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인천 법원은 산부의과의사를 8개월간 구금하라고 선고했다. 분만 중 사망한 태아에 대해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로 인정하였다. 그동안 출산 시 태아 사망은 불가항력적인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출산과정의 진료행위를 문제 삼아 업무상 과실치사를 인정하고 금고형을 선고하였다.
필자는 이 판결에 두 가지 측면의 문제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의료행위 과정에서 의사의 판단과 경험으로 법원 판단 근거가 되는 교과서적인 순서를 건너뛰거나 변경하였을 때, 이것을 의사의 고유 진료영역으로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이다.
이 사건에서 검찰은 “태아의 심박동수가 급격히 저하되는 증세가 이미 5차례나 발생해 특별한 주의 및 관찰이 필요한 산모와 태아를 1시간 30분 동안 최소한의 검사도 하지 않고 방치해 태아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의사를 기소했다. 그런데 사건의 내용을 살펴보면 임신 40주차에 접어든 독일인 산모가 저녁 10시경 분만을 위해 입원하고 다음날 오전에 문제가 발생하였다.
오전 6시부터 오전 9시까지 약 3시간 사이에 태아의 심박동수가 급격하게 낮아지는 증세가 5차례나 발생했다. 이후 태아의 심박동수는 다시 안정을 찾았고 환자는 오후 2시경 진통을 시작했다. 오후 4시경에 통증을 완화하는 무통주사액을 투여했고, 5분 후에 태아의 심박동수를 검사했다. 그런데 오후 6시경에 무통주사의 약효가 떨어져 다시 통증을 호소하는 산모의 상태를 살피면서 태아가 사망한 사실을 발견했다. 여기서 검찰은 산모에게 부착했던 ‘태아 심박동수 검사 감지기’를 산모의 통증 호소 등을 이유로 제거한 상태를 문제로 보았다. 태아사망 시에 감지기가 없어서 상태를 알 수 없었고, 만약 사전에 감지하였으면 제왕절개 등의 처치로 태아를 살릴 수 있었다는 가상의 판단 하에서 업무상과실치사라고 하였다.
하지만 아마도 의사는 오전 중에 있었던 심박동수 저하는 경험상 일과성으로 판단하였을 것이다. 모니터링의 중요성이 환자의 제거요구보다 크지 않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다. 자신의 과거 경험으로 태아가 사망할 확률이 매우 적다고 판단하고 감지기를 제거해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의료적 판단을 판사는 교과서적인 내용을 기준으로 결과와 묶어 해석하여 유죄로 판결하였다.
만약 이 판결이 상급법원에서도 인정된다면 의료인들은 이제부터 매우 확률이 낮은 상황을 대비한 불필요한 행위도 하여야만 한다. 또 이에 따른 방어 진료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더욱 분만을 기피하게 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출산을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분만환경마저 더 열악해지면 급격히 출산을 기피하는 상황이 촉발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이 사건은 일본의 ‘오노병원 산부인과 의사 체포사건’의 무죄 판결과 대조된다. 오노병원 의사는 환자의 상태가 심각한 것을 알고 상급병원으로 갈 것을 의뢰하였다.
하지만 멀어서 못 간다고 하는 산모의 간곡한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수술을 하였고, 산모가 사망하였다. 검찰은 수술과정에서 몇 가지 술식을 문제 삼아 기소하였으나 일본 법원은 “검찰의 주장은 의학 서적의 일부 견해에 의존하고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 그러한 견해가 일반적으로 입증되지는 않는다”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으로 일본은 산부인과 분만 의료시스템 붕괴의 심각함을 인식하였다.
대한의사회는 “이번 판결은 의사가 태아를 죽인 것이 아니라 의사가 위급한 죽음에 이르는 태아를 살려내지 못한 것이 감옥에 갈 사유”라 하였다. 더불어 지난 10년 동안 50%이상의 분만의료기관이 폐업을 하며 의사가 분만현장을 떠나는 현실에서 분만인프라 붕괴의 가속화를 우려했다. 이 사건의 잘못은 기계가 아닌 사람을, 완벽할 수 없는 사람이,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그 자체가 오류이다. 불확실성의 변수가 많은 의료행위는 정의될 수 없고 또 정의되어서도 안 된다. 법원은 교과서보다 의료인의 양심과 정의를 믿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사회로 발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