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병원에서 발행한 사망진단서 한 장이 상당한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다. 진단서는 종이 한 장이지만 그에 담겨진 의미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영남제분과 관련된 허위진단서로 형집행정지라는 결과가 나왔을 때 국민들은 분노했다. 의사나 치과의사가 발행하는 진단서는 공문서도 아니지만 막강한 사회적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라, 진단서 발행 시 모든 의료인은 글자 하나까지 신중한 선택을 하게 된다. 흔히 진료실에서 “잘 좀 써 주십시오”, “쎄게(?) 써 주십시오”, “반드시 이런 것을 넣어주세요”하는 요구를 듣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치과의사가 허위로 진단서를 작성한 때는 3년 이하의 징역, 금고이거나 7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는 진단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것과 허위진단서로 인한 범죄를 막기 위함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27일 ‘의료기관의 제증명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 하였다. 복지부는 의료법에 근거하여 이를 고시하겠다는 주장인데, 그에 대한 논쟁은 현재 매우 뜨겁다.
사실 진단서 등 서류에 대한 수수료를 가지고 비싸다는 항의를 한 번도 안 받아본 병원은 없을 것이다. 진단서 비용으로 병원이 막대한 수익을 얻는 것도 아니니 치과의사들은 자조적으로 차라리 국가에서 고시해서 편하게라도 해 달라는 이야기도 했었다. 진단서 비용은 1995년에 한번 자율관리기준이라는 명목 하에 수수료 상한 기준을 정한 적이 있다. 그 뒤 2005년 서울시의사회에서 1만원 상당의 일반진단서를 2만원 정도는 받아야 하지 않겠냐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가, 시장경제원리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5억원을 맞은 적이 있다.
이는 행정지도나 고시 등으로 강제하면 안 된다는 의미인데, 이번엔 오히려 정부가 진단서의 상한액을 통일하고 강제한다고 나서고 있다. 더욱이 금액 결정에서 대다수의 의료기관에서 많이 받는 최빈값으로 상한선을 정하고 ‘건강진단서’와 ‘장애인증명서’만 중앙값으로 상한선이 고시됐다. 그 최빈값은 1995년 수수료 상한액과 건강진단서만 제외하면 완벽하게 일치한다. 복지부는 22년 전의 가격이지만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그렇게 받고 있으므로 관행수가를 상한액으로 정했다는 설명이다.
2005년에 진단서 수수료 등을 현실화하다가 과징금을 받았고 기준이 없어서 민원이 발생하면 시끄러운 일을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수가를 유지하는 병원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다. 지금도 그렇게 받는데 상한액을 정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한다면 자율적으로 22년 전의 기준이 지켜지고 있는데 그것을 법으로 정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론과 시장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자율적으로 오르고 내리는 것이 아니라 강제로 정하는 것은 문제라는 이야기도 타당성이 있다.
22년간의 물가인상도 반영되지 않은 이번 수수료 상한액은 앞으로는 동일하게 모든 병원들의 금액이 통일될테니 다시 최빈값을 조사하면 금액조정이나 인상은 불가능하다. 원가조사를 한 것도 아니고, 관행수가를 이렇게 완벽하게 반영해 주는 정책은 본적이 없다. 이런 식의 조사와 금액결정이라면 앞으로 비급여수가도 표준화하고 관리하겠다는 예정이 있는데 그때는 입장을 바꿔 최소값을 기준으로 할지도 모르겠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과정으로 향후 보건복지부의 정책방향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