시간을 맞고 있다. 곧 있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인생의 2막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하는 후배들이 들어 올 것이다.
또 700여명의 경쟁자가 생긴다는 삭막한 생각보다는 그들을 아름답게 맞아줄 준비를 하고 기다리자. 후배 의사들의 2막의 시작을 아름답게 함께 그려줄 수 있는 선배로, 그들의 훌륭한 동료로, 그들이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포근한 상담자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