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치과의사 피습사건에 대해 생각하면서 참담한 심정에 한동안 이 글을 시작하지 못했다. 우선 피해 선생님이 빨리 회복하시기를 기원한다. 2016년 광주에서 발생한 피습사건 이후 2년 만에 재발한 흉기 피습이므로 걱정이 앞선다. 광주와 청주라는 연관성이 없는 지역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것은 우연적 일과성이 아닌 향후 전반적이면서 반복될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하기 때문에 그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이 글이 치과의사들에게 범인들의 심리상태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다시는 유사한 형태의 사건이 발생되지 못하게 예방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두 사건을 비교해보면, 크게 범인이 흉기를 사용한 점, 40대와 60대의 성인남자, 지속적인 불만을 토로해온 것, 치료 중인 의사를 뒤에서 공격한 것 등이 유사하다. 이 4가지 요소를 분석해보면, 40대 이후의 성인 남자가 등 뒤에서 흉기를 사용했다는 것은 상대가 강자이고 자신이 약자라는 동물적 본능을 암시하고 있다. 이 두 사건의 두 번째 유사성은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는 점이다. 범인들은 자신들의 요구나 주장이 더 이상 개선될 객관적 가능성이 없음을 인지했기 때문에 미리 흉기를 준비하고 피해자들이 모르게 접근해 가해한 것이다. 이것은 순간적 분노조절장애보다는 보복이나 복수 심리에 가깝다. 또 현장에서 도주하지 않은 것은 안중근 의사와 같이 자신들의 행위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심리이다.
이런 일련의 사건에서 치과의사들이 가장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범인들이 치과의사를 강자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의료분쟁에서 가장 큰 문제는 양 쪽이 모두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데 있다. 분쟁이 발생하면 치과의사는 공격을 받고 당하는 을의 입장이라 생각하기 쉽다. 또한 불만을 제기하는 환자들도 자신들이 을이라서 불리하다고 생각한다. 치과의사는 협상하는 과정에서 공격을 방어하는 을이란 입장에서 금전적 보상이나 법적인 공권력의 도움을 받는다. 반면 공격을 해야 하는 환자 입장에서는 객관적 협상이 끝난 후도 뒤돌아보아 주관적으로 억울함이 남을 수 있다. 그 억울함은 다양한 형태의 복수로 실행될 수 있다. 작게는 인터넷 악플부터 피습까지, 특히 자존감이 떨어지는 사람이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받으면 극단적인 행동을 표출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진료만 하는 치과의사가 잠깐 만나는 환자의 개인적인 성향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치과의사가 할 수 있는 것은 환자 불만이나 불평이 유발되었을 때 환자 입장에서 그 타당성을 평가해보는 것이다. 환자 불만에 타당성이 있다면 긍정하고 문제를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해결하면 된다. 하지만 환자 불만이 객관적 타당성이 없다면 긴장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그것은 환자가 이성적 판단에 근거한 것이 아니고 감정적인 문제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정에서 출발한 문제를 이성적으로 해결하려 하면 사건은 해결되지 않고 더욱 어렵게 꼬여가며, 환자는 무시당하고 피해당한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진다. 따라서 감정적인 문제를 보이는 환자는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감정문제의 가장 핵심에는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생각이 있다. 40대 이후 남성이 범인인 이유 속에는 ‘지금은 비록 이렇지만, 내가 누구였는데, 니들이’라는 지난 세월 동안 사회에서 겪은 패배에 대한 반발심리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환자 불만에 대하여 접근할 때에 두 가지 생각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우선 환자에게 감정적으로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해야 하며, 최소한 무시한다는 느낌은 절대 피해야 한다. 그 후 이성적인 접근을 통해 협상을 해야 한다. 상대가 감정적인 접근을 하면 같이 감성적 해결 방법을, 이성적이면 이성적으로 대응을 하고, 가장 피해야 하는 것은 상대가 감정적 접근을 하는데 이성적 판단만을 앞세우고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막무가내에 대책 없이 무리한 경우도 많을 것이다. 감정에 대한 감성적 해결 방법은 심적으로 억울하겠지만 그래도 사태가 최악으로 가는 것은 막을 수 있다.