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방송국 개그 코너를 보고 요즘 젊은이들 생각이 기성세대와 너무도 다른 것을 실감했다. 최근에 개그 코너를 보면서 젊은 층의 유머감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간간히 젊은 세대의 생각을 엿보기 위해 일부러 보기도 한다. 얼마 전 한 개그맨의 멘트 한마디가 세대 간에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주제는 “왜 졸업식 날이 짜장면을 먹는 날이라고 했을까?”였다. 답변은 “돈이 많이 안 들어서”라고 했다. 그들은 진짜 짜장면의 의미를 모르고 있었다.
필자가 초등학교 2학년인 1970년에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278불이었다. 고3이던 1980년에는 1,559불이었다. 70년대에 국민소득 1,000불에 100억불 수출이 국가의 목표였다. 대부분 가정에서는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수제비를 먹었고 심지어 국가에서는 분식장려운동과 혼식장려운동까지 했었다. 그 시절 짜장면은 외식의 대명사였고 외식은 1년 중 큰일이 있을 때만 가능했다. 그런 이유로 가장 큰 행사인 졸업식에 짜장면을 먹었다. 짜장면을 가장 싼 음식의 대명사로 인식하고 있는 지금 세대가 이런 사정을 모르니 그리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개그를 보던 필자의 마음은 씁쓸했다.
요즘 세대 간 소통이 안 되는 것이 어디 짜장면뿐이겠는가. 역으로 생각해보면 짜장면을 귀하게 먹던 부모세대보다 싼 음식으로 먹는 그들이 더욱 힘든 사회를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278불을 살던 우리는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모두가 골고루 같이 못살아서 마음은 힘들지 않았고 심지어 서로가 위로하고 위로받으며 경쟁도 없었고 경쟁할 이유도 없이 살았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짜장면이 가장 싼 음식인 3만불 시대를 살지만 무한경쟁 속에 위로받을 곳도 없다. SNS의 발달은 상호유대에 긍정적 역할도 했지만, 반대로 서로 간 감시 기능이 증가되었고 개인의 사생활은 점점 작아졌으며 아이러니하게 개인적인 고립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런 시대를 살고 있는 10대와 20대 그리고 30대에게 50대 이상 기성세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충고와 조언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심을 해보아야 한다. 50대 이상의 생각이 옳을 수도 있으나 시대착오적일 가능성도 높다.
기성세대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삶을 지금의 젊은 세대는 살고 있다. 일례로 젊은 세대의 클럽을 보자. 일반 클럽 영업시간이 밤 11시에서 오전 7시까지 하는 반면 애프터클럽은 오전 7시부터 저녁까지 한다. 부모가 엄하여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하는 사람들이나 아침까지 놀고도 더 놀고 싶은 사람들이 다시 애프터클럽으로 간다. 아예 그곳으로 출근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미 시대는 기성세대의 생각과 상상의 수준을 넘어가 있다. 과연 3만불 시대를 사는 자식세대에게 몇 천불 시절에 겪은 부모의 젊은 시절 경험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늦게 다니지 말라는 부모의 충고가 얼마나 그들의 가슴에 다다를 수 있을까? 졸업식 날 짜장면을 먹은 부모세대의 생각과 말이 돈이 없을 때 짜장면을 먹는 자식세대에게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연초에 중1 학생 환자에게 덕담으로 물어보았다. 올해에 가장 갖고 싶은 것이나 이루고 싶은 것이 있으면 잘되라고 덕담해 줄 터이니 가르쳐 달라고 했다. 필자의 말에 그는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많은 땅이 갖고 싶습니다”라고 답했다. “왜?”라는 질문에 “부자로 살고 싶어서요”라는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대답이 돌아왔다. 중1 학생 생각에서 땅이란 말이 나올 줄 전혀 상상도 못했던 필자는 잠시 어안이 없었다. 지금 시대가 필자의 생각과 상상을 넘는 시대임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의전원·치전원이 실패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인 것을 기성세대만 모르고 있었다. 로스쿨도 실패할 것을 그들만 모른다. 애프터클럽을 모르는 기성세대가 10·20대의 정책을 수립하는 것 자체가 이미 실패한 것이다. 졸업식 날에 짜장면을 먹은 세대는 적어도 자신의 생각과 사고가 50%는 이 시대와 다를 수 있음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충고가 아니라 잔소리일 가능성이 50%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