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치과계에 여러 가지 큰 일이 있었다. 제일 큰 변화는 직선제를 통한 치과계 수장의 선출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SIDEX’가 있었다. 직선제는 많은 이들이 이야기했듯 여러 문제점이 있었지만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고 생각된다. 여러 가지로 성숙된 치과계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종국적으로는 치과의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입장이라 공약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약간의 입장 차이만 있었다.
하지만 지난 선거 당시 협회장 후보들의 공약은 현재 우리 치과계가 가지고 있는 동네 치과의 운영에 대한 문제에 집중되어 있었다. 어쩌면 먹고 사는 문제가 제일 큰 문제일 수도 있으나 우리는 전문가 집단이지 않은가.
매번 화려하게 치러지는 SIDEX 또한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외형도 커지고 참여 인원 또한 늘어 자타가 공인하는 국제학술대회이자 국제치과기자재전시회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학술대회를 마치고 뭔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은 왜 일까? 우리 치과계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20세기 후반에 들면서 의학계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게 된다. Archie Cochrane과 David Sackett이라는 두 내과의사는 실제 행해지고 있는 의술의 비과학적 접근법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고, 이들의 노력에 의해 의학계는 ‘근거 중심의 시대’로 들어가게 된다. 보다 적절한 의학적인 근거를 수집하여 이를 임상적으로 적용하는 시도를 하게 된다.
미국치과의사협회도 1990년대 후반부터 이러한 움직임을 받아들여 ‘근거 중심의 치의학’을 정의하고 이를 관장하는 기구를 만들었다. ‘근거중심 치의학’ 센터를 설립하여 치과의사들이 올바른 정보를 접할 수 있고, 근거중심의 치의학 개념에 친숙할 수 있게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체계적인 문헌고찰에 대한 소개와 임상적인 지침까지도 제안하고 있다. 미국치과의사회의 근거중심치의학 웹사이트를 보면서 우리도 이러한 시도를 해야 되는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 우리나라의 치과의사회는 치과의사라는 집단에 대해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가? 우리에게 정치적인 행보, 대정부 협상, 의료법 개악 저지나 직역간의 갈등 조정 등의 여러 문제들도 중요하지만 치과의사라는 전문가 집단 자체의 의료 수준 향상과 더불어 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지속적인 노력 또한 필요해 보인다. 물론 지금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은 알고 있으나 협회나 지부의 학술대회 형태의 단발성 활동이나 전시적 행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협회와 지부의 많은 학술대회를 보면서 어쩌면 학술대회보다는 전시에 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건 아닌지 냉정하게 평가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회원들에게 전시회 수익을 통해 학술대회 참가비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측면도 이해할 수 있으나 너무 저렴한 학술대회 참가비로 인해 협회나 지부 임원들의 많은 희생으로 치러지는 학술대회를 회원들이 너무 가볍게 혹은 가치를 저평가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묻고 싶다. 학술대회 프로그램에 비해 강의에 참여하는 회원이 많지 않은 것 같아 늘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