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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부모와 뫼비우스의 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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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319)

일본 삿포로를 다녀오던 길에 공항 출국장이 많은 인파로 대기하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요즘 저가항공의 등장으로 제주와 일본은 과거에 비하여 항공료 반값으로 여행이 가능하여 관광지는 인파가 많은 편이다.  날씨가 추운 탓과 눈이 많이 내린 이유인지 노인 팀은 별로 보이지 않았지만 중장년이 많았다.


긴 줄에서 지루하게 기다리다보니 본의 아니게 앞에 서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일부러 들으려했다기보다는 쉼 없는 대화가 들려왔다는 것이 옳겠다. 두 팀이 있었다.  앞쪽 6명은 대략 45~50대 정도의 중년 여성 집단이고, 뒤쪽 4명은 30대 초중반 쯤 되어보였다. 오랜 시간 지루했던 두 집단은 자연스럽게 관광을 온 이유로 대화를 시작하였다. 중년여성 팀은 이번에 고3이 끝나고 대입시험이 종료된 엄마들의 관광이었다. 30대 여성 팀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3~5학년 정도의 엄마들로 고등학교 동창모임에서 온 것이었다. 중년 팀은 30대 팀에게 끊임없이 앞으로 벌어질 아이들의 일에 대하여 무용담처럼 가르쳐주었다.


그 이야기를 듣던 필자는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오류를 발견하였다. 그들은 마치 자식이 대학에 합격하는 순간 부모로써 해야 할 일들이 모두 끝난 것처럼 이야기를 하였다. 그 후로도 아직 많은 것이 남은 것을 모르고 있었다. 필자가 그들보다 나이가 많다보니 지인들의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하였고 심지어 결혼을 시키신 분들도 많다. 자식들이 대학을 졸업하였으나 취직을 못하거나, 혹은 취직은 하였으나 적응을 하지 못하고 다시 대학원에 가거나 의전원, 치전원, 법전원 준비를 하는 이들도 많다. 또 필자보다 10년 정도 위 연배 지인들은 자식을 결혼시키면서 이혼하지 않고 잘 살 것이지를 걱정을 하였다. 또 그 위의 연배에서는 손자의 양육문제로 고민을 하였다. 이런 주변 지인들의 모습을 보아온 필자는 30대 팀에게 무용담처럼 이야기하는 중년 팀을 보며 “아직 끝난 것이 결코 아닙니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결국 스스로 알게 될 일들이었다.


필자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한다. 부모 역할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임이 없다고. 한 바퀴 돌고나면 다시 새로운 시작점이다. 다시 또 한 바퀴를 돌고 나면 또 다시 그 시작점이다. 항상 다른 시작점이지만 뫼비우스의 띠에 선을 긋는 것처럼 지난날에 그어 놓은 과거의 선이 보이는 그런 시작점에서는 같다.


자식들의 출생에서 영아기라는 한 시기를 지나면 초등학교라는 시기가 온다. 그 시기가 지나면 사춘기를 포함한 6년의 중·고등학생의 시기가 온다. 대학을 입학하면 끝날 것으로 생각하였지만 졸업을 해도 취업을 못하니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니고 다시 새로이 시작된다. 취직을 해도 처절함이 없어서 언제 그만둘지를 모르니 역시 관심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결혼을 시켜놓아도 각자의 개성이 강하고 양쪽 집안이 서로 양보하지 않으니 조그만 사건에도 이혼이 쉽게 결정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늘 노심초사이다. 손주가 생기면 그들을 돌보는 일이 시작된다. 자식에서 한 바퀴를 돌고 손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자식들의 변화 시기는 늘 뫼비우스 띠의 시작점이었고, 늘 그렇게 한 바퀴를 돌고 다시 시작점이었다. 그런데 결국은 자식에서 손주로 이어지는 큰 뫼비우스의 띠가 또 있었다. 필자의 부모 세대에도 유사했나를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았다. 그 세대에는 60세만 넘어도 장수했다고 생각하였으니 그들에게 큰 뫼비우스 띠는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수명 연장으로 인한 100세 시대를 살아야하는 세대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부모는 자식이 한 시점을 지나 다른 한 시점이 시작될 때면 늘 그것이 끝과 종착점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늘 실패로 돌아가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된다. 반면 자식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에게는 늘 새로운 길이다. 어쩌면 부모들이 자신들의 뫼비우스 띠에 자식을 싣고는 놓아주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부모가 자식을 놓아주면 뫼비우스의 띠가 풀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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