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논 단] 어떻게 동료를 평가할 수 있는가?

URL복사

김경일 논설위원

1998년 영국, 81세의 부유한 여성의 죽음은 사회를 큰 충격에 빠트렸으며, 영국 의사사회의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애초 병사로 장례까지 치렀지만, 조사 결과 약물 과다투여로 인한 사망이었다. 주치의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이후 밝혀진 바로, 그 의사는 약물 과다투여로 15명의 환자를 살인했고 해당 혐의로 지난 2000년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추가 희생자가 더 있는지,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지를 밝히기 위한 조사가 뒤따랐으며, 이 조사에서 200여명이 넘는 환자가 연쇄 살인의 피해자인 것이 밝혀졌다. 또한 의사 규율체계의 광범위한 문제가 발견됐다. 그 유명한 헤롤드 시프만(Harold Shipman) 사건이다. 그는 의사가 된 초기인 1970년대에 약물중독과 문서위조로 유죄를 선고받은 경력이 있었다.

12건의 성적 비행을 저지른 의사, 잘못된 수술 프로그램으로 30여명의 소아를 사망에 이르게 한 병원, 캐나다에서 등록이 말소된 의사가 수십 년간 의료행위를 하면서 부적절한 치료를 한 사례 등은 시프만 사례와 유사하게 이전에도 전문직으로서의 업무를 행하는 데 있어 문제가 있었던 경우임에도, 이후 체계적인 모니터링이나 관리가 없었다.

이상의 스캔들은 의사들이 스스로 규제를 통해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하는 자율규제에 대한 전문직의 보증이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후 의료계 내부의 자성과 개혁에 대한 외부 압력으로 영국 의사들의 면허관리기구인 General Medical Council은 의료인과 비의료인이 각각 동수를 차지하게 됐다. 소속 위원회들은 경우에 따라서 비의료인이 더 많은 경우도 있으며, 비의료인이 위원장을 맡기도 하는 등 공공의 역할이 강화됐고, 면허관리 체계도 면허갱신(revalidaion)이라는 더욱 엄격하고 포괄적인 형식으로 바뀌게 됐다. 결국 의사 중심이었던 자율규제의 권한이 많은 부분 공공으로 배정됐다.

치협은 다가올 2018년에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의과에서 처음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논의가 나왔을 때도 그랬고, 필자도 듣는 이야기 중에 어떻게 치과의사가 서로를 규제하고 징계를 내릴 수 있느냐다.

앞서 영국의 사례를 비춰보면, 어떨까? 자율규제를 하고 있었지만, 내부에서 ‘썩은 사과’를 걸러내지 못했고, 그 결과는 보다 엄격해진 규제가 됐다. 안일한 동료체계(collegial system)는 근본적으로 악한 사람이 없다는 가정에 기반하기에, 환자에게 치명적인 ‘썩은 사과’를 더욱 탐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규율하는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명확한 수단이 없어서도 그랬지만, ‘어떻게 동료를 평가하고 규제할 수 있는가’라는 안일한 동료체계에 기반한 문화도 한몫했다. 그런 상황에서 의료 스캔들은 계속 불거지고 있다. 정부로서는 규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자율규제를 하고 있던 영국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로 인해 순수한 자율규제가 종식됐지만, 이는 변화된 시대상에 맞게 공공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기도 했으며, 그렇더라도 자율규제에 기반한 ‘공동규제’의 형태를 갖고 있다. 미국, 캐나다 등은 전문직의 역할 비중이 좀 더 높지만, 공동규제를 지향하는 흐름은 유사하다.

우리는 어떠한 대책도 없이 수동적으로 정부 규제에 반대만 할 수 있는가? 우리 스스로 규제하는 ‘자율규제’를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전문가평가제가 온전한 자율규제는 아니지만 그 작은 시작일 수 있다. 터부시 할 것이 아니라, 면밀히 검토하여 올바른 자율규제의 초석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지금도 진료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환자를 돌보며 때론 묵묵히 비난을 감수하고 있는 많은 진짜 양심치과의사들을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맞는 말이라도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살다보면 맞는 말인데 옳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맞다·틀리다’는 참과 거짓을 나누는 명제로 객관적인 관점이고, ‘옳다·그르다’는 주관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맞는 것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옳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은 선거에서 보였듯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반대로 옳다고 하는 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 잔소리나 혹은 직장 상사나 선생님, 선배 혹은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전공의대표가 대학 수련 병원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의대 교수는 착취사슬 관리자, 병원은 문제 당사자”라고 표현하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대학병원 현 상태를 명쾌하게 한마디로 정의한 깔끔한 표현이었다. 다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사실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표현을 보면서 뭔가 마음이 불편함을 느꼈다. 수련의가 지도교수들을 착취의 관리자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제식 교육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료계인데 이런 도제식 교육적 개념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술자는 교과서에

재테크

더보기

원달러 환율과 인플레이션

연고점을 경신하는 달러원 환율 원달러 환율(달러원 환율 같은 뜻이다)이 연고점을 연이어 경신하고 있다. 4월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53.2원이었는데, 글을 쓰고 있는 4월 9일은 장중 1,355원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천정이 뚫려있는 모양새다. 외환 당국이 방어를 하던 환율 박스권도 돌파된 상황이다. 환율이나 금리 같은 경제지표의 최신 가격을 단순히 지식으로 알고 있는 것과 환율 상승이나 금리 인하의 이유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그리고 올바른 해석을 바탕으로 실제 투자에 적용해 수익을 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매크로 변화의 표면적인 이유를 겉핥기 하거나 뉴스에서 제공되는 뒷북 설명을 뒤따라가기도 바쁜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2023년 초부터 일관되게 원달러 환율 강세를 대비한 달러화 자산의 중요성에 대해 본 칼럼과 유튜브를 통해 강조해왔다. 그리고 실제로 투자에 적용해 작년 초 미국주식, 미국채, 금, 비트코인 등 원화 약세를 헤징할 수 있는 달러화 표기 자산들을 전체 총자산의 80%까지 늘려 편입했으며, 원달러 환율 상승의 리스크 헤지는 물론 추가적인 수익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